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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변호사회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는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

"극단적 행동 없게 화해·조정 적극 활용" 지적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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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설치된 화재 참사 희생자 6명의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공=대구지방변호사회>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변호사 1명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져 법조계가 비통에 잠겼다. "무서워서 변호사 업무 하겠느냐"는 탄식과 함께 "변호사 제도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변호사들이 업무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크고 작은 위협에 노출되는 일을 막고 적정한 보안 대책을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패소에 앙심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에 불 질러

 
◇ 패소 이유로 상대방 소송대리인에 보복 =
지난 9일 오전 10시 55분 주민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검찰 청사 인근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우정법원빌딩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소방차량 등 64대와 소방인력 160여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20여분 만인 오전 11시 17분 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7명이 희생됐다. 연기 흡입 등으로 부상자도 50여명이 나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최초 불길은 우정법원빌딩 203호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천모(53)씨에 의한 방화사건으로 보고 있다. 천씨 역시 이날 화재로 사망했다. 나머지 희생자 6명은 A변호사와 사무직원들이다. 숨진 사무직원 중에는 A변호사의 사촌동생과, 다른 변호사의 여동생도 있었다.

 
경찰은 천씨가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자 상대방 대리인인 B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변호사와 B변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함께 사무실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변호사는 당시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포항으로 출장을 가 화를 면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A변호사의 시신 등 2구에서 자상 흔적과 함께 흉기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천씨가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뿌리고 방화하기 전후 흉기를 휘둘렀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같은 빌딩 4층에 있던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사무실에서 일을 막 마쳤는데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가보려고 하는데 '불이 났다'는 말을 들었고, 연기가 심해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못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 회장은 출동한 구조대와 함께 비로소 대피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저녁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연락을 받고 도착한 유족들이 모여 들었다.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유족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혼절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유족협의회를 구성하고, 이 회장과 강윤구 제1부회장 등 대구변회 집행부와 분향소 설치 및 장례절차 등에 관해 협의했다. 유족 가운데에는 고인이 된 A변호사의 부인도 있었다. 한 유족은 "도대체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냐"며 오열했고, 다른 유족은 말 없이 연신 눈물만 떨궜다.


이날 밤늦게 협의를 마친 대구변회와 유족협의회는 장례를 대구변호사회장(葬)으로 치르고,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참사가 발생한 우정법원빌딩 근처에서는 밤 늦도록 매캐한 연기 냄새가 진동했고 소방당국과 경찰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상황을 통제했다. 화마가 할퀴고 간 빌딩의 깨진 유리창은 이날의 참상을 말해줬다.


동료 변호사·직원 등

7명 숨지고 50여 명은 부상

 
◇ 8년 전에도 '사건 앙심' 방화 사건 =
8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법조타운이 밀집한 서초동에서 벌어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2014년 8월 4일 최모(당시 59세)씨가 오후 12시 53분 서초동 지하철 교대역 인근의 한 빌딩 5층에 있는 C변호사 사무실에 5ℓ짜리 석유통을 들고 들어가 "살고 싶으면 다 나가라"고 소리친 뒤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13분여 만에 진화됐지만 약 198㎡(60평) 규모의 변호사 사무실이 전소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사무장 등 직원 4명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이웃 사무실 직원 등이 황급히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C변호사도 점심 식사를 위해 외출해 화를 면했다.


불을 지른 후 도망쳤던 최씨는 같은 날 서초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최씨는 2004년 20억원 규모의 사기를 당했다며 C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는데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하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6월 17일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박영수 변호사가 수임 사건의 상대방인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습격을 당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12월에는 광주지검에서 근무하던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 청사에서 민원인이 휘두른 철제공구에 맞아 다치는 사건이 있었고, 2007년 1월에는 대학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쏘아 부상을 입힌 '석궁테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잊을 만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니 무서워서 변호사 업무를 하겠느냐"며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충격

“변호사 업무에 목숨 걸어야 하나…”


◇ 충격에 빠진 법조계… "대책 마련" 등 호소 =
법조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참사가 발생한 건물 인근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됐다"면서 "사무실 입구에 철창이라도 치고 삼단봉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 등 사건관계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악성 민원과 협박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그동안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평소 변호사 사무실 현관 유리문을 잠궈두는 등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소송보다 조정 또는 화해 등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를 적극 활용해 사건 관련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석(59·군법 8회)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법률가로서 매우 안타깝다. 분쟁 과정에서 제3자가 당사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치유의 과정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조정은 소송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들지만 이제 우리 사회가 그 비용를 수용할 만큼 성숙해졌으므로 소송보다 당사자의 자율적인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로리 계명대 법학과 교수는 "분쟁 당사자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한 법리적·경제적·심리적 환경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소송은 이러한 과정이 거의 없다"며 "물론 극단적인 행동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충분한 조정과정을 거쳤다면 그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앙금을 풀거나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사법판단과 절차 등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위협하는 여러가지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보복을 하려면 자신을 기망해 투자를 하게 한 사람이 보복의 대상이 돼야 하는데 관련이 적은 상대방 대리인을 대상으로 했다"며 "보복의 대상이 전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의자 사고의 기저에는 반사회적 사고와 더불어 사법제도에 대한 과도한 불신, 의심이 존재했을 수 있다. 사법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동일한 유형의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등 변호사단체들은 9~10일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호소하는 한편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구 = 정준휘·안재명 기자

junhui·jman@lawtimes.co.kr

 

 

 

슬픔에 잠겨 계실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리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합동분향소 :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특104호

도로명)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 130 경북대학교병원

지번)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2가 50 경북대학교병원


조문기간 : 2022. 06. 10. (금) 오후 6시부터 2022. 06. 13. (월) 오후 6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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