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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대니 전’ 뉴욕 주 판사 “판사 이동 잦으면 효율적 재판 어려워…전문법관 활성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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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인사 이동이 잦으면 재판 효율성과 판결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전문 법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한국계 최초로 뉴욕 주 법원 판사로 임용돼 20년간 형사부 판사로 활동 중인 대니 전 판사(60·전경배·사진)의 말이다.

전 판사는 2003년부터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방법원 형사부에서 일하며 혐오범죄, 인신매매 사건, 공무원 비리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전 판사는 재판제도와 실무관행을 발전시키고 판사들 개개인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문 법관 제도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맨해튼 지방검사로 출발

2003년부터 뉴욕 주 판사로 근무


미국은 판사가 한번 맡은 사건은

끝까지 책임지는게 철칙

 
대니 전 판사는 한국계 최초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검사로 임관하고, 뉴욕 시 판사를 거쳐 주 판사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존스홉킨스대에서 정치학·철학을 전공하고 포덤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코로나 19 유행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를 15일 법률신문사로 초청해 인터뷰했다.

“검사로 일한 12년이 단 며칠 같았다”는 전 판사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범죄자를 기소하고 처벌에 이르게 하는 일에 매 순간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인 출신으로 뉴욕 시 판사에 임명된 배경을 묻자, 그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당시 뉴욕시장이 치안이 좋지 않은 뉴욕 시를 범죄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검사 출신을 판사로 많이 기용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최초 한국계 검사다.
A.
로스쿨 시절 연방검찰청에서 인턴을 했다. 당시 검사가 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연방 검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일이 흥미롭다고 느꼈다. 2~3년 정도 지방검찰청에서 일하다가 연방검찰청으로 옮길 계획이었는데 검사 일이 너무 재밌고 신나서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잡아서 처벌하고 기소하는 과정이 큰 보람이었다. 12년이 며칠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Q. 1999년에 뉴욕 시 판사로 임용되면서 전직했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당시 뉴욕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알려진 루돌프 줄리아니였다. 치안이 좋지 않은 뉴욕 시를 범죄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검사 출신을 판사로 많이 기용했다. 그 때까지 뉴욕 주에 한인 판사가 없어서 동양 법조인 단체에서 시장에게 한인 판사를 임명하라고 요구하던 상황이었는데, 동양인이자 검사 출신인 내가 판사직의 적임자로 보였던 것 같다.


Q. 판사 임용 4년 만에 뉴욕 주 판사로 임명됐다.
A.
주 판사로 임명되려면 시 판사로 꽤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4년이면 빠르게 승진한 편이다. 12년간 검찰에서 일한 경력이 도움이 됐다. 형사수석부장으로 일하면서 혐오범죄, 인신매매 사건, 공무원 비리 사건을 중심으로 재판한다. 미국 법원은 판사들마다 전문 분야가 나뉘어있다. 가정폭력 전담, 마약사범 전담 등 전문 분야는 다양하다.


Q. 한국에서 전문법관은 가사·소년 사건 분야에서만 시행되고 있고, 일정 기간마다 정기 인사를 통해 보직이 변경된다.
A.
소속 재판부가 자주 바뀌면 재판의 효율성과 판결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판사가 한번 맡은 사건은 끝까지 책임지는 게 철칙이다.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가 변경되면, 그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미국은 형사부에서 민사부로, 민사부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일이 드물다. 변호사가 전문 분야를 세분화하는 것처럼 판사들도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다. 전문 법관제도가 좀 더 폭넓게 시행될 필요가 있다.


Q. 뉴욕 주 법조계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나.
A.
뉴욕 치안 문제가 심각하다. 과거 맨하탄 어디를 가도 강도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엉망이었던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로 전국적으로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뉴욕의 경우 아예 사복 경찰 부서를 폐지하는 등 경찰에 대한 규제 강도가 과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균형 있게 진행했어야 한다.


Q. 한국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A.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수사 종결권이 검찰에 남은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경이 논의할 수 있도록 별도의 기구나 협의체를 운영하는 등의 보완책이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