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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노동] 징계실무의 최근 쟁점 및 유의사항

미국변호사

[2022.04.20.]



1. 들어가며

어느 회사나 근로자 징계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징계사유를 확인하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징계를 통보하고 후속 조치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여럿입니다. 노동법 영역에서 징계 소송은 빈번한 소송유형 중 하나이며, 관련 법리도 세밀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근로자 징계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결들이 여럿 선고되었습니다. 이하에서는 징계에 관한 최근 판결례들을 일부 소개하고, 실무상 자주 질의하시는 징계 관련 소송의 세부 절차를 정리하겠습니다.



2. 징계통지서의 적법성을 다룬 최근 대법원 판결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하여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고(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최근 선고한 판결들에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담당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긴 통지서를 교부함으로써 해고를 통지하였습니다. 원심판결은 통지서에 해고사유가 축약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지서상 근로자의 해고사유를 이루는 개개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때문에 근로자가 해고에 대해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징계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두36103 판결에서는 회의록 양식에 의한 해고의 서면통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사용자는 세금계산서와 관련된 근로자의 잘못된 업무처리에 대해 근로자와 회의를 하면서 업무처리 경위와 후속조치 계획에 관한 사유서를 제출 받고, 검토 후 퇴사를 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다음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회의 결과 사용자는 최종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하기로 결정하고, 이와 같은 사실을 기재한 회의록에 근로자로부터 확인 서명을 받고 그 사본을 교부하였습니다. 회의록에는 관련 사실관계가 일목요연하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회의록만으로는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의록에 근로자의 업무상 잘못이 다소 축약적으로 기재되었고 회의록의 형식으로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회의록에 의한 해고통지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요컨대, 대법원은 해고 대상자가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이에 대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은 아니라고 보아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을 비교적 유연하게 해석하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근로자가 해고사유를 알고 있었더라도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므로 유의해야 합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26605 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의 서면통지는 징계절차 위반이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사담당자로서는 ① 징계대상자에게 각 징계사유에 대한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②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징계대상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상세히 소명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③ 최종 징계통지서 교부 시에도 징계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상세히 기재해야 합니다. 참고로 해고 사유 및 시기를 이메일로 통지한 것은 원칙으로 무효이지만 이메일이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는 예외적인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3. 징계 관련 내용을 사내에 공지하면 명예훼손죄가 문제될 수 있는지

직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징계사실을 사내에 공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배임·횡령을 하여 징계된 사례를 공표한다거나 직장 내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징계사실을 공지하여 다른 구성원들로 하여금 반면교사를 삼게 하는 경우 등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징계 관련 사실을 공표했을 때 명예훼손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6416 판결은 징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피고인, 이하 ‘인사담당자’)이 피해자(징계대상자, 이하 ‘징계대상자’)의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하도록 한 행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인사담당자는 근무현장의 관리소장으로 하여금 징계대상자 앞으로 발송된 징계절차 회부 문서를 징계대상자 대신 수령하여 개봉한 후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하였습니다. 징계절차 회부 문서는 근무현장의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에 게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징계절차 회부 문서에 적시된 내용은 징계대상자가 근무 중 저지른 비위행위에 관하여 징계절차가 개시되었다는 것이어서 공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①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징계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② 징계절차 회부 문서에는 징계대상자가 징계절차에 회부된 사실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로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고,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하였으며,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하였고, 상급자의 업무와 관련된 훈계에 대하여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등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었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나아가 ③ 징계절차 회부 문서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의 왕래가 빈번하게 있는 장소에 게시되었으므로 회사 내부의 공익을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그 공개방식이나 게시 장소가 부적절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인사담당자의 위 행위가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게시한 사례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인사담당자가 징계사례를 공지하는 경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징계사실을 실명으로 공표한다면 당사자가 바로 특정된다는 점에서 특히 리스크가 큽니다. 무기명으로 징계사례를 공지하는 경우라도 관련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보면 대상자가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특정(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 등 참조)되어 명예훼손 분쟁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회사 온라인 게시판, 이메일 등으로 징계사례를 공지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명예훼손죄도 문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제70조).



4. 근로자가 법적 절차를 통해 징계가 부당하다고 다툴 경우 어떤 절차를 거치고, 확정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인사위원회를 거쳐 근로자에게 징계를 통보한 후, 근로자가 징계는 부당하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다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로자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는지, 법적 절차를 거친다면 징계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징계에 대한 법적 구제절차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방법이 한 가지이고(이하 '부당징계구제신청') ② 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법(이하 '징계무효확인소송')이 다른 한 가지입니다. 위 두 가지 절차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고, 부당징계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후 민사소송으로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위 두 가지 절차 중 택일하여 법적 구제를 도모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두 절차 중에서는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구제신청을 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위원회 단계만 두고 본다면 부당징계구제신청은 수 개월 내로 판정 결과가 나오기에 소송보다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며, 대리인 선임비용 외에 별도의 소송비용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부당징계구제신청은 징계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므로(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노동위원회 규칙 제40조) 이 기간을 놓친 근로자는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여 다투게 됩니다.


근로자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구제신청을 하면 노동위원회는 사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문회의를 개최하여야 합니다(노동위원회규칙 제51조). 통상 사건 접수일로부터 45~60일 사이에 심문회의가 개최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심문회의 당일에는 판정 결과(인용/기각 등)만 문자로 통보되고, 구체적인 판단 이유가 담긴 판정서는 심문회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송달됩니다. 정리하면, 지방노동위원회 단계에서 구제신청일로부터 판정서를 받기까지 약 90일(3달)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판정문을 송달받은 당사자는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중앙노동위원회 단계에서도 약 90일(3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서울행정법원(혹은 대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서울행정법원/대전지방법원(1심) → 서울고등법원/대전고등법원(2심) → 대법원 순으로 소송이 이어집니다.(제1심부터 제3심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아래 징계무효확인소송의 경우와 유사합니다.)


근로자가 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경우 제1심은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심리합니다. 사건별로, 소 제기 시기별로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1심 단계에서 약 8개월~1년 4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항소심(고등법원)은 사안이 복잡하지 않고 추가 증거신청이 없는 경우 1회 변론기일만에 종결이 되는 사례도 있으나, 관련 사실관계들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재판이 길어지는 사건도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약 6개월~1년여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어서 당사자가 상고한다면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판결로 확정될 경우 4개월 이내에 결론이 납니다.(심리불속행기간을 도과할 경우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하는 시기는 사안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즉, 소 제기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아야 합니다.



5. 마치며

징계 소송 시 징계사유의 존부와 징계양정의 적정성뿐만 아니라 징계절차의 적법성도 빈번하게 다투어집니다. 특히 징계사유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였고, 소명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인사담당자는 취업규칙을 다시금 꼼꼼히 살펴 사소한 징계절차 위반이라도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징계절차를 준수하였다는 점과 징계대상자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추후 소송 리스크를 대비하여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징계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명예훼손 고소 등 불필요한 추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유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광선 변호사 (kslee@jipyong.com)

장현진 변호사 (janghj@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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