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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소송 ‘패소자 부담원칙’ 30년 묵은 과제 해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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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이 4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A씨는 지하철을 타려다 사고를 당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걸리면서 몸이 튕겨져 나가 다쳤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자주 겪는 사고다. A씨는 B씨와 함께 2019년 7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지하철단차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승강장의 높낮이 차이로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인정했지만, 공사가 이를 시정하는 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차별행위를 인정받았지만, '패소자 비용 부담 원칙'에 따라 각각 500만 원의 소송비용을 물게 됐다.


1990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 원칙이 확립되면서 지난 30여년간 공익소송에서도 패소자 부담 원칙이 적용돼왔다. 이 때문에 A씨처럼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공익소송이라도 패소하면 소송비용을 물게 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공익소송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공익소송의 경우 패소하더라도 소송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 면제해주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주민(49·사법연수원 35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공익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패소한 경우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공익소송 패소비용 감면과 관련해 제기되던 일각의 남소 우려 문제를 개선한 법안으로 주목 받는다. 법원이 공익소송으로 판단한 사건에 한해 패소자에게 소송비용을 감면해주도록 한 것이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법원은 △인권,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관한 사건인 경우 또는 △소송 당사자의 사정, 소송의 성격 및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패소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는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사건에 대한 소의 제기가 소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소송법 개정안은 '국가승소판결의 확정이 있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패소자로부터 소송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인권,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관한 사건인 경우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른 행정소송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소송 당사자의 사정, 소송의 성격 및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패소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는 소송비용 확정결정 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그 일부만을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부당한 차별 시정’ 공익소송
패소해도 전부 또는 일부 면제
민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주목’
공익·인권·환경 등 공익성 고려
재판청구권 실질적 보장 기대


공익변호사들과 시민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패소자 소송비용 부담 원칙을 명시한 현행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중인 조미연(33·변호사시험 7회) 공감 변호사는 "공익소송은 선례가 없는 경우가 많아 승소가 어려운데도, 1억 원을 청구하든 100만 원을 청구하든 일부 패소한 부분에서도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며 "개정안은 공익, 인권, 환경 등의 공익성을 고려한 예외적인 감면 규정을 명시해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고 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일부 재판에서 재판부가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판결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개정안처럼) 명확한 법 규정을 두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소송제도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간 패소자 소송비용 부담 원칙 때문에 관련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은 구제절차를 밟기가 어려웠다"며 "개정안은 '법 앞에 평등'을 실현하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익소송에 대한 정확한 개념 규정이 없는 만큼 어느 범위까지를 공익소송으로 볼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은 "공익소송이 현행법에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잠정적으로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보호,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된 시민의 권리구제 등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송'이라고 칭한 바 있다"면서 "개정안에 적시된 '공공의 이익'이라는 표현은 이미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그 의미가 축적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앞으로 재판과정 등에서 충분히 구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익소송의 기준은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민사소송법에서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경우를 고려하고, 대법원규칙으로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민생과 관련된 공익소송을 보호하자는 개정안의 취지를 잘 살리겠다"고 했다.


박선정·임현경 기자 sjpark·h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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