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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변동.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리걸에듀

[2022.06.21.]



팬데믹,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자재비, 인건비 등 제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관련 업계의 고충도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사업현장에서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문제가 중대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급작스런 물가변동에 시급히 대처할 필요는 날로 커지고 있으나, 법리 구성의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법률적 차원에서 물가변동에 대응할 구체적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종전의 틀 안에서는 근래의 물가변동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힘들고, 새로운 시각에서의 법리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I.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내용의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이를 적용하여 물가변동분을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예규를 바탕으로 체결된 공공계약에는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삽입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물가변동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간계약에는 공공계약과 같은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근래 “계약서상에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은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인정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정하여 도급계약의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유권해석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처음부터 ‘부존재’하는 경우에 관한 해석은 아니어서, 실제 사안에서 활용이 가능할지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2. 사정변경의 법리에 기한 계약변경 요청

민간계약과 같이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없는 경우의 대처와 관련해, 종전에 학술적으로 주로 언급된 논리는 ‘사정변경의 법리’입니다. ‘사정변경의 법리’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어 당초 정해진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 당사자 일방이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계약법상의 법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정변경의 법리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정변경의 법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으나[1], 최근 대법원은 사정변경에 기한 계약해제권 행사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2]


다만 근래 사정변경에 기한 계약해제권 행사가 인정된 사례는 비자 발급 시한이 문제되는 특수한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계속적 계약에서의 이행비용 증가가 문제되는 물가변동 사안과는 분쟁의 성격에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계약해제권’과 달리 사정변경에 기한 ‘계약변경권’에 관하여는 전혀 논의한 바가 없어, 사정변경의 법리에 기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을 인정받기에는 이론적인 어려움이 예상됩니다.[3]


[각주1] 대법원 1963. 9. 12. 선고 63다452 판결 등

[각주2]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76338 판결

[각주3] 미국에서는 사정변경의 법리와 유사한 ‘실행곤란성(impracticability)의 법리’에 기초해, 급격한 물가변동으로 계약당사자 일방이 종전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곤란해 진 경우에 계약변경권을 인정한 판결이 일부 존재합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이는 상당히 예외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3. 물가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 미국의 법리를 참고하여

이처럼 기존에 논의된 법리적 틀 안에서는 현재의 물가변동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의 법제 및 계약에 적용해 볼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발주자 측 사유로 연장된 계약기간 동안에 발생한 물가변동분에 관하여는 발주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법리가 오랜 기간 발전되어 왔습니다. 발주자 귀책으로 공사가 지연된 기간 동안에 물가가 상승하여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했던 경우에, 발주자는 수급인에게 이러한 비용상승분을 보전해 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가비용에는 노무비, 재료비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위와 같은 법리를 우리 법제에서 변용하여 활용할 수 있다면, 적어도 발주자 측 사유로 공기가 지연되는 기간에 발생한 물가상승분은 발주자로부터 그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법무법인은 물가변동 이슈가 업계 현안으로 부상한 시점부터 외국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였고, 최근에는 관련한 미국의 논의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대입하기 위한 법리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법리 개발 과정에서 민법·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은 물론 각종 표준계약서의 계약조항을 근거로 미국 판례가 국내 건설계약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적 논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와 검토를 통해 실제 분쟁에서도 새로이 개발된 법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II.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상의 대책 중 중 무엇을 활용하건 간에, 수급인이 향후의 분쟁을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사항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계약금액 증액을 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계약당사자들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급격한 물가변동이 있었다는 사정을 입증할 자료 확보에 만전을 기하여야 합니다.


우선 팬데믹 이전에는 재료비, 노무비 수준이 수십 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변동하였고, 이러한 전제 하에 발주자, 수급인 사이에 큰 이견이 없는 범주 내에서 당해 프로젝트의 계약금액이 책정되었다는 점을 설명할 자료 확보가 필요합니다. 즉 발주자와 수급인이 계약 당시 각기 예상한 비용 수준에 관한 자료, 팬데믹 이전의 재료비·노무비 변동성에 관한 자료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자재비 등의 급격한 변동으로 수급인이 계약을 이행하면서 실투입한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초과하였음을 증명할 자료를 확보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가지수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수급인이 실제 투입한 비용을 상세히 입증할 자료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이상과 같이 수급인 입장에서 근래의 물가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여러 법률적 방안과 준비사항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근래의 물가변동이 갑작스러운 것인 만큼,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외국 사례 등에 관한 심도 깊은 리서치, 면밀한 법리 개발, 탄탄한 사실관계 입증을 통해서라면, 기존의 법리적 틀을 넘어선 해법 제시와 해결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법무법인에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병호 변호사 (byungho.choi@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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