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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노동사회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경쟁·보완관계 설정 방안

심판기능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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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대체할 것인가, 경쟁·보완할 것인가

노동법원 도입 논의는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의 폐지·축소를 전제로 주로 이루어졌다. 노동분쟁 해결절차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을 유지한 상태에서, 노동위원회와 경쟁·보완하는(노동·사회보장 사건을 함께 관할하는) 노동사회법원이 도입되어야 한다. 상세한 논증은 "차성안, '노동사회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경쟁·보완관계의 설정방안-심판기능을 중심으로-', 법조 제70권 제6호(2021. 12.)"를 참고하길 바란다.


Ⅱ. 대체론의 기원과 경쟁·보완관계로의 변화 가능성

노동법원은 오랫동안 노동위원회를 대체하는 형태로 그 도입이 논의되었다. 2000년대 중반 노동법원 도입 논의가 구체화되었으나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위원회를 대체하거나 기능의 일부 이관을 전제로 한 노동법원 도입 논의에 반대했고, 이후 노동법원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2018년 노동(사회)법원 도입론이 다시 논의되었는데 그 맥락은 기존의 대체론에 기반한 도입 논의와는 차이가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에서 2019년 4월 발간한 '노동쟁송절차의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나 이후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사법정책분과위원회의 노동법원 도입에 관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대체론이 논의되고는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대체론과 무관한 법원·법관의 전문성 강화 수단으로서 노동(사회)법원이라는 법원의 자체적인 개혁욕구와 법관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을 법원으로 가져온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위원회를 조정기구화한 후 화해권고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고, 필수적 조정전치주의 조항을 두자는 안이 제시된다.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노동위원회가,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위원회를 준사법기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노동(사회)법원 도입론은 사실상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의 유지, 강화를 원하는 것이다. 기존에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처리되던 수많은 노동분쟁 사건이 바로 노동(사회)법원에 밀려오는 것을 경계하고, 조정, 화해기관 등 명칭은 다르지만 노동위원회가 1차적으로 여전히 노동심판 사건을 처리하기를 바란다는 면에서 대체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완·경쟁관계에 가까운 면이 있다.


Ⅲ. 경쟁·보완관계 설정과 상호경쟁 메커니즘: 신속성, 비용, 심리의 충실, 권한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노동분쟁 해결절차는 어느 쪽이든 정점에 이른 높은 수준의 구제절차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 절차를 신속성, 비용, 심리의 충실, 권한 등의 관점에서 검토하면, 양 절차 모두 성과를 이룬 면과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앞으로 발전이 필요한 면이 뒤섞여 있다. 장차 노동사회법원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양 절차의 장점만을 가지면서, 양 절차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 이상적인 형태로 바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첫째, 신속성의 측면에서 보면 노동사회법원이 도입되더라도 노동위원회의 빠른 분쟁해결 속도를 바로 따라잡기는 어렵다. 초심인 지방노동위원회의 심판사건 평균 소요일수가 2017년 48일, 2018년 50일, 2019년 50일이었다. 노동위원회의 높은 신속성이 가능한 이유로 노동위원회 조사관 1인당 사건 수를 들 수 있다. 조사관 1인당 심판사건 접수건수는 2017년 74.4건, 2018년 81.6건, 2019년 99.4건이었다. 반면 2019년 법원의 민형사 본안 접수사건 137만 6,438건만 2019년 법관 수 2,966명으로 나누어도 법관 1인당 464.07건이다. 독일 노동법원은 높은 신속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되는데, 독일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2019년 89.63건으로 한국 법관의 1/5 정도에 불과하다(전체 법원 기준). 노동사회법원이 노동위원회의 신속성을 따라가려면 10∼15년에 걸쳐 법관을 3∼4배로 대폭 증원하여 약 3,000명의 판사를 6,000∼9,000명으로 늘리는 구체적 플랜을 내놓든, 아니면 노동사회법원에만 법관을 3∼4배 투입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구체적 플랜을 제시하지 않는 한, 대체론에 기반한 노동(사회)법원 도입론은 노동위원회의 높은 신속성까지도 망가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논의에 불과하다. 대체론의 유력한 논거로서 소위 5심제(지노위-중노위-행정소송 1·2·3심), 8심제(5심제+민사소송 1·2·3심) 문제가 논의되나, 5심제, 8심제로 이어지는 사건은 전체 노동위원회 사건 중 극히 적은 비율에 불과하다.

