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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국가수사구조 연구 22년… 정웅석 형소법학회장

“수사권 문제를 국가기관 간 권한 대립으로 보면 안 돼”

미국변호사
"권력을 감시하면서 정권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 학자의 숙명입니다."

22년간 형사사법시스템과 국가 수사구조 체계 연구에 매진해온 정웅석(61·사진)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의 말이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 일련의 검찰개혁이 충분한 연구와 논의 없이 날림으로 이뤄졌다며 지속적으로 비판한 형사법 이론가다. 그는 검찰개혁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한 터줏대감이자 동료들의 연구를 독려해온 구심점이기도 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밤 연구실을 지키는 연구광인 그는 "일부 검사들이 미울 수는 있지만, 검사제도의 본질이 피해자를 대신해 기소하고 처벌하는 기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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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공판정에서 제대로 된 공소유지가 가능할까요. 죄 지은 사람을 법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범죄인만 득을 보는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정웅석(61·사진)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22년간 검찰을 포함한 국가 형사사법체계와 수사구조를 깊이 연구한 형사법 전문가로, 형사소송법 개정 등 중요한 형사법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관련 연구와 토론회를 주최해온 '행동형 법학자'이다. 형법총론, 형법각론, 사례 형사소송법 등 교과서 뿐만 아니라 형사법 논문도 많이 펴냈다. 전두환 미납 추징금 징수를 위한 '추징금 징수의 실효성 확보방안' 논문을 처음 냈고,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초안도 마련했다. 지난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자 두 달 뒤인 같은해 3월 공수처 조직과 관련 법제도를 연구한 첫 법학전문서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과 제도의 이해'를 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검찰제도를 포함한 국가 수사구조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급박하게 추진되는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검사’ 본질이 피해자 대신해

기소·처벌하는 기관


그는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자 이듬해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연구'를 발간했다. 201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자 같은해 '수사지휘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개정판을 냈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형사소송법이 또 개정되자, 2년 뒤인 지난 3월 '국가 형사사법 체계 및 수사구조 연구'를 발간해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본문만 1500여쪽에 달하는 '국가 형사사법 체계 및 수사구조 연구'에는 갑오개혁부터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에 이르는 검찰사(史)와 국내외 형사사법구조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수사·기소 분리를 포함한 검찰개혁 과정을 자세히 다뤘고, 개정 형사소송법과 형사사법구조를 분석하면서 바람직한 수사체계 구성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한 점도 특징이다. 구체적으로는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필요성 △우리나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 방안 △사법경찰의 통합 운영 방안(미국식 FBI 설치 방안) △공소장 공개시기 및 대배심 제도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검·경 관계 설정 △전자소송 기반 영상재판 도입 등 증거사용의 합리적 대안 등을 다뤘다.

정 회장은 "국가를 바라보는 방식에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제는 단순한 조문의 해석이 아닌 근본적인 형사사법체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아니라 검사의 '직접수사'와 '수사지휘'의 분리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검찰의 준사법적 성격을 회복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만이 막강한 권력작용인 수사권 자체에 대한 통제장치로 작동할 것"이라며 "수사청에 직접수사권을 부여하되 수사에 대한 책임도 수사청의 수사관이 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검찰청 및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굳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영·미식의 사법체계에 따라 지체 없이 사건을 법원에 송치해 공판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시스템을 통해 공판중심주의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무현실과 형사사법시스템의 체계를 간과한 급격한 제도변경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수사·기소 분리되면

제대로 된 공소유지 가능할까…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에 대해서는 "법이 너무 복잡하게 변경된 결과, 민생사건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며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의 조사에서 보완수사 범위는 물론 사실상 기소범위까지 결정되므로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과 비선임한 사람 사이에 법률적 차별대우가 극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진정한 미국식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이 도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문제를 국가기관 간 권한 대립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검사가 사법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것이 인권보호에 기여하는지, 형사사법 정의 실현에 유익한 것인지 등의 관점에서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권은 구체적 범죄 사실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을 수사하는 '사법경찰관' 개인과, 그 사건을 사법적으로 통제하는 '검사' 개인의 기능적 관계에 불과합니다. 해당 사건이 종결되면 둘 사이의 관계는 끝나므로, 사법경찰관이 수사지휘를 하는 검사를 견제한다거나, 양측에 권력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수사에서 검사에게 우월적 지위가 부여되는 이유는 비법률가인 경찰이 수사의 합목적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법·탈법행위를 법률가이자 준(準)사법기관인 검사가 감독·통제하라는 것입니다. 법률적용의 정확성을 담보하라는 법치국가적 요청의 결과입니다. 다만 검사의 우위성은 사법경찰관리의 범죄수사에 한정되는 것이지, 경찰 전체에 대한 검찰의 우위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179197_1.jpg정 회장은 전라남도 광주에서 2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초·중·고를 모두 광주에서 마쳤다. 고3 때는 교련 연대장(학생회장)을 맡았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그는 서울에 있었고, 어릴 적 친구 몇몇이 화를 당했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면

