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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Culture

[Dr.K의 와인여정] (2) 와인 미학

시간따라 변화무쌍
와인은 온몸으로 느끼는 교향곡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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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질상 주량이 꽤 약한 편이다. 대학 시절 신입생 환영회와 직장의 회식, 접대 등에서 항상 주량이 딸려서 고생했다. 맥주 한 병, 소주 석 잔, 폭탄주 한 잔이면 화장실로 몰래 가서 토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내가 와인을 알고부터 주량의 개념이 달라지고 주량의 한계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전에 마시던 술은 '알콜'의 한 형태일 뿐이었지만, 와인은 예술품이라고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은 서로 소통하는 존재다. 음악가는 소리를 매개로, 미술가는 색과 형상으로, 수학자는 수와 수식으로, 문학가는 언어로, 화학자는 원소기호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 정신 세계, 예술 세계를 표현하고 우리는 그것을 통하여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인간끼리 감동을 주고받는 통로는 인간이 가진 오감(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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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지현의 포도 그림. 자연의 산물인 포도를 인간의 미적 감각으로 최대한 살린 그림이라고 생각해서 올려본다. - K>


우리가 베토벤, 모짜르트 같은 위대한 음악가로부터 받는 깊은 감명의 본질은 그 음악가들이 오선지에 음표로 표시해 놓은 부호에 따라 연주가들이 만들어내는 음파가 우리의 청각을 자극해서 느끼게 되는 감동이다. 빈센트 반 고흐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미술가가 주는 감동은 우리 눈을 통하여 전달된다. 음악이나 미술은 감동의 전달이 청각, 시각이라는 단일 감각 기관이지만 와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와인은 오크통과 병속에서의 오랜 잠에서 깨어나 잔(특히 살어름 같이 얇고 투명하고 섬세한 와인 잔이나 디캔터)에 따를 때의 소리, 빛깔, 그리고 - 여기서부터 본론 - 갑자기 주위를 휘감는 향, 잔을 부드럽게 돌릴 때 코로 느끼는 향(부케), 입속에 들어가서 혀를 감싸는 맛(아로마), 마지막으로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서 - 약간의 시차를 두고 - 몸이 느끼고 반응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끼는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와인들이 있다(천문학자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마시는 많은 종류의 주류는 생산 연도와 상관없이 맛과 품질이 일정하지만, 와인은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제조자가 만든 것이라도 제조 연도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나온다. 와인에서 빈티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그 각각의 빈티지 와인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 그 각각의 개성 있는 와인도 시간이 흐를수록 제각각 변화무쌍하게 성숙해가고 변모해간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똑같은 무똥 로실드(Mouton Rothschild) 2003이라도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맛과 향과 느낌이 다르다. (어떻게 마시느냐에도 영향을 받는다.) 병을 열어서 마시는 몇 시간 동안에도 놀랄 만한 변화를 보인다. (대부분의 술이 기울기가 일정한 1차 함수라면, 와인은 변곡점이 여러 개인 고차함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여러 인물(역사와 문학 작품, 영화 등에 나오는 인물) 혹은 여러 이야기를 와인을 매개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이것이 와인의 매력이고 우리가 와인에 빠져드는 이유 중의 하나다.

"와인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뛰어나고 가치있는 것이다(Nothing more excellent or valuable than wine was ever granted by the gods to man)." - 플라톤

"문학, 음악과 미술은 때로 와인과 함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Wine fosters re-emergence of literature, music and painting). 와인은 인류 문명의 아름다운 예술적 표현이다(Wine is a beautiful artistic expression of human civilization)" -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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