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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날 특집

[법의 날 특집] 학교로 가는 변호사들

‘학폭’ 수위 높아지고 처리에 공정성 논란 잦아

미국변호사
최근 청소년 범죄와 학교폭력 사건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학교폭력 사건 해결 절차에서 변호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2020년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교육지원청 산하로 이관되며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심의위원으로 임명·위촉돼 학교폭력 분쟁 해결에 관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비대면·사이버 폭력 등 신종 학교폭력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법령을 제안하고 피해자 회복도 지원하고 있다. 본보는 제59회 법의 날을 맞아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된 '응보적 해결'보다 피해자 회복과 가해자 교화에 방점을 둔 '회복적 해결'을 위한 청사진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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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교육지원청이 최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변호사 등 전문위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 학교폭력 사건 처리 '공정성·객관성' 요구 높아져 = 2020년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학교폭력 사건은 전국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다. 기존의 교내 학교폭력위원회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해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교사, 학부모, 판사·검사·변호사, 경찰공무원, 의사 등이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심의위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분쟁 조정 과정 전반에 관여한다. 이들은 심의위에 제출된 자료와 학생, 보호자 등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가해학생에 내릴 처분을 결정한다.

서울 소재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의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박지희(40·사법연수원 46기) 법률사무소 안목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을 교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전문위원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에서 담당하다보니 학부모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신뢰감을 좀 더 가지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학교에서 쉬쉬하며 덮는 문제들도 심의위를 거쳐 엄정하게 처리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 참여하고 있는 윤예림(42·변호사시험 4회) 법률사무소 활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모두 학교를 다니며 조사를 받고 심의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객관성이나 중립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지원청으로 심의위가 상향 이관되고 전문위원들의 참여가 높아지며 학교폭력 사건을 공정하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피·가해자 모두 같은 학교

조사의 객관성에 민감

 

◇ 학교폭력 연령 낮아지고, 사이버 폭력 늘어나 = 학교폭력 가해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사이버 폭력 등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생겨나면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 전문위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심의위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전문위원들은 사이버 폭력과 같은 새로운 학교폭력 범죄 처분에 어떤 법령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의 또다른 특징은 관련 학생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사이의 학교폭력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초4∼고3) 학생 387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5%, 중학생은 0.4%, 고등학생은 0.2%였다.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의 학교폭력 피해 발생률이 더 높은 것이다. 또 중·고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초등학생은 0.7%p 늘었다.

 

사이버폭력 같은 

새 유형에 법률적인 조언도 필요


사이버·비대면 폭력의 심각성도 커지고 있다. 심의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신수경(39·44기) 법률사무소 율다함 변호사는 "최근 학교폭력 사건에서 물리적인 폭력보다 사이버 폭력이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피해자의 영상이나 사진을 합성해 성희롱을 하거나 SNS 단체 채팅방에 피해자를 초대해 집단으로 괴롭히는 등의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나타나는 것도 변호사 전문위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윤 변호사는 "새로운 가해유형은 범죄로 분류하기 어려워 법률전문가 등의 조언이 필요하다"며 "심의위에 참여하는 학부모 위원들도 해석하는 데 이견이 있어 변호사인 전문위원들에게 의견을 많이 묻는다"고 했다.

서울특별시동부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박종민(36·변시 2회) 변호사는 "최근 사이버폭력 등 다양한 학교폭력의 유형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고, 각 사안의 복잡성도 커지고 있어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하는데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위원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의위 전문위원으로 참여

분쟁조정 등에 신뢰감 


◇ 변호사 전문위원 늘려야 =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심의위에 몰리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들을 제때,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호진(39·변시 4회) 법무법인 유일 변호사는 "예전에는 장난으로 치부한 '루저'같은 단어도 언어폭력으로 받아들이는 등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분쟁 해결 절차도 엄정해졌다"며 "조사 과정에서 진위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법률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심의위는 민·형사 절차보다 사건처리가 빨라 피해 학생의 회복을 도울 수 있고, 가해 학생의 선도 가능성 등도 고려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이롭다"며 "다만 늘어나는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 심의위에 드는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피해 학생 회복 돕고 가해자 선

양측보호 기여


◇ 가해자 엄벌보다 교화에 초점 맞춰야 =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위원회 등 학교 내 분쟁에서 엄벌주의만이 강조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 사이의 분쟁인 만큼 청소년의 교화 가능성을 고려한 사건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인숙(50·45기) 청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심위의를 통한 학교폭력 사건 해결의 목적은 '형벌 부과'가 아닌 '교육'"이라며 "그러므로 '응보적 사법'이 아닌 '회복적 사법'에 입각해야 하며,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반성 및 2차 가해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변호사와 교육·상담전문가, 학부모 등은 전문 분야가 다르다는 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도 제각각일 것"이라며 "'사건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아이를 위한 최선의 교육적 처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위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이를 조율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경·홍윤지 기자   hylim·hyj@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