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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변호사회

변호사 3만명 시대… 지방 법조계는 ‘구인난’

MZ세대 변호사 ‘워라밸 중시’…법조계 생태계 큰 변화

리걸에듀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로스쿨·변호사시험 체제로 전환된 이후 매년 1700여명의 신규 법조인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오히려 '변호사 구인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도한 서울 집중 탓에 지방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의 유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방 소재 로스쿨을 졸업한 인재들도 변호사시험 합격 직후 또는 단기간 지방에서 활동하다 서울로 떠나는 일이 많아 지방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는 변호사 신규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이 같은 청년 변호사들의 '이촌향도' 현상은 단순히 서울에 있는 로펌 취업이나 서울에서 개업을 위한 것도 있지만, 주요 기업 사내변호사 등 다양한 일자리 인프라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데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와 지방경제 활성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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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일할 변호사님 없나요?" =
경기도 수원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변호사는 최근 어쏘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함께 일할 주니어 변호사가 필요해 채용공고를 냈는데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A변호사는 결국 채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A변호사는 "기존에 3년간 함께 일하던 변호사님이 서울에 있는 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이직을 하는 바람에 신규 채용에 나섰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결국 채용을 포기했다"면서 "몇 년 전만해도 채용공고를 내면 지원서가 여러 개 들어왔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다른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말이 들린다"고 했다.


사정은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방 법조계의 변호사 구인난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매년 신규변호사 1700명 배출 

서울회 등록 80% 넘어 


인천에서 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B대표변호사는 "지방 법률시장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청년 변호사들이 더 지방에 남는 것을 기피하는 느낌이 든다"며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C변호사는 "지방 로스쿨 졸업생의 경우 한동안 실무수습을 마친 후 바로 개업을 하는 풍조가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 개업할 것이라면 일찍 부딪혀 보자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개업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지역에 있는 법률사무소나 법무법인에 고용변호사로 취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들 서울로만 향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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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촌향도'… 서울 집중 심화 =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올해 4월 15일자로 공시한 회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중 서울지방변호사회 등록 변호사는 2만3539명으로 전체 변호사 3만1426명 중 74.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9년 전인 2013년 73.8%에 비해 1.1%p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졸업생 중 서울시내 대학의 로스쿨을 졸업한 합격자는 903명이고 그 외 지역의 합격자는 803명이다. 비율을 보면 각각 52.93%와 47.06%로 입학정원 비율인 50대 50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역 균형발전·무변촌 해소”  

로스쿨 설립 취지 무색 


하지만 법무부의 '월간 변호사 현황'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3월 31일부터 4월 22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올해 2월 28일까지 증가한 등록 변호사는 모두 1618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변회에 등록한 인원은 무려 80.84%에 해당하는 1308명에 이른다. 신규 변호사 10명 중 8명이 서울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지방변호사회에 등록한 변호사는 310명(19.15%)에 불과했다.


변호사시험 합격 후 변협에 등록할 때 '6개월 법률사무종사 전 미개업 등록' 방식과 '6개월 법률사무종사 후 등록과 동시 개업신고' 방식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증가한 등록 변호사의 상당수가 10회 합격자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듯 새내기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들의 서울 집중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로스쿨 제도 정착 후에도 변호사들의 서울 집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 지역균형 발전과 무변촌 해소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송무 보다 비송무 영역으로

사내변호사·공공기관 선호 


◇ 달라진 세태… 원인은 =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근 청년 변호사들의 '이촌향도' 원인은 이전과 좀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넓은 송무시장이 있는 서울에서 개업하거나 서울에 있는 로펌에 취업하기 위해서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 사내변호사나 공공기관의 변호사 수요가 증가한 것과 △변호사들의 관심이 송무에서 비송무영역으로도 확장된 것 △MZ세대 변호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중시 성향 등 법조 생태계의 변화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로펌 변호사는 "법률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취업하면 조직문화도 합리적이고 근무조건도 안정적인 편이라서 젊은 변호사들이 굳이 송무에 목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요즘은 사내변호사나 공공기관 채용이 많이 늘었다. 기존에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사 출신들이 많이 많았던 기업 법무팀 영역을 지금은 변호사 자격자들이 많이 대체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변호사가 한둘은 꼭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예전에는 변호사가 기업으로 가면 송무업무도 제대로 못배우고 회사 직원이 되는 것일 뿐이라고 해서 기피하는 모습들이 있기도 했는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며 "변호사라고 송무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MZ세대 젋은 변호사들에게는 희박한 관념이 됐다. 보다 안정적인 조직에서 '워라밸'을 추구하기도 하고 법률에 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에까지 자신의 잠재력을 확장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 한다. 법조 생태계가 바닥에서부터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한 변호사는 "바뀌어가는 세태를 실감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변화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서울 집중화라는 문제와 맞물린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한국은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있고 지방에 있던 대기업들조차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려고 하는 판국이다. 결국 일자리가 서울에 있으니 서울로 가게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변호사업계 역시 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경제 활성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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