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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

크롤링, 최근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이 바라보는 시각

미국변호사

[2022.04.28.]



크롤링에 대해서는 종래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2022. 4. 20.부터 부정경쟁행위에 새로 편입되는 데이터 부정사용행위가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데이터를 그 규제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크롤링에 대해 일반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계속하여 유지할 수 있을지가 문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1. 크롤링이란?

크롤링(crawling)이란 크롤러(crawler) 혹은 스파이더(spider)로 알려진 프로그램을 통해 거미줄과 같이 뻗어 나간 웹(web) 페이지의 정보를 수집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크롤(crawl)은 거미 등의 곤충이 걷는 동작을 지칭하는 단어인데,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웹 페이지들을 돌아다니는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어 크롤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해 웹 페이지의 정보를 통째로(bulk) 복사해 가는 것을 크롤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크롤링은 대개 웹 페이지상에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역설계(reverse engineering)가 허용되는 것처럼 크롤링 역시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면서 공개된 데이터라 하더라도 데이터를 공개한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행위는 데이터 보유자의 수집, 편집, 배열 등에 투자된 노력에 무임승차(free ride)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의 독점은 소비자들의 후생에 저해되는 행위이기에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크롤링은 허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2. 크롤링에 대한 기존 법적 논의

크롤링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로 기존에는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 부정경쟁행위(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사용되었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wiki)와 관련하여, 피고(엔하위키미러)가 원고(엔하위키)의 게시물 전부를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복제한 사건(서울고등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나2074198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에서 법원은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의 사이트를 미러링하는 방법으로 원고 사이트에 관한 복제권, 전송권을 침해하였다고 하면서 피고의 원고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사람인)가 크롤링 방식으로 원고(잡코리아)의 웹 사이트에 게재된 채용정보를 그대로 복제하여 피고 웹사이트에 이를 게재한 사건(서울고등법원 2017. 4. 6. 선고 2016나2019365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에서 법원은 역시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임을 전제로 피고의 행위가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복제권 등)를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위 두 사건에서 원고들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일반 부정경쟁행위도 주장하였으나, 일반 부정경쟁행위의 보충성으로 인해 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이상 따로 일반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현재 진행중이거나 종료된 크롤링 사건(야놀자/여기어때 사건, 네이버/다윈중개 사건, 스마트스코어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저작권 침해가 주위적으로, 일반 부정경쟁행위가 보충적으로 주장되고 있거나 되었습니다.



3. 최근 편입된 부정경쟁행위인 데이터 부정사용행위 규정으로 인한 기존 논의의 변경 가능성

2022. 4. 20. 시행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 기본법’)은 데이터생산자가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성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데이터(‘데이터자산’)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후(동법 제12조 제1항), 누구든지 이러한 데이터자산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취득·사용·공개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자산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회피·제거 또는 변경하는 행위 등 데이터자산을 부정하게 사용하여 데이터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도(동법 제12조 제2항), 구체적인 데이터자산의 부정사용 등 행위에 관한 사항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법 제12조 제3항).


이러한 데이터 기본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상 데이터 부정사용행위는 해당 부정경쟁행위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의 범위를 데이터 기본법의 경우보다 좁히고 있습니다. 즉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되는 데이터를 “데이터 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데이터 중 업(業)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ㆍ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아니한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규율하는 행위도 접근권한 없는 자의 부정취득 등의 행위, 접근권한 있는 자의 부정한 목적 사용 등의 행위,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로 데이터 기본법의 ‘누구든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취득·사용·공개’하는 행위보다 그 범위가 축소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데이터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에 편입된 데이터 부정사용행위의 보호객체가 아니며,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정보를 긁어 모으는 방법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일반적인 크롤링에 대해서도 최근 편입된 데이터 부정사용행위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데이터에 대해 부정경쟁행위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이용·유통이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최근 편입된 데이터 부정사용행위 규정으로 인해 크롤링에 대해 일반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던 관행이 변경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의 일반 부정경쟁행위는 다른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보충적 일반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나 법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가) 내지 (자)목에서 정하고 있는 행위유형에는 해당하나 위 각 목에서 정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행위에 대하여는 (차)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주: 현행 (타)목의 일반 부정경쟁행위]로 함부로 의율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28. 선고 2013가합552431 판결, 확정), 전형적인 부정경쟁행위인 데이터 부정사용행위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정보 내지는 데이터를 일반 부정경쟁행위에 의하여 보호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문제된 크롤링은 모든 정보를 미러링 하는 형태로 위법성이 두드러졌으나, 현재 문제되는 크롤링은 일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 사용하는 형태로 진화하였고, 그러한 크롤링의 목적과 관련하여서도 소비자들의 후생 내지는 빅데이터 독점의 폐해를 지적,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이광욱 변호사 (kwlee@hwawoo.com)

임철근 변호사 (cglim@hwawoo.com)

이근우 변호사 (klee@hwa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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