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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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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관계

A(당시 17세)는 2018년 8월 3일 망인과 성관계를 하던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망인의 나체 또는 속옷 입은 모습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A는 같은 달 19일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20일 새벽 1시 A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자신의 SNS에 게시하였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친구를 만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12시 25분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A는 망인에 대한 사진 촬영 및 협박 행위에 관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B는 A의 아버지로 A가 2세 때 A의 어머니 C와 협의이혼을 하였고,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C가 지정되었다.

 

망인의 부모와 여동생은 A의 협박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A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B와 C는 A의 부모로서 미성년자 A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A가 미성년자인 점,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는 없는 점, 망인이 다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불안장애 및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점 등을 참작 A의 책임을 60%로 제한).

 

B와 C에 대하여는 부모(특히 C는 A와 같이 살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A가 의존하면서 C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었음)로서 평소 A가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그외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교육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의 사망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① C에 대하여는 A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점, A가 다른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점 등을 고려 책임을 40%로 제한, ② B에 대하여는 C와 같은 사정 외에도 B가 A와 함께 살지 않아 A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B의 책임을 10%로 제한).

 
B는 C와 이혼하여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아 A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자의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가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되어 있지만(제913조) 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이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고(제837조),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자의 보호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제837조의2) 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어 피고 B는 친권자인 C와 함께 A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장을 배척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A, B, C)이 모두 항소하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망인의 손해액을 일부 줄여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상고심의 판단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B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 중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러한 부모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로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혼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제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비양육친은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비 분담 의무만으로 비양육친이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의 협의를 통하여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①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양육 환경, 비양육친의 양육에 대한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②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모로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비양육친의 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피고 B는 A의 아버지이지만 A가 어릴 때 C와 이혼한 이후로 A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4. 평석

민법 제755조 1항 본문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책임의 주체를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도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책임의 주체가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는 친권자(제913조 등)와 미성년후견인(제945조, 제946조, 제949조)이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의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민법은 단순히 부모로서 갖는 권리의무(성년후견개시청구권,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 혼인동의권, 미성년자 입양동의권, 친권자지정 청구권, 부양을 받을 권리와 부양의무, 상속권 등)와 친권자로서 갖는 권한(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동의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 책임, 보호 및 교양의 권리의무, 법률행위대리권, 미성년후견인 지정권)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인취소 또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되는 경우 등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혼 등으로 부모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 부모 사이에 친권자 변경에 관하여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심판 등 재판이 있어야 변경될 수 있는 점, 부모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부모가 사실상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친권자가 아닌 부모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권한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감독권한을 인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라도 예외적으로 감독의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한편, 종래 '친권'과는 별도로 '양육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현행 민법상 기본적으로 친권 외에 양육권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쓸 필요는 없다(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권한의 일부). 다만, 친권자가 부모 공동으로 지정되었지만 부모 일방이 미성년자를 직접 보호양육하는 등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이지만 조부모 등 제3자가 사실상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인데 부모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거나 재산관리권 등을 사퇴하여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고 그 미성년후견인이 제한되거나 사퇴한 권한과 함께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맡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육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양의무는 친권자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직계혈족)로서 지는 의무이고, 양육비청구권은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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