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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판결] 명의수탁자가 실소유주 허락없이 부동산 처분했다면

횡령죄로 형사처벌할 순 없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져야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침해… 민사상 불법행위 해당
대법원,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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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인 실소유주의 허락 없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실소유주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
는 지난 9일 토지 실소유주인 A씨가 명의상 소유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다20899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1년 10월 A씨는 C씨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면서 등기는 B씨 명의로 하기로 약정했다. 약정에 따라 C씨가 B씨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면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뤄졌다.


그런데 2014년 4월 B씨가 D씨에게 이 토지를 매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4억원에 토지를 매도하면서 매매대금 중 9억8000만원은 D씨가 토지의 근저당권부채무를 인수하기로 하고, D씨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는데 이를 A씨의 동의 없이 진행한 것이다.


이에 A씨는 "내 동의를 받지 않고 토지를 처분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이라며 "B씨는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으로 4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는 명의신탁 받은 토지를 매도해 법률상 원인 없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A씨는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이 상실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이익 중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다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하면서 2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심은 "A씨와 B씨 사이에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있다거나 B씨가 A씨에게 각 토지를 상당한 가격으로 처분해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며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는 부동산의 매수대금이 아니라, 처분대금이 부당이득으로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라며 B씨의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배상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등을 원인으로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며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의 채권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등기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전원합의체 판결(2014도699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2심에서는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관해 이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해당 판결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으로 명의신탁자의 채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도6992) 선고 이전까지 이를 횡령죄로 처벌하고 있었으므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선 특별한 의문이 없었다"며 "그러나 해당 판결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선 명의수탁자의 임의 처분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설시함으로써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제기된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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