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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의 와인여정

[Dr.K의 와인여정] (1) 와인, 그 여정의 시작

선물로 산 ‘사또 무똥로실드’, 13년 후 가격이 무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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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좀 늦은 나이에 얻은 외아들이 있다. 2003년생이고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자랐고 현재는 영국 기숙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들이 만 세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아들 생일 선물을 뭘 해줄까 한참 고민하다가 '이거다!'하고 무릎을 치며 나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바로 실행에 옮겼다. 다름아닌 아들을 위한 '특별한' 와인을 선물하는 것!


179579_1.jpg우선 아들이 2003년 생이니 양띠이고 양은 프랑스어로 무똥(mouton). 따라서 프랑스 보르도에 위치한 5대 샤또 중의 하나인 '샤또 무똥로실드(Chateau Mouton Rothschild)'의 2003년산 와인을 사주기로 하고 두 케이스를 주문하였다. 아들이 나중에 커서 결혼할 때 한 케이스를 하객들에게 접대하고, 나머지 한 케이스는 아들부부가 나중에 아들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마시도록 아빠가 오래전에 마련해준 선물로!

 

<사진은 2003년 Chateau Mouton Rothschild 와인병에 붙은 에티켓. Chateau Mouton Rothschild를 1853년에 인수한 Baron Nathaniel de Rothschild (남작)의 초상화인데, 2003년에 이 와이너리 인수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현재 주인인 5대후손 Baroness Philippine de Rothschild 가 150년전 인수계약서를 배경으로 작성한 에티켓이다. (와인병에 붙은 라벨은 '에티켓'이라 부른다.)>

2003년은 프랑스 보르도가 매우 덥고 비교적 건조한 해였다. (극한의 혹서, heat wave가 몰아닥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래서 2003년산 포도는 당도가 뛰어나고 이 포도로 빚은 와인 역시 와인평론가들로부터 꽤 괜찮은 평을 받고 있었다. 로버트파커(Robert M. Parker, Jr. 현존하는 최고의 와인평론가로 알려져 있음. 물론 반론의 여지도 있지만…)도 처음 이 와인을 시음하고 95~98점이라는 꽤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내가 이 와인을 구입할 때 지불한 가격은 병당 약 100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15만 원)가 조금 못되는 가격이었다.(유럽에서의 와인거래는 대부분 영국의 와인거래시장에서 파운드화로 거래된다.)

그로부터 정확히 13년 후. 2019년 3월 런던을 방문하던 중 아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아들이 마침 영국친구도 데리고 나오고 양식 스테이크를 먹고싶다고 해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서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다가 함께 있던 와인리스트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 바로 2003년산 무똥로실드 와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가격을 보니 병당 1,850파운드였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와인 가격은 보통 싯가의 2배 (때로는 그 이상) 정도의 가격을 받곤 한다. 그래도 꽤 비싼 와인임은 확실했다.

아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그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빠에게는 이 와인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상징하는 와인이고 그 샤또의 역사와 와인의 특성 등등.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13년 전 생일선물로 준비해 두었다는 이야기까지.

"그때 (와인값으로) 얼마줬어?"

"아들이 한번 알아맞춰봐! 아빠가 얼마 지불했을 것 같아?"


스무고개 끝에 결국 아들에게 아빠의 취득원가를 알려줬더니 아들 감격!

"아빠, 그거 당장 팔자!"

"아빠는 천만금을 받아도 아들의 분신을 팔 수 없다! 네 결혼식 때 모두 네게 줄테니 그때 네가 팔려면 팔고 마음대로 해. 지금은 팔 수 없어."


식사 후 아들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Hedonism이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샾에 데리고 갔다.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매니저를 잘 아는 사이였던 터라 가게 문을 닫은 후에도 필자와 아들을 위해 구석구석 구경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병당 수십파운드 와인부터 경매에나 나오는 수십만 파운드까지 하는 엄청난 와인들, 프랑스와인부터 남미, 남아공 등 신세계와인까지, 최근 빈티지부터 100년 넘은 와인들… 많은 종류의 와인을 아들에게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이로부터 우리 부자의 '이야기가 있는 와인 여정'이 시작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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