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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만나는 법

[시인이 만나는 법] 빈태욱 청주지법 소년부 부장판사

교화는 비행소년의 미래를 보려는 어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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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년범죄가 폭발 일로에 있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는 4년 새 34%가 급증했고 소년범죄의 재범률은 성인범죄 재범률의 세 배 가까이 된다. 수치뿐 아니라 점점 조숙화, 흉포화되고 있는 것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소년범죄의 우울한 현실이다. 급기야 새 정부의 법무부장관이 공개적으로 촉법소년의 나이를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소년범죄 이슈에 불을 당겼다. 우리나라엔 이런 소년범들에게 법적 처분을 내리는 소년부 판사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이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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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태욱 판사 ]

진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제34기로 수료한 뒤 군법무관을 마치고 대전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대전고법(청주지방법원 소재지 근무), 청주지법,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논산지원 판사를 거쳐 광주지법·광주가정법원 순천지원 부장판사를 역임하고 올해 2월 청주지법 부장판사로 소년부 재판을 맡고 있다. 충북지방변호사회 법관평가에서 2017년, 2018년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청주지방법원 본관 6층에서 만난 빈태욱(47·사법연수원 34기) 부장판사의 첫인상은 소년 같았다. 깔끔한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이었지만 수줍은 미소와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는 영락없는 소년의 그것이었다. 순천지원에 있던 그는 올 2월부터 청주지법에서 소년부 판사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형사부에서 일한 적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어른과 소년을 모두 피고인으로 대해본 그에게 형사부 재판과 소년부 재판에 임하는 법관의 자의식-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랄까-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대부분의 피고인이 성인인 형사재판에서는 일단 이 사람의 행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고민하는데, 그러기 위해 '과거'에 주목합니다. 판결 전 조사라고 해서 그 사람의 비행이나 범죄가 어떤 동기나 조건에서 행해졌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죠. 하지만 교화에 목적이 있는 소년부 재판에서 제가 주안점을 두는 건 행위자의 '미래'를 보는 것입니다. 이 친구가 했던 비행이 얼마나 엄중하고 반복적인지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떤 처분을 해야 이 친구를 효과적으로 교화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바르게 편입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살펴야 할 게 많은데요. 주관적 인상을 최대한 배제하고 보호관찰소에 기록이나 보고서를 많이 요청해서 그것들을 꼼꼼하게 보고 성장과정 등 비행에 이른 맥락을 신중하게 보려고 노력하죠. 이를테면 가정환경이 나쁘지 않고 아이에 대해 부모님의 관심이 많은 등 보호력이 양호한 경우엔 시설 내 처우보다는 사회 내에서 교화를 할 수 있는 처분을 내리는 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옳다고 보는 거죠."


문제 소년의 주관적 인상 최대한 배제
기록이나 보고서 꼼꼼하게 많이 보고
성장과정 등 비행에 이른 맥락도 살펴
어떤 처분을 해야 효과적일지 고민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우는 존재
소년부 판사는 교사의 역할도 수행
‘촉법소년 하향’ 충분한 의견 수렴을…
스트레스는 마라톤·사이클로 풀어 


빈태욱 판사는 소년범의 특징을 즉흥적이어서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생각지 않고, 또래 집단에 대한 애착이 강한 걸 꼽으면서 이런 특징을 감안할 때 보호처분의 내용이나 프로그램의 효율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현행 소년법에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조항이 있다고 얘길한다. 현행 소년법에 의한 소년보호처분 제1호부터 제10호까지 있는데, 제1호는 가정위탁 제2, 3호는 수강 및 사회봉사 제4, 5호는 장단기보호관찰 제6, 7호는 보호시설 제8, 9, 10호는 장단기 소년원 송치다.

"제가 생각할 때는 제1호부터 제10호까지의 처분을 통해 교화의 목적을 이루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소년범죄가 정말 다양하고 흉포화되고 있기 때문에 개별주의에 따라 보다 세밀하고 적확한 처분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은 이런 현실과 좀 괴리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제1호와 제10호 사이의 처분은 교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복해서 병과 처분을 할 수 있는데, 제9호와 제10호만은 병과를 못합니다. 그러니까 소년원 처분 이후에라도 보호관찰을 하면 더 큰 효과가 있을 텐데, 이게 불가능한 겁니다. 소년원 송치 기간도 1개월(제8호) 6개월(제9호) 2년(제10호)인데, 왜 1년은 없는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소년범들은 성인들과 사회봉사를 같이 이행하게 되는데요.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야 합니다."

