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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가 쓴 책] ‘밤이 깔렸다’ (하태영 동아대 로스쿨 교수 著)

법조인을 자극했던 이병주 소설 속 법리 분석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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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은 나림 이병주(1921-1992)의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된다. 한 때 그랬다. 법대생·법학교육·사법고시 병폐를 다룬 그의 글들은 지식인과 법조인을 자극했다. 젊은 시절, '소설·알렉산드리아'를 읽었다. 충격을 받았다. 교도소·사라의 춤·살인·재판·편지 내용이 영혼을 흔들었다.

지난 40년간 잊고 지내던 나림 작품을 다시 읽었다. 법학자가 되어 읽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형법학자가 새기는 나림 이병주의 법·소설·삶을 주제로, 어록집을 만들기로 했다. 읽고 정리하면서 감상을 모으면 책이 되겠다 생각했다.

나림의 법사상은 유럽 정신과 헌법 정신에서 나온다. 인권·자유·평등·인간 존엄이다. 한국 사법제도 근대화에 대한 성찰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작품이 방대하기 때문에 그가 쓴 소설 88권과 수필집 40권 중에서 작품들을 고르고 순서를 정했다. 5년에 걸쳐 가다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2022년 4월 3일 나림 사후 30주년을 기념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첫 호인 '밤이 깔렸다'를 4월 3일 출판했다.

'밤이 깔렸다'에는 10편의 소설을 소개하면서, 해설·줄거리·어록을 담았다. 제목인 '밤이 깔렸다'는 나림 첫 소설 '소설·알렉산드리아' 첫 문장에서 뽑았다. 야만의 시대였다. '밤'은 암울한 역사를, '깔렸다'는 국민의 슬픈 운명을 뜻한다.

독자가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각 소설의 줄거리를 책에 충분히 담았다. 소설 내용 전체를 압축하되, 줄거리를 엮을 때 소설 속 문장을 가급적 그대로 사용했다. 서사와 명문으로 쓴 '더 작은 단편', 5분 안에 설명할 수 있는 분량이 되기를 바랐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한 번 쓰기 시작하자 속도가 붙었다.

해설 부분에는 법률 배경·시대 배경·오늘의 의미를 찾았다.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다듬은 나림의 문장을 자주 인용했다. 내용 면에서는 나림의 소설들 속 법리를 분석해 작품을 깊이 안내하려 노력했다. 현재성을 탐색하면 오늘의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삶의 통찰과 지혜가 녹아 있는 나림의 명문장들을 어록으로 추리니 그 자체로 인문의 향연이다. 사색과 성찰이 깨우침과 실천으로 이어져 독자의 삶이 풍성하게 열리기를 바란다. 좋은 문장들은 글쓰기 공부에도 힘이 될 것이다.

'밤이 깔렸다'에 담긴 나림의 소설 10편은 <소설·알렉산드리아> <법률과 알레르기> <예낭 풍물지> <패자의 관> <겨울밤-어느 황제의 회상> <칸나·X·타나토스> <내 마음은 돌이 아니다> <철학적 살인>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운명의 덫>이다. 단편은 하루 한 편, 중편은 3일에 한 편, 장편은 1주일이 걸렸다. 하루 3~5시간, 하루종일 읽고 정리한 날도 있었다. 초고를 만드는 데는 한 달이 걸렸다.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나림의 소설 10편을 감상하는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


하태영 교수 (동아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