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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형벌조항의 해석방법’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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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규정된 특별감찰관을 임기 내내 임명하지 않는 대통령, 대통령을 수사·기소해 탄핵에 이르게 하고, 면목 없다고 사죄하는 대통령 당선인은 법에 대해 허탈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이런 일에 대해 사람들은 무지를 선택한다. 아는 것 자체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의견이 동등하게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무엇을 찬성해야 할지 불확실할 때가 많다. 그래서 무리 본능에 의해 다수를 따른다. 다수자의 견해는 종종 정부나 세력에 의해 정해진다. 비평적 주장이 사라지고, 열성이 있고 의도는 좋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나서면, 수준 높은 리더십과 견고한 이성에 기초한 법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의 지위 유지를 위해 상대와 타협하지 않는 정치 현실에서 수사로 얻는 이익이나 피해는 매우 크다. 그러므로 하지 말아야 함에도 하거나, 해야 함에도 하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득표를 위해 형벌조항을 양산하고, 필요시 확대 적용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유리할 듯한 수사 기구를 거듭 창설한다. 형벌조항과 수사 총량이 늘면국민은 더 많은 부담을 진다.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자유의 제약이다.

좋은 검사는 선량한 권력이다. 그러나 저열한 동기에서 행동할 경우 최악의 권력이 된다. 열심히, 정확하고 수준 높게 일하는 검사라도 정권에 협력하지 않으면 승진시키지 않고,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능력과 무관하게 발탁한다면 책임을 검사에게만 돌릴 수 없다. 수사관도 마찬가지다. 사법은 정치 조직과 같이 정당성과 신뢰성을 새로운 선거로 단번에 회복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명치유신(1868) 중기 세계 각국을 돌아 본 일본 헌법 제정자들은 미국이 망한다고 판단했다. 선거와 정쟁을 통해 인재가 모두 소멸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정부에 권한과 권리를 부여하는 독일식 법의 국가(Rechtsstaat) 원리를 명치 헌법에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은 망하지 않았다.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 법의 지배는 시대정신을 분별하고, 물리쳐야 할 장애를 극복하며, 사회의 근간인 개인의 존엄과 자주성을 보호해 번영할 수 있게 했다.「미국의 민주주의」저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미국에서의 법률가와 사법부의 기능을 간파했다. 이를 놓친 일본과 독일은 전체주의로 인류에 큰 상처를 남겼다.

명확한 형벌조항은 처벌·불처벌의 경계선에 있는 행위의 기소를 억제한다. ‘공정’, ‘상식’, ‘정의’는 각자의 입장 차이로 인해 대개 일관되지 않고, 구체적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국민과 공유하는 해석 원칙은 한계를 넘는 법 적용을 막고, 투명성·일관성·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법이 현실에서 실제 작동하려면 반드시 상응한 이해와 요구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쓴 이유다.

법치주의와 형벌조항이 정말로 의미 있고 중요하다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감히 일독을 권한다.


안성수 검사 (광주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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