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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한정위헌 결정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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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도입

헌법재판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결정이 선고되었다. 두 번째로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었다(헌재 2022. 6. 30. 2014헌마760. ‘주제결정’). 재판소원의 대상이 확대되었다.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 결정의 포인트는 선고 당시 재심대상 재판에 대한 취소 청구가 부적법하다는 것. 이로써 한정위헌 결정은 ‘거의’ 종언을 고했다. 설명한다.


Ⅱ. 결정의 내용

두 개의 병합된 청구 중, 청구인 남 모의 2014헌마760을 중심으로 논의를 한다. 그가 2011헌바117 결정을 이끌어내었다.

  

그는 제주특별자치도의 A위원회의 위촉위원으로 있으면서 돈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은 다른 위원회 위원과 달리, A위원회의 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는 수뢰죄의 주체인가?

 
그는 기소되었다. 항소심 계속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에 대하여 헌재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헌바소원’)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2011. 9. 29. 2011도6347). 2012. 12. 27. 헌재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A위원회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2011헌바117). 한정위헌 결정이다. 이를 토대로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고, 재항고도 기각되었다.

 
청구인 남 모는 2014. 9. 5.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헌마소원’)을 제기하였다. 주제결정. 결정 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헌재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② 재심기각 결정들을 모두 취소한다. ③ 유죄 확정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Ⅲ. 연구
1. 헌재법 제68조 제1항 관련
가. 96헌마172

권 모가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대해 헌바소원을 제기하여 한정위헌 결정을 받았다(1995. 11. 30., 94헌바40). 이 한정위헌 결정 당시 96헌마172 결정의 청구인인 이 모가 상고심에서 과세처분을 다투는 중이었다(병행사건).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에 대해 기속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청구인 이 모의 상고를 기각하였다(1996. 4. 9., 95누11405).

 

청구인 이 모가 헌마소원을 제기하였다(96헌마172). 결정 주문은 다음과 같다. ① 헌재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내에서, 헌재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② 95누11405 판결을 취소한다. ③ 청구인 이 모에 대한 과세처분을 취소한다. 처음으로 재판을 취소하고 헌재가 직접 원행정처분을 취소하였다.

 
나. 확장

96헌마172 결정의 취지로써는 주제결정에 관련된 사안에서 재판을 취소할 수 없다. 주제결정에서 취소를 구한 재심기각 결정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적용한 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재는 주제결정에서 재판소원의 대상을 확장하였다. 헌재가 위헌이라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도 취소의 대상으로 된다고 결정하였다.

 
다. 검토
주문이 한정위헌 결정의 형식을 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결정은 헌재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중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헌재가 말하는 ‘질적 일부’가 아니라, ‘양적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것이다. 주제결정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았지만, 96헌마172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비록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집 9-2, 862)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헌마소원을 인용하는 것은 법리상 큰 문제다.

 
2. 재판의 취소
가. 재심기각 결정의 취소

청구인 남 모의 청구취지대로 재심기각 결정이 취소되었다. 그러나 청구인 남 모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남 모는 재심을 청구할 것이다. 법원이 견해를 바꾸어 재심청구를 인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원은 종전과 같은 이유로 기각할 것이다. 남 모는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 같은 절차가 반복될 것이다. 희망고문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 헌재의 이 주제결정은 권리보호이익이 있는가? 헌재는 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정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가?

 

재판의 전제성 판단에서 헌재는 법원의 재판을 외생변수(exogenous variable)로 보았다. 한정위헌 결정과 관련된 경우 외에는. 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는 오래되고 확립된 것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여야 한다(sollen)는 것을 전제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한다. 일반이론에서 벗어난 입론이다.

 
나. 재심대상 판결에 관한 청구 각하

이 부분이 이 결정의 핵심이다. 96헌마172 결정에서 헌재는 처음으로 확정된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하였다. 그러나 그 취소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졌던 것 같지는 않다. 대법원 판결은 취소되어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되면, 원심 판결이 다시 효력이 살아나는가? 원심 판결도 청구인 이 모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니, 다시 상고를 제기하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재판을 취소하고 자판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아니하면 재판소원은 무의미하다.

 
96헌마172 결정에서 재판의 취소가 그나마 의미를 가졌다면 원행정처분의 취소를 이끌어내었다는 것이다. 헌재는 원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한 법원의 판결이 취소되는 경우에는 원행정처분도 취소함이 상당하다(판례집 9-2, 842, 865)고 본다. 이를 전제로 이 모에 대한 과세처분을 취소하였다. 헌재법 제75조 제3항이 근거다. 유효한 형성적 재결이다. 청구인 이 모는 헌재의 이 결정을 근거로 세금의 납부를 거부하거나 납부한 것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 사례에서는 과세처분이 취소되었다.

 
주제결정에서는 헌재는 위헌결정 전에 선고된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이른바 당해사건은 대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 귀결은 무엇인가? 한정위헌 결정을 있게 한 당해사건은 재판취소, 원행정처분의 취소의 경로를 통해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정위헌 결정을 구하는 행위는 스스로 구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하는 것은 청구인을 구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지만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병행사건과 일반사건은 취소의 대상이 된다. 한정위헌 결정을 이끈 당사자는 구제받지 못하고 병행사건과 일반사건은 그래도 잔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하다.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경우 당해사건이 확정되었더라도 재심을 통해 취소된다. 이 주제결정의 논리는 이것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단순위헌 결정의 당해사건에는 소급효가 미치지만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 소급효가 안 미치는 것처럼 된다. 이제 헌재도 한정위헌 결정을 위헌결정으로 안 보는 것 같다. 헌재의 입장은, 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안 받아 주면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되었다.

 
현재 헌재에 계속 중인 사건으로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건이 있다. 이른바 GS Caltex 사건(2013헌마496). 청구인 회사는 2013년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주제결정보다 먼저 제기하였고, 그 법리가 다르지 아니하다. 이 결정은 주제결정과 함께 선고되지 못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판결의 취소를 전제로 하는 원행정처분의 취소가 훨씬 큰 이슈다. 주제결정의 논리가 그대로 이어지면, 청구인 회사는 빈손으로 돌아설 것이다. 주제결정은 멀지 않아 있을 GS Caltex 결정에 대한 전주곡 같다. 이 결정과 관련된 소송물의 가액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

 

Ⅳ. 결론

주제결정은 재판취소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그러나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헌재와 대법원의 재충돌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다. 재심대상 판결의 취소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한다. 이것이 이 결정의 핵심이다. 당해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은 거의 무의미하다. 이를 청구하면 현명하지 아니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 와중에 국민들이 희망고문을 당할 것 같다. 이론적 타당성도 없고(정주백, '전부 개정되기 전의 법률조항 적용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 법학연구 제25권 제3호, 충남대, 2014, 11-56; 정주백, '법원의 해석이 법률(das Gesetz)인가? 그래서 규범통제의 대상으로 되는가?', 헌법실무연구 제22권, 2022, 219-241 참고), 당해사건 구제에 거의 무의미한 한정위헌 결정을 선고하지 아니할 때가 되었다. 이 결정의 의의는 허용되는 재판소원의 범위를 확장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정위헌 결정에 종언을 고했다는 데 있다. 남은 하나의 관전 포인트. 헌재가 96헌마172 결정과 다른 법리를 원용해서라도 GS Caltex 사건에서 과세처분을 취소할 것인가?

 

 

정주백 교수(충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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