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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국제상사조정에 법조계의 올바른 인식 필요”

박노형 한국조정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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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정, 특히 국제상사조정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동안 중재는 집행력이 있고 조정은 그렇지 않아 기업 분쟁 해결에는 조정보다 중재가 더 쓸모있다고 여겨졌지만, 싱가포르조정협약이 발효됨으로써 조정은 중재에 버금가는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됐습니다."

2020년 9월 산업부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국제조정센터(KIMC, Korea International Mediation Centre) 이사장인 박노형 고려대 로스쿨 교수의 말이다.

그는 "분쟁 당사자들은 조정을 통해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내용을 합의하므로 조정에 의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는 실제 그렇게 많지 않다. 여기에 싱가포르조정협약은 국제상사조정에 의한 화해합의에 집행력을 부여해 집행력 문제도 사라지게 됐다"면서 "중재와 비교해 조정이 집행력이 없다는 단점은 일종의 관념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정의 핵심은 협상통한 윈-윈
싱가포르 조정협약 발효로
중재 버금가는 법적 지위 가져

박 교수는 KIMC 초대 이사장으로 3년째 센터를 이끌고 있다. KIMC는 싱가포르조정협약이라 불리는 '조정에 의한 국제화해합의에 관한 UN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Settlement Agreements Resulting from Mediation)'의 적극적이고 올바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이 협약 초기 서명국이고 조만간 비준을 거쳐 당사국이 될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등 많은 국가들까지 당사국이 되면 협약은 중재에 관한 뉴욕협약과 같이 국제분쟁해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조정은 중재에는 없는 '당사자들의 협상에 의한 해결'이라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고, 국제상사조정에 의한 화해합의에는 집행력까지 부여됐습니다. 국제상사조정에 대한 국내 기업과 법조계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 교수는 조정이 기업에 특히 유용한 이유로 △조정의 핵심인 협상을 통한 윈-윈(win-win) 합의 도출 △합의에 의한 해결로 분쟁당사자들의 관계 지속 및 발전 △계약적 성격을 가진 합의의 특성에 따른 자율적 이행 등을 들었다.

"조정에 의한 합의는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도출하는 것이어서 자율적인 동시에 창의적이라는 장점을 가집니다. 중재는 제3자인 중재인이 법에 따른 판정을 내리는 점에서 중재 결과에 대해 당사자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고 또한 법에 따른 시비를 가리는 것이어서 당사자들의 승패가 나뉩니다. 이와 달리 조정에서는 제3자인 조정인의 도움을 받아 당사자들이 스스로 합의를 도출하게 돼 소위 윈-윈 합의가 가능하고, 그 결과 분쟁당사자들의 관계는 계속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조정에서 조정인은 조역이고 분쟁당사자들이 주역인 점에서, 조정은 풀뿌리 민주적 분쟁 해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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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도 국제중재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에서 국제ADR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ADR)가 분리됐고, 싱가포르에서도 국제중재센터에서 국제조정센터가 분리됐다"며 국제적으로 중재와 조정 기관이 분리되면서 조정이 보다 중요하게 활용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물론 조정인의 도움을 받아 협상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조정이 실패하면 중재나 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에서 조정은 중재와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지만, 싱가포르조정협약을 통해 조정이 중재와 버금가는 지위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KIMC는 국제상사조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27일부터 사흘간 '국제상사조정전문가' 과정을 개최한다. 이번 과정에는 국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호주, 홍콩과 인도네시아 전문가들과 국제상사조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공유할 예정이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에서 수강 신청 접수가 진행 중이다.

"조정은 법에 근거한 해결이 아니라 협상에 근거한 해결인 점에서 기업 사이 국제상사분쟁 해결에 특히 적합합니다. 중재에서와 같은 준거법의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도 싱가포르조정협약의 비준 등 국제상사조정의 법제도적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과 법조계가 국제상사조정을 활용할 의지가 없으면 이런 노력이 의미가 없게 됩니다. 특히 기업을 자문하는 변호사 등 법조인이 협상과 조정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고, 로스쿨과 대학에서도 협상·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조정협약에 의해 새로운 지위를 가진 국제상사조정을 적극 활용하면, 우리 기업과 국가경쟁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