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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대구 방화 참사, 변호사 역할에 대한 오해가 원인”

당사자 위해 변호하는데 분쟁 촉발 장본인 인식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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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13일 제67차 상임이사회를 열고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대책 특별위원회의 출범과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변호사 제도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 개선과 함께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제고, 변호사 사무실 보안 강화 등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에게

분노 표출·보복성 가해 사례 많아


◇ "변호사에 대한 잘못된 시선 방치… 사법 불신도 한몫" =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는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사건 당사자가 상대편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벌인 돌발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까지 쌓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변호사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방치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변호사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아 변호사 역할과 관련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김정욱(43·변호사시험 2회)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가장 크지만, 변호사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오해 역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변호사는 당사자의 권익을 위해 그를 변호·대리할 뿐인데, 사건이나 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고 잘못 인식해 변호사에게 분노를 돌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정형근(65·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도 "사건 당사자 간 이해충돌이 첨예해져가는 반면, 사건에 대한 분노가 의뢰인들로부터 사건을 받아 수행하는 변호사에게로 퍼져가는 풍토가 문제"라며 "흉악범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맹비난하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가해 변호인이 사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안시스템에 많은 예산을 쓰는 대형로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 로펌 또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의 보안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출입자를 통제할 수 있는 대형로펌과 달리 중소형 변호사 사무실은 출입자 관리, 소화 설비 등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승우(46·37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는 "대형로펌들은 출입 통제를 엄격하게 하지만, 작은 로펌이나 개인사무소는 통제 절차가 따로 없다"면서 "또 사무실에 문서나 전자기기가 빽빽하게 비치돼 있는데 스프링클러가 오작동이라도 하면 자료와 설비가 망가지기 때문에 소형 소화기를 비치하는데 그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사법제도 전반에 불신이 커진 것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재판의 공정성 등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건 당사자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불만이 쌓이면서 애꿎은 변호사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석화(61·29기)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이번 사건이 사법과 판결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치인들이 매번 자신들이 당사자인 사건에서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니, 사법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 국민들도 사건에서 패소했을 때 어떤 생각을 가지겠느냐"고 했다.

김민주(43·2회) 대한변호사협회의 공보이사는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사건"이라며 "겹겹이 보안이 갖춰진 법원이나 검찰 대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하고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변호사 사무실이 (가해의) 타깃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재판 등

사법 불신에 기인한 사건


◇ "남의 일이 아니다"… 참담한 변호사들 =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사건관계인 등으로부터 일상적으로 크로 작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보복성 가해 위협으로 심적 고통을 토로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류인규(37·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도 십여년 전 법무관 시절 재판을 마치고 나온 상대방 당사자가 품안의 식칼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며 "어제 오늘 변호사들이 모여있는 채팅방에서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는데, 변호사들은 대구 사건을 보면서 충분히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소송 관계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아본 적이 없는 변호사가 오히려 드물 것"이라고 했다.

이승우 법승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테러라고 할 수 있는 사건까지는 없었는데, 행여 모방범죄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9일 변호사들이 이용하는 익명 사이트에는 "나도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멍한 기분", "근거없이 희생자를 욕하는 글들도 있어 참담하고 슬픈 심경"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50여개의 추천을 받으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중소로펌·개인사무실,

보안·방화시설도 강화해야


◇ "국민 인식 개선… 보안 시설 갖춰야" =
전문가들은 이번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의 보안·방화 설비 확충 △사법 전반에 대한 신뢰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석화 대구변회장은 "합동 추모제를 진행하면서 변호사에 대한 시민의식 전반을 제고할 수 있는 운동으로 승화하려 했다"며 "앞으로도 전문직종에 대한 정당한 권위를 회복하는 시민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근 교수는 "변호사는 직업적으로 의뢰인을 대리할 뿐 의뢰인의 행동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며 "변호사단체가 이 같은 인식 개선 활동에 앞장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변협 공보이사는 "안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경비업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경호 물품을 지원하는 등 열악한 변호사 사무실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보안업체와 단체협약 추진 등을 고려하고 있다.

김기원(37·변시 5회)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사건 관련자들이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사법제도 운영에 쓰여야 하고, 더 나은 제도들이 모색돼야 한다"며 "판사 수 증원,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활성화, 배심제 확대, 증거개시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검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을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사법절차와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에 대한 가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원 회장은 "'사법질서보호법' 등 사법제도 관련자들을 해하는 행위를 엄중 처벌하는 법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서울변회장은 "안전한 변론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입법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또 변호사에 대한 폭언, 폭행 등 위협행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변호사 전용 통로 도입 등) 법원 내 치안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변협은 13일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장은 이종엽(59·18기) 협회장이 직접 맡았다. 특위는 법원·법무부·대검찰청 등과 소통 채널을 마련해 범죄피해자 지원과 사고 수습, 대안 마련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위 출범과 함께 변협이 대구변회에 기탁한 1억5000만원의 지원금은 대구변회가 모금을 통해 마련한 성금과 함께 희생자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홍수정·홍윤지·임현경 기자

soojung·hyj·hylim@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