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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행정법 및 공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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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처음에-법학은 새로움을 즐겨야 한다.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가 완화되었다. 엔데믹의 시작이다. 4월 30일 기준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우리의 경우 1700만명과 22000명을 넘으며, 세계적으로는 5억 1천만명과 620만명을 넘는다. 자기 옆사람에 대한 경계가 매우 자연스럽게 되어, 이미 우리 모두는 서로에 대해 잠재적 바이러스로 여겨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실로 불확실성이 확실한, 불확실성의 확실성의 시대이어서, 자유에 대한 광범한 개입을 낳는 일련의 제한조치가 자연스럽게 발해졌다. 그리하여 코로나 팬데믹은 기본권에 대한 경도시험(硬度試驗)이자 법치국가를 위한 하중시험, 즉,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는 민주적 법치국가원리, 안전, 자유 및 기본권의 의의를 다시금 성찰하고 공부하는 때이다. 코로나 조치의 발함에 바이러스전문가 등 자연과학자에게만 전적으로 맡겨져서는 곤란하다는 독일 파피어(Papier) 교수의 지적(APuZ 35-37/2020, S.4(5))은 의미심장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시대흐름과 결부하여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생시켰다. 가령 코로나 앱이 보여주듯이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비대면의 일상화가 낯설지 않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격차사회와 취약사회의 제 문제가 극명하여 실로 공동체 전체가 존립에 위협을 받는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근간인 법제도를 다루는 법학 역시 심각한 존재론적 의문에 처한다. 국가는 존재한 이래로 부단히 변화하고, 시대는 그에 걸맞는 국가를 낳는다. 일찍이 독일 법학자 예링은 "법학은 개혁에 대항하기보다는 반대로 이를 즐겨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법학은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형성 활동의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하였다(Scherz und Ernst in der Jurisprudenz, 1884, S.344). 법학은 그때그때의 사회적 요구에 맞춰 새로움을 즐겨서 그 자체를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즈음하여 국가임무의 변화상과 요구되는 시대임무에 비추어 판단하면, 현재의 국가는 리스크국가, 포용국가 및 디지털국가로 집약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공법적 대응이 관건이다(상론: 김중권, 대전환의 시대에 국가의 역할과 행정법(공법)의 개혁 및 현대화, 공법연구 제50집 제2호, 2021. 12. 31.).


Ⅱ. 리스크국가에서 행정법(공법)의 대응

전통적인 위험방지와 비교해서 리스크행정의 특징은 그때그때의 안전상의 중요점을 특별하게 확장하는 것이다. 그 표제가 위험방지의 앞당김, 예방과 사전배려이다. 리스크사회에서 예방을 통한 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란 표제가 '의심스러우면 자유에 유리하게(In dubio pro libertate)'란 표제보다 앞선다. 그리하여 가령 일각에서 우려하는 방역독재와 같은 반법치국가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에 안전 및 안전권에 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국가의 원래의, 핵심적인 존재목적은 안전을 보장하는 것 즉,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가는 이런 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국가의 이런 의무는 결코 시민을 위한 주관적 권리를 성립시키지 않아서, 시민은 구체적 상황에서 국가의 객관적 보호임무에 의거하여 국가에 대해 개인적 보호를 요청할 수가 없다. 객관적 보호임무가 인정되더라도, 시민은 행정에 대해 위험방지를 강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 역시 법적인 '위험방지의 강제'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여기서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적 보호의무가 시민에 대해 보호청구권을 제공할 수 있고, 반대로 국가에 대해서는 시민에게 유리하게 적극적으로 위험방지에 나설 의무를 지울 수 있는데, 하지만 이는 관련 법령의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위협상황이 다른 사인에 의해 유발된 상황은 사인들간에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생명과 건강과 같은 중대한 법익을 헌법상 최고의 법익으로 보지 않는 이상, 예방조치가 절대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제한되는 여러 기본권과의 실제적 조화가 관건이다. 기본권의 보장과 관련한 자유와 안전 사이의 균형이 요구된다. 유의할 점은 감염병예방법상의 예방조치가 지향하는 공익에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법익만이 아니라, 건강상의 응급상황 즉, 보건시스템의 특히, 중환자실의 과도한 부담을 피하는 것과 사망건수와 위중한 병세의 진행을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예방을 내세워 안전을 앞에 두더라도,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상의 루비콘강을 건너서는 아니 된다. 안전은 기본권적으로 보장된 자유의 일부이다. 법치국가적 원리의 제방을 리스크사전예방이란 우리의 해도(海圖)에 더욱 명료하게 기입할 필요가 있다(Di Fabio, ZLR 2003, S.163(172)). 아울러 국가는 팬데믹상황에서도 자유, 안전 그리고 연대 사이에 민주적이고 법치국가원리적인 균형을 강구하는, 제 기능을 다하는 국가이어야 한다(Kersten/Rixen, Der Verfassungsstaat in der Corona-Krise, 2021. S.5).


