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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변호사

[책 읽어주는 변호사] "서울살이 몇핸가요?"

탈서울 지망생 입니다 (김미향 著 / 한겨레출판사 펴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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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몇 핸가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마음에 담고 살아가나요

서울살이 십 년, 네 번째 적금통장 해지

남편 위해

자식을 위해

또 한 번은 애인을 위해 방을 옮겼죠

이제는 날 위해 내가 살기 좋은 방으로

이사를 갑니다


서울 변두리에 사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음 뮤지컬 <빨래>의 '서울살이 몇핸가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비뉴 큐'(Avenue Q)도 있다. '애비뉴 큐'는 가장 도심인 애비뉴 에이(A)에서 한참 떨어진 곳(Q)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도시의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애비뉴 큐'의 대표곡은 등장 인물들이 서로 자신의 인생이 더 최악이라고 다투는 내용을 담은 '내 인생 엿같아'(It sucks to be me)이다.

경제적으로건, 사회문화적으로건 모든 기반이 집중되어 있는 화려한 도시. 도시인들은 도시가 주는 각종 혜택을 누리지만, 그 대가는 상당히 크다. 요즘처럼 서울 집값이 끝도 없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어쩐지 도시가 주는 혜택보다 이를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에 자연스럽게 혹은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점점 멀어진 사람들도 이미 꽤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48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인구 이동은 줄었지만, 탈서울 인구는 늘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탈서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자원이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탈서울은 쉬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도시가 제법 국토 골고루 형성되어 있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서울과 비서울로 나눌 정도로 사회·문화·경제적 자원의 서울에의 집중이 훨씬 더 심하기에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이렇게 대부분의 서울의 평범한 직장인의 입장에서 탈서울을 다룬 책이다. 특히, 이 책은 귀농 아닌 탈서울을 이야기한다. 10년차 기자이자 동시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이기도 한 저자는 적당하게 사회적 기반이 갖춰진 소도시에서 도시보다는 조금 천천히 호흡할 수 있는 정도의 삶을 꿈꾼다. 아마도 탈서울을 꿈꾸는 사람들 대부분이 원하는 삶 아닐까?

책에는 저자가 탈서울을 생각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탈서울하는 데 우려 요소로 작용하는 것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 탈서울을 고민하거나 실제 탈서울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서 들은 탈서울의 이상과 현실 등 탈서울을 향한 저자의 진지하고도 현실적인 고민의 여정이 담겨 있다. 특히, 책에는 실제 탈서울한 사람들 7명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을 떠난 지 1~2년밖에 안 된 사례가 더 많긴 하지만, 7년 정도 된 사람의 이야기도 나온다. 또,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이천에서부터 춘천, 양양, 부산, 창원, 전주, 제주까지 다양한 정착지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탈서울을 고민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주거 문제였다. 예전에는 주거 문제라고 하면 빈곤 문제랑 결부되어 극빈층의 문제로 다루어졌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2년마다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 주거 문제는 사회 보편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다. 열심히 저축해도 비좁은 내 삶의 공간은 넓어지기 어렵고, 오히려 계속 도시의 외곽으로, 도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지방으로의 이주를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탈서울을 부추기는 것들은 주거 문제 외에 다른 문제들도 여럿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서울이 아이를 키우기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집 내부가 깔끔하면서 근처에 놀이터와 공원이 있는 집을 찾기 어렵고, 휴일에도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지만 그럴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세먼지는 날로 심각해진다. 또, 서울에의 과도한 인구집중으로 인해 서울시민들은 매일 아침 출퇴근길 지옥을 경험하고, 하루 이동 시간만으로 2~3시간을 쓴다. 어떤 사람은 서울에서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것의 고통도 이야기한다.

"수도권 생활자 누구나 그렇듯 하루에 이동 시간만으로 최소 두 시간 정도는 늘 길에다 버려야 하는 게 일상이었죠. 서울에선 출퇴근을 비롯해 어느 곳을 다녀도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큰데, 제주에선 그렇지 않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 234쪽, 제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 중

"제가 너무 쉽게 밀려날 수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나서는 서울에서 더 이상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239쪽, 제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 중

사실 탈서울 할 이유야 넘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밥벌이가 서울에 있고 대부분의 기회가 서울에 있는 현실에서 실제 탈서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책에 나오는 탈서울 사례들을 보면, 비교적 쉽게 이주지에 있는 직장에 취업이 되거나 이주지에서의 직업교육을 통해 새 직업을 얻게 된 케이스, 주중엔 서울에 있는 회사에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집 근처에서 취미생활을 하는 케이스, 관광지에서 카페를 창업한 케이스, 기자에서 프리랜서 정책연구자로 일하게 된 케이스 등등 이 문제를 해결(?)하는 양상은 다양한 듯 했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보다 기회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이야기했고, 따라서 이 밥벌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탈서울이 모든 문제의 해결점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요양 온 것도,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살려고' 온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일'이 없다면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확실히 서울보다는 일거리가 적은 편이니까요."
"그래서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 생활이 아니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개념적인 것부터 실체적인 것까지 '어떻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세요. 그래야 연착륙할 수 있습니다."
-210쪽, 제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 중

법률가와 같은 전문직이라면 조금은 사정이 낫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봉급생활자라면 지방에서 어떻게 밥벌이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쉬운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또 삶의 만족도 향상이라는 엄청난 것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책은 '탈서울'에 관하여 이야기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탈서울'을 넘어 '조금 다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더 나은 삶이 무엇일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어떤 이는 지방으로 온 후 시야가 넓어졌다고 하고, 어떤 이는 지방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탈서울 역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고, 또 그러한 고민의 깊이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는 게 아닐까?

한편, 책 후반부에 저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서 탈서울에 대한 고민을 잠시 미루게 되었고, 서울 마곡동에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생활환경이 나아지자 원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출산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생활환경이 중요하다는 취지일 테고 여러 고민들이 있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앞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삶을 모색하던 저자였음에도 남자친구의 결혼 제안으로 갑자기 삶의 방향이 선회된 것 같이 느껴져 독자로서 조금 당황스러운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탈조선은 어렵지만 탈서울이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이 주는 여러 사례들과 조언들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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