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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군사법원

대법원·헌법재판소 25년 만의 충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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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 권한을 두고 또다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지난달 30일 취소하면서다. 대법원 판결이 헌재에 의해 취소된 것은 사상 두번째로, 1997년에 이어 25년 만이다. 양 기관이 최고 사법기관 위상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격화되면 애꿎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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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한정위헌결정 받아들이지 않은 대법원 판결 취소 =
헌재는 지난달 30일 전직 대학교수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14헌마760)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일부 위헌) △법률에 대한 일부위헌결정에 해당하는 헌재 결정(2011헌바117)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재심기각결정)은 재판청구권 침해에 해당해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법원 재판(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르지 않은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정위헌 결정도 위헌결정이므로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 재판은 헌재가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헌재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 이뤄지는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위헌 결정으로,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고 헌법이 헌재에 부여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의 범위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위헌결정을 하고, 이러한 법원의 재판에 대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재판소원 금지 조항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다"고 했다.

 

헌재는 "이 사건 재심기각결정들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해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청구인들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것"이라며 "이러한 재심기각결정들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고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3항에 따라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한정위헌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확정된 재판으로 그에 대한 구제는 재심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해,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라고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


한정위헌 결정은 적법한 권한
기속력에 반하는 법원 판결
“재판청구권 침해” 취소 결정
한정위헌 효력 싸고 30년 갈등
확정판결 취소는 사상 두 번째
법원 안팎, 사실상 4심제 우려


◇ 30년간 충돌해온 '한정위헌' 역사 = 헌재와 대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둘러싸고 대립한 역사는 거의 30여년에 달한다. 1989년 창설된 헌재는 1991년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89헌마160)"며 첫번째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양 기관은 그동안 크케 4차례 정면충돌했는데, 헌재가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1997년과 지난달 30일 두 번이다.


◇ 법조계 의견 엇갈려 =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헌재가 위헌 결정한 법률을 적용한 재판을 취소한 예는 있었지만, 헌재가 위헌 결정한 판시 취지를 어기고 기속력을 무시하는 재판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고 그 재판을 취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정위헌 결정도 위헌결정의 일부분인데 이를 무시한 재판을 취소한 첫번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헌결정뿐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 드물지만 한정합헌, 한정위헌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기속력을 인정하고 취지에 따른 재판을 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변형 위헌결정을 독일에서는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학설과 판례에서 인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국민들도 한정합헌, 한정위헌, 헌법불합치가 무엇인지 알 정도로 상당기간 널리 활용되고 있다"면서 "법원이 몇 차례 한정위헌에 대해 어긋나는 판단을 한 적이 있어 헌재가 예외적으로 법원 재판을 취소한 적이 있었고 이번 결정도 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정위헌 결정의 구속력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있었는데도 법원이 변형 위헌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잘못"이라며 "헌재가 재판을 취소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정위헌도 위헌 결정으로서 기속력이 있다는 것이 헌재의 확립된 선례지만, 대법원은 법률해석에 관한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하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해석의 관한 의견에 불과할 뿐 헌법과 법률이 헌재에 부여한 위헌심판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에 기속력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순간 재판은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면서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면 대법원이 스스로 이른바 최고법원 지위를 포기하는 셈이라 전원합의체를 통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정위헌 결정이란] 

헌법재판소가 법률조항 등에 대해 단순하게 '위헌'이라고 하지 않고,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또는 '~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하는 범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변형 결정의 일종이다. 헌법재판소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헌재는 한정위헌도 단순위헌 결정과 같이 기속력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법원은 한정위헌은 법률 해석에 해당하므로 위헌결정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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