이 얘길 듣고 나는 현행법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 민·형사적 판단을 해야 하는 판사들이 어쩌면 우리 입법체계의 모순이나 부조리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판사들이 가지는 문제의식이 입법에 어떤 모티프로 작용하면 좋을 텐데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에 따라 그것은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빈 부장판사도 판사는 판결로 말할 뿐, 입법이나 법개정 추진은 행정부나 정부부처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한동훈 법무장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발언 같은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 차제에 사법부와 입법부 구성원들이 정례적으로 모여서 법을 연구하는 스터디 같은 게 이뤄지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 현직 소년부 판사는 촉법소년의 연령 규정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소년범죄의 양상을 봤을 때 촉법소년 하향조정은 행정부에서 충분히 입법제안할 수 있고, 법무장관의 발언도 그런 현실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적 합의만 있으면 하향 조정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이전에 충분히 범죄심리학자, 아동심리전문가, 보호관찰관, 일선 판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촉법소년들이 중한 범죄를 저지르는 걸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일방적으로 처벌 강화 여론 쪽에 초점을 안 뒀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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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바깥에 있는 일반인 시각에서 보면 소년부 재판관은 판관뿐 아니라 교사의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존재로 보인다. 보통 판사는 냉철한 심판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역할과 교사에게 요구되는 자애와 연민, 용서를 향하는 마음은 서로 부딪칠 수 있다고도 보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판사로서 수사 자료를 보면 일단은 어, 이 정도 비행을 했다고? 이러면서 엄중한 처분을 생각하고 재판장에 갑니다. 그런데 또 반성문도 올라오고 울면서 죄를 뉘우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사실 처음 가지고 있던 마음과 충돌하기도 하고 갈등이 많아집니다. 심지어 2주 전엔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회 내에서 보호관찰을 밟고 있는 여자소년이 그 기간 동안 계속 다른 비행을 저질러 아버지가 시설 내 처우를 해달라고 탄원서를 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또 이 아이가 울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바뀌겠다고 그러면 결국 교화 가능성과 미래를 보는 쪽입니다."

현재 세종시에서 청주로 출퇴근하면서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양육하는 가장이기도 한 그는 가끔 아이들에게 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데, 소년범을 대하는 소년부 판사로 일한 이후 그것을 성찰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애들은 어른을 보고 배우는 존재라는 걸 알았다고. 연수원 졸업하면서는 한때 검사를 지망하기도 했지만 군검사 시절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판사로 임용된 이후엔 외부 간섭 없이 매순간 고독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판사라는 직업이 천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냉철한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법관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그동안 철인3종경기, 마라톤, 사이클 등으로 해소했다는데, 특히 수영 3.8㎞, 사이클180㎞, 마라톤 42.195㎞로 이뤄진 철인3종경기 풀코스를 15회 완주했다고.

동양은 물론이고 중세 이후 문명을 선도했던 유럽 사회도 소년을 미개한 존재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성년의 신체와 의식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소년을 열등한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자신들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착취하고 복속시켰던 것. 그것은 로마교회에서, 왕궁에서, 시장에서 일제히 이뤄졌다. 천부인권사상이 어지간히 범용화되기 전까지 이런 양상은 계속됐다. 사정이 이렇다면 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도처에서 일고 있는 소년범죄의 폭발적 증가는 가히 소년들의 역습, 소년들의 반격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역사는 성년과 미성년(소년)간 쟁투의 역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기 뜻에 따라 소년들을 길들이려는 어른과 거기에 저항하는 소년의 서사는 신화시대 이래 역사 페이지를 충분히 채운다. 이 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미성년 역시 곧 입장을 바꿔 성년의 처지에서 새로운 미성년을 적으로 맞이한다는 데 있다. 이 절대적이고 불가역적인 순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성년과 미성년은 공존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법도 법이라면, 여기 그 공존에 필요한 마법을 궁구하는, 소년의 표정과 눈동자를 가진 믿음직스러운 법관이 있다.



김도언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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