검색
시인이 만나는 법

[시인이 만나는 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피소드 원작자… 신민영 변호사

자유로운 영혼 소유

2022_poet.jpg


신민영 변호사(44·연수원 41기)는 아닌 게 아니라 드라마 속 캐릭터 같았다. 그가 쓴 책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요즘 최고로 ‘힙’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감출 수 없는 달란트를 갖고 태어났으나 곧잘 인간적인 털털함도 노출하는, 그러면서도 조직의 윗선이 사고를 칠 때마다 천의무봉의 해법을 제시하는 천재 역을 맡으면 딱 어울린다고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은 빠르고 거침없었으며 그것이 품은 내용은 조리 있고 치밀했다. 실례라면 미안하지만 천재들에게서 공히 보이는 조증처럼도 보였다.

 

180402_1.jpg


[ 신민영 변호사 ]

서울외고, 서울대 법과대를 졸업하고 2006년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2012~2018년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형사 소송, 50건 이상의 국민참여재판을 맡았다. 이 경험을 토대로 형사 재판에 대한 경험과 고찰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를 2016년 발간했다. 책은 화제의 법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일부 에피소드의 원작으로 인용됐다. 현재 법무법인 호암의 대표변호사로 있다.
 

신 변호사가 2016년에 펴낸 책『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는 그가 6년 동안 국선전담변호사로서 일하는 동안 다뤘던 형사사건들을 리뷰하는 책인데 1쇄도 다 안 팔리던 것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저본으로 알려지면서 요즘은 구하기 힘든 책이 됐다. 덕분에 그도 유명해졌고 인터뷰도 제법 하고 있다고.

그가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이야길 들어보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느낌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그는 금융회사에 취직한다. 직장을 나와서는 이제 뭘 하고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먼저 고시촌에 터를 잡고 있던 동기가 사시를 권유하면서 신림동 고시촌의 세계를 투어처럼 보여준 것이다. PC방, 스크린 경마장 등을 직접 보니까 고시생들이 폐인처럼 식음을 전폐하고 법전만 파는 게 아니고 놀 때 놀고 딴짓도 해가면서 공부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디 그냥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단다. 스물다섯이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시 합격 후 그가 연수원을 졸업하던 해 공교롭게도 로스쿨 1기생이 배출된다. 그는 개인사업자로서 국선전담변호사의 길로 들어서는데, 이야길 들어보니 그 시기에 숱한 사건(1500여 건)을 만나는 동안 변호사로서의 철학과 근육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그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의 만족도와 국선전담변호사를 하게 된 소이연을 물었다. 솔직하고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주 만족합니다. 법학은 입장의 학문이라는 생각이에요. 대리인이 아니라 의뢰인 입장에서 사건을 봤을 때 전혀 다른 이야기와 가능성이 열립니다. 마치 영화 <오수정>, <라쇼몽>처럼 예기치 않은 우연들이 매번 벌어져요. 그게 흥미롭습니다. 사실 판검사도 해보고 싶었는데 성적이 받쳐주지 않아서…. 사실 국선전담변호사를 하게 된 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였어요. 당시 로스쿨 1기생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고 변호사 시장에 취업대란이 일었거든요.”

 

법학은 입장의 학문이라 생각
의뢰인 입장에 서면 가능성 열려


남들이 포기한 사건에 매달리면서
형사절차 개선에 많은 관심 생겨


법률 소재로 다룬 영화·드라마 많지만
만들어 놓은 소스를 쓰는 간짜장 느낌


변호사가 현장에 달려가는 경우 드물어
촬영장서 보면 거르지 못한 오류 보여


국선전담변호사 시절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사건을 꼽아달라고 하자 존속살인사건 이야길 들려주었다. 열여덟 살 소년이 자살시도를 하고 있던 아버지를 구조한 후 폭행해 살해한 사건으로 기소된 사례였다.

