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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사대상 ‘코인’…금융증권범죄 합수단 행보에 ‘주목’

고소·고발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 등 수사 착수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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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루나'가 10~17일 급락해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으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고소·고발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가상자산을 규제할 현행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기의 고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상자산은 자금추적이 어려워 입법로비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실이라면 수사가 일파만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피해 구제와 함께 가상자산 관련 법제 마련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쟁점은 

사기 범죄인지·투자자의 리스크 인지 여부

 

◇ 금융증권범죄합수단 1호 수사 = 20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는 사기(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유사수신(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 사건이 배당됐다. 전날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루나·테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 5명을 대리해 권씨와 공동투자자 등 3명을 고소·고발했다.

피해자들은 권씨 등이 루나코인과 테라코인을 설계·발행하면서 알고리즘상 설계 오류와 하자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백서에도 제대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이후 코인의 발행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손해를 입혔다(사기)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앵커 프로토콜)에서 지속불가능한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 보장을 약속했다(유사수신)며 권씨 등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2018년 발행된 루나와 테라는 가격이 연동돼 이중구조를 갖는 신종 스테이블 코인이다. 폭락 직전에는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8위, 스테이블 코인 기준 3위까지 올라섰던 유명 가상자산이다. 개발자가 한국인이어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폭락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0일 두 코인을 합한 시가총액은 380억달러(약 48조4000억원)에 달했다.

 

2018년 폭락 직전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에 올라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 코인과 달리 달러나 실물자산에 가격을 연동(페깅·pegging)한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1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 담보 역할을 하는 1달러를 은행에 넣는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도 루나와 테라는 현금을 넣는 대신 1달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수요공급 설계도(교차 알고리즘)를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가격을 자매 코인인 루나에 연동한 뒤 루나의 발행량을 조절해 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10일 테라의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7일 만인 17일 0.01센트까지 급락했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상장폐지 방침도 밝히고 있다. 루나와 테라에 들어간 국내외 투자금은 48조원, 국내 투자자 수는 28만명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들은 엄벌과 피해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권(42·변호사시험 2회) 엘케이비 변호사는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사건이 복잡하고 법리적 쟁점이 많은 데다 피해규모도 천문학적이다. 2년 만에 출범한 합수단이 피해자들의 절박함과 억울함을 해소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로펌 자본시장법팀과 지적재산권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동참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고 있고, 미국·이탈리아 등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투자금 48조원 

국내 투자자 28만 명 추산 


◇ '사기 고의 입증' 관건…'알고리즘 문제점 입증' 숙제 = 가장 큰 쟁점은 신규 투자가 계속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 유지가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점을 속이고 투자자들을 모은 사기 범죄인지, 투자금 손실이 신종 글로벌 자본 시스템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인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루나·테라의 알고리즘의 구조를 파악해 권씨 등의 고의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 보고 있다.

김정철(46·35기)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가격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알고리즘)라는 점이 밝혀지면 사기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원금 보장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를 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유사 수신 혐의도 충실한 수사가 이뤄질 경우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시세조종 등) 행위 자체가 가상자산 사기를 범하기 위한 수단이나 간접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충실히 확인돼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범죄수익 몰수·보전 조치를 통해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권씨가 처음부터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고, 이익을 본인 또는 제3자가 얻어야 한다"며 "외부의 인출 공격에 의해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동반 하락했는데 권 대표가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외부 세력의 갑작스러운 테라 매도로부터 네트워크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테라 등의 설계 구조는 (백서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고, 구조 자체를 속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 사각지대 가상자산 

정치권으로 유입 관측도 

 

◇ 전문가들 "코인 발행 규제해야" 현행법상 루나·테라 코인은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부 가상자산에 '증권성'을 부여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루나·테라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은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합수단이 루나·테라를 1호 수사대상으로 삼은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잇따른 검찰개혁 입법과 법무부의 직제·법제 개편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가 여의치 않은데, 국민 관심이 높은 가상자산 수사를 통해 활로를 열려는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태양광 사업이나 펀드와 마찬가지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가상자산에 눈 먼 돈이 몰렸기 때문에 뇌물이나 공직자 범죄가 발견되면 정치권으로 수사가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폭락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법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변호사는 "제도권 내 금융투자상품인 증권·펀드는 모두 공모와 발행 단계부터 엄격하게 요건을 갖췄는지 검토한다"며 "(적어도) 필수적인 정보를 공시하게 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기본적인 영업규칙이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신고나 등록 의무를 부여해 규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가격이 떨어지면 발행·매입을 통해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여서 100% 안정적일 수 없는데, 테라폼랩스는 (위험을) '충분히 알렸다'고 반박할 가능성이 있어 손해배상 등의 구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홍윤지·임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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