수사·기소 분리가 아니라

검사의 ‘직접수사’와

‘수사지휘’ 분리로 개혁돼야


이듬해 연세대 법대에 입학했다. 당시 전두환정권은 각 대학 1학년 학생들을 모아 1주일간 군사 집체훈련을 받게 했다. 학생 중대장이던 그는 반대시위 선두에 섰다가 강제징집을 당했다. 고려대와 한국외대 학생들이 주도한 문무대 소요 사건이 발생하자, 군이 앞선 연세대 학생들의 저항까지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20사단에 입대한 그는 군복무 기간 군의 감시를 받았다.

정 회장은 전역 후 6년간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사법시험은 1차에 3차례 합격해 6번의 2차시험을 봤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모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법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석·박사 학위과정을 밟을 때부터 지금까지 증거법을 깊이 연구해왔다. 박사논문도 전문법칙을 주제로 썼다. 그런데 2000년 초임교수 시절 법무부에서 일하던 친구의 요청으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SBS 프로그램인 '100인에게 묻다'는 매주 다른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00명의 시민 패널이 토론 시작 전 찬반 투표를 하고, 스튜디오 가운데 앉은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이 끝난 뒤 시민들이 다시 찬반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다.

정 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주제로 열린 회차에 출연했다. 김대중정부 시절로,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법학계 안팎에는 검사가 경찰에 강도 높은 수사지휘를 하는 것에 반대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더 많았다. 처음 투표에서는 수사권 조정 찬성 90대 반대 10으로 나타났지만, 그가 반대 패널로 참여한 전문가 토론 이후 70대 30으로 결과가 바뀌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검찰제도를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9년 로스쿨 출범 전후 교수로 임용되는 실무가 출신들이 늘자, 같은해 뜻이 맞는 학자들과 한국형사소송법학회를 창립해 학회를 키워왔다. 간사·총무·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2020년부터는 회장을 맡고 있다.

 

검·경관계 논쟁,

권력기관 간 감정 분쟁으로 비화 


정 회장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검·경 관계에 대한 뿌리 깊은 논쟁이 이어져왔는데, 권력기관 간 감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에서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검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모든 검사 인사를 하는 것"이라며 "독점적 검찰인사권을 개선하고, 검찰인사와 관련한 중립적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부도 항상 깨끗하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남용되기 마련"이라며 "문제는 권력이 남용되면 피해는 힘 없는 일반 서민이 본다는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면서 정권에 계속 쓴소리를 해야만 하는 것이 학자의 숙명"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에 대해 "(검찰개혁에 따른 반사적 이익으로) 경찰에 큰 권한이 부여됐다. 책임 및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 기본권 존중한다는

기본입장서 검토 돼야


"문재인정부는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검수완박에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는 윤석열 당선인입니다. (법령 개정을 통해)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장치를 사실상 풀어버림으로써 새 대통령에게 꽃놀이패를 선사하는 결과가 됐기 때문입니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직접수사에서 잃은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검찰에 남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대한 정의를 (시행령을 통해) 넓히면 되기 때문입니다. 민생사건 사건처리가 늦거나 불송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등의 문제는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내주고 검찰청법상 특수수사를 지키는 딜(deal)을 한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새 대통령에게는 검찰청, 경찰청(국가수사본부 포함),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등 모든 수사기관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검사의 직접수사, 상설특검, 국가수사본부와 검사의 합동수사본부, 공수처 등을 통해 완벽하게 수사기관이 장악될 수도 있습니다."

정년을 4년 남긴 그의 꿈은 후학을 양성하면서, 연구소를 설립해 국가 수사구조나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다. 그는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이면서 인문사회과학대 학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과 인터뷰를 하던 중 연구실에 학생 두 명이 롤링페이퍼를 들고 불쑥 찾아왔다. 롤링페이퍼에는 '학내 체전 행사를 지원해 줘 감사하다',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고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졌다' 등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정 회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정 교수 폭탄주를 마시지 않은 학생은 법학과 졸업생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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