Ⅲ. 포용국가에서의 행정법(공법)의 대응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두드러진 문제가 사회적 취약성이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바이러스감염의 리스크에 더 빨리 더 심하게 직면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일부가 재난이나 환란으로 기왕의 생활터전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결코 그에 머물지 않고, 마치 나비효과처럼 공동체 전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이 동일해진다. 양극화의 심화에서 사회적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그것은 시대적 담론이 되어 취약사회의 개념이 등장하였다. 2020년 독일 국법학자대회의 주제 중의 하나가 취약사회의 행정법이다. 공동체인지가 의문스러운 취약사회에서는 개인의 공동체관련성과 공동체구속성을 바탕으로 전개된 공법시스템 전체가 새로운 국면에 처한다. 나만의, 내 가족만의 삶이 평온하다 하여 되는 것은 아니기에 새로운 책임공동체(neue Verantwortungsgemeinschaft)의 구상이 필요하고, 이에 맞춰 행정법(공법)은 취약사회를 원래의 상황으로 복원하거나 사회적 취약성을 저지, 완화하기 위하여 나름의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취약사회를 기능이 원활하게 발휘되는 원래의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복원하는 것(Resilienz)이 공법적 주제가 되고, 당연히 복원보장은 국가과제에 해당한다. 격차사회와 양극화사회에서는 자칫 법제도와 법학이 그 반대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독일 2016년 규제개혁 보고서의 환영사에서 메르켈 전 수상이 "법률은 사회적 조화와 연대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듯이, 시급히 포용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Ⅳ. 디지털국가에서의 행정법(공법)의 대응

알고리즘의 지배(Algocracy)로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화될 우려가 있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100년 전에 기계처럼 작동하는 관료제를 창안하였는데,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공공 사물인터넷을 통해 기계 자체에 의해 행정이 운용되는 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에 의한 행위를 바탕으로 구축된 아날로그 법질서인 현행 법질서는 기계가 스스로 즉, 사람으로부터 자유롭게 학습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과는 부조화될 수밖에 없다. 일찍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람을 국가내에서 객체(대상)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한다"고 하여, '사람은 대상(객체)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BVerfGE 27, 1(6)). 순전히 기술적으로 생성된 행정결정은 사람에 대해 곧바로 적합하지 않다. 여기서 흥미로운 규정이 독일 브레멘 주 헌법 제12조이다: 사람은 기술과 기계보다 우위에 있다(제1항). 사람의 인격과 공동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과학적 발명과 기술설비(장치)의 이용은 법률에 의하여 국가의 감독과 조종하에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제한되고 거부될 수 있다(제2항). 행정의 디지털화가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잠재적 이용자 즉, 국민의 수용태도가 중요하다. 소위 디지털 신뢰의 구축이 선결과제이다. 국민을 국가권력의 단순한 대상으로만 보아 기계가 행하였기에 실수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는데, 이런 인식은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매우 위험하다. 공동체 전체의 신뢰 특히 공권력행사에 대한 믿음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심각해질 디지털 격차와 차별화에 즈음하여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 공평의 원칙과 기본권에 합치하는 디지털화이지 디지털화에 합치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인간과 기계의 공생(共生, Symbiose)을 최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민주적 법치국가원리는 견지하면서도 기왕의 아날로그 법질서를 디지털에 합치하는 법질서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하고, 행정법과 공법을 디지털국가를 전제로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0조의 '자동적 처분'의 도입은 실질적인 디지털행정을 위한 출발점이다.


Ⅴ. 맺으면서-사자(死者)에 의한 현생(現生)의 지배를 이제는 마쳐야 한다.

1755년의 리스본 대지진으로 유럽의 문화, 철학 및 신학이 완전히 바뀌어 18세기 근세가 전개되었다고 하듯이, 코로나 팬데믹은 21세기를 관류하여 국가와 사회의 저변을 심대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행정법과 공법이 변화된 환경에서 국가임무를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의 구체화를 통해 실현할 수 없으면, 이들의 존재이유는 당연히 의문스럽다. 실현되고 있는 법의 타당근거는 현재에 있어서, 법률가는 자신의 시대적 물음을 늘 고민해야 한다. 일찍이 미국 토머스 제퍼슨이 죽은 자가 산 자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다. '죽은 자에 의한 산 자의 지배는 아니 된다'는 표제는 시대에 조응하는 법의 의의를 잘 보여준다. 행정법 및 공법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배운 것, 즉 민주적 법치국가원리, 사회적 조화와 연대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데 나서야 한다. '과학혁명'의 상황에 비견되는 대전환의 시대에 부응하는, 행정법 및 공법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논리가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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