“공소장이 너무 건조했고 사건기록이 너무 얄팍했어요. 피고인의 자백과 검안서만 유효한 자료였달까요. 그래서 양형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봤죠. 피고인의 입장으로 사건을 들여다본 거예요. 구치소에 가서 가해자를 접견해보니 놀랄 만한 이야기들을 해요. 아버지가 매일 술을 마시고 가장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고 자살 시도를 자주 했대요. 아이에게서 충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었어요. 부검감정서도 이상했어요. 폭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소견이 아니었거든요. 갈비뼈에 일렬로 골절이 있었는데, 그건 폭행이 아니라 구조 중 바닥에 떨어져서 생긴 것이었어요. 결국 법의학 감정을 다시 요청했고 존속살인이 아닌 존속폭행으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어요.”

이 사건은 당시 신문에도 소개됐고, 그것이 책 출간으로도 이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책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다시 이어진다. 드라마에 모티프를 제공한 당사자로서 법조계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입장이 궁금했다.

“법조를 소재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건 환영해요. 그런데 이미 만들어놓은 소스를 쓰는 ‘간짜장’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예컨대 드라마를 보면 변호사가 현장에 뛰어나가는 경우가 묘사되고 법정에서 ‘이의 있습니다’라면서 싸우는데, 그건 현실에선 아주 드문 경우거든요. 그런데 그걸 본 의뢰인들이 왜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고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PD님 요청으로 자문을 하고 있는데 촬영현장에 나와주길 원하더라고요. 현장에 가보니까 극본에서는 미처 잡지 못했던 오류들이 보이는 거예요. 그런 걸 이야기해주는 식으로 자문을 드렸어요.”

 

 

180402.jpg


신 변호사는 6년간의 국선전담변호사 일을 마치고 취업에 성공, 법무법인 예현에 들어간다. 그곳은 금융 자문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 이때의 경험은 그가 현재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호암의 주요 특과와도 연결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별한 신념과 의지, 불굴의 투지가 따라오는 ‘영웅서사’에 열광하지만, 신민영 변호사는 ‘보급투쟁 서사’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한다. 변호사도 명백한 생업이고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변호사 3만 명 시대, 변호사는 국가가 라이선스를 주는 신분 중에서 공인중개사 다음으로 숫자가 많다고 한다.

신 변호사는 남들이 포기한 사건, 패색이 짙은 사건을 되살리는 데 힘써오는 동안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의 과학적 접근을 강조했는데,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성폭력사건이나 살인사건처럼 과학적 증거가 등장하는 사건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짜 과학수사 기법이 문제가 된 적 있어요.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거나, 있어도 관리가 엉망으로 됐거나 한 경우였죠. 한국도 이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 되었어요. 특히 진술분석관 제도는 즉각 퇴출돼야 해요.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의 진술을 말 그대로 분석해서 진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가리는 이들인데, 전문적인 양성 프로그램도 없고, 며칠 교육만 받고서는 자격이 주어지거든요. 실제 사건에서 진술분석관들의 정밀하지 못한 보고서가 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아요. 솔직히 말하면 이 인터뷰 기사 제목을 ‘진술분석관 제도 퇴출을 원한다’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예요.”

변호사는 좋건 싫건 정의를 다투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근년 들어 정치적 정의가 법적 정의를 압박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법조인 출신 두 사람이 지난 대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의가 과잉을 넘어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처럼도 보인다. 이를 우려하는 법조인들의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 신 변호사는 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전에는 정치가 법에 차원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헌법적 정의 특히 각종 절차적 정의가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힘의 논리, 정치의 논리가 더 힘셀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ABS(Anti-lock Braking System. 일종의 자동차 제어 장치로 브레이크가 잠기는 걸 방지하는 시스템)가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헌법적 정의를 외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변호사로서 견지하고 싶은 가치 세 가지를 꼽아달라고 주문했는데, ‘도그마틱해지지 말 것’, ‘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것’, ‘사기꾼과는 외상합의 불가’를 꼽았다. 실물과 관념이 적절히 섞인 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데 정치나 공직에 뜻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이 무색하게 시니컬하면서도 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

“안 합니다. 정치를 시켜주시지도 않을 뿐더러 사명감을 갖고 해결해보고 싶은 공적 과제도 없어요. 진술분석관 제도는 철폐해야 하고, 번역청을 신설하든가 영어교육 강화해야 하고요. 정치는 사명감 있는 분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리적 감각과 자유로운 영혼으로 무장한 변호사가 여기 있다. 그는 오늘도 열렬히 보급투쟁 중이다.

 

 

김도언 시인(소설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