둘째, 비용 측면에서도 대체론보다는 경쟁·보완관계의 설정이 필요하다. 비용의 문제는 2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하나는 절차비용과 당사자의 접근성 문제이다. 노동분쟁 해결절차를 이용하는 근로자, 노동조합,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노동위원회 절차는 법원 절차보다 비용 측면에서 접근성이 매우 좋은 절차이다. 노동위원회 심판사건의 신청인 중 저임금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비중이 법원의 노동사건에 비하여 훨씬 높은 것은 비용 차원의 접근성이 노동위원회의 경우 훨씬 높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가 폐지될 경우 기존 노동위원회 사건 중 상당수가 소액사건심판법상 소액사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소액 노동사건은 노동전담재판부도 없고 별도의 통계도 없다. 노동위원회를 노동사회법원으로 대체하는 경우 소액 노동사건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매우 중요함에도 이에 대한 법관들의 관심도는 낮다. 사법(私法)적 성격의 노동분쟁을 행정소송 사건화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 '노동위원회 사건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비용 차원에서 보면 장점이 크다. 많은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피고가 되고 근로자나 노동조합은 필요한 경우 보조참가를 하는 형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소송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미국의 노동분쟁에서 행정기관이 근로자를 대신하여 부권소송(Parens Patriae Action)을 제기하여 주는 구조와 유사한 면이 있다.

다른 하나의 비용 문제로 노동분쟁 해결절차를 운영하는 국가의 입장에서 보는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가 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 절차 중 국가예산 차원에서 1건당 처리비용이 덜 드는 절차는 무엇일까. 법관의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생각하면 법원 절차가 비쌀 것 같지만, 법관 1인당 사건 수와 조사관 1인당 사건 수의 큰 차이와 노동위원회 심판사건에는 3명의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1명, 근로자위원 1명이 함께 관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는 법원의 절차가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노동위원회를 폐지하고 법원이 모든 노동분쟁 사건을 1차적으로 처리하는 경우, 일부 법관을 더 증원하더라도 국가 입장에서는 비용을 아낄 여지가 있다. 양 절차가 분쟁해결절차로서의 질을 동일한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노동위원회 절차가 경제적일지, 법원 절차가 경제적일지 불확실하다면 양 절차를 병행하여 운영하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셋째, 심리의 충실 측면에서도 양자의 경쟁·보완이 필요하다. 노동위원회 절차는 대부분 1시간 이상의 1회 심문기일로 종결되는 집중심리 구조가, 법원은 짧은 심리 시간을 진행하는 다수의 기일을 수차례 열어 병행심리하는 구조가 지배적이다. 양 절차 모두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면 양 절차를 유지하면서 심리의 충실을 위한 다양한 심리방식을 실험하면서 경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포괄적 쟁점정리, 증거개시, 직권조사, 토론형 심리절차 등의 다른 절차상 쟁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넷째, 관할과 권한 측면에서도 양자는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노동사회법원에서 이제 단골메뉴로 논의되는 사회보험·사회보장 사건 관할 문제는, 노동위원회를 사회보험 사건을 함께 관할하는 노동사회위원회로 확대개편할 가능성을 고민하게 해준다. 법원의 판결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구제명령, 시정명령 주문례를 활용하는 노동위원회의 권한은, 현재로서는 장애인차별 영역에만 적극적 구제조치 판결 형태로 도입되어 있는 미국 법원의 강제명령(injunction) 권한을 노동사회법원에도 부여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Ⅳ. 결론: 노동사회법원 도입 10년 후 누가 승리할 것인가?

노동분쟁해결 절차에서 권리구제 절차의 중복 혹은 경쟁은 낭비인가, 축복인가. 과거에는 낭비의 요소로 보아 절차를 일원화하자는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관점을 낭비에서 축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을 폐지하지 않고 남겨둔 상태에서 미국 법원의 강제명령에 준하는 적극적 구제조치 판결 권한을 가지는 노동사회법원을 도입해야 한다. 노동사회법원 도입 후 10년간 노동위원회와 노동사회법원이 노동분쟁 해결절차상 '영감 주고받기 경쟁'을 한다면 누가 승리할 것인가. 경쟁의 결과는 어느 한쪽 절차로의 일원화 방향일 수도 있고, 경쟁·보완관계가 양 절차가 병존하는 형태의 고도화된 노동분쟁 해결절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준다면 그 경쟁·보완관계의 영구화일 수도 있다.


차성안 교수(서울시립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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