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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단독) 변협, 국세청·공정위·금감원·관세청 등 부당한 행정조사 감시

변협, ‘변호인 조력권 침해 신고센터’ 설립한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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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동석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정위 조사관들의 조사내용을 메모하려다 사실상 제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메모하면 안 된다고 직접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내가 메모를 하려하자 조사관이 갑자기 수초간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쳐다봤다. 갑자기 휴지통을 툭 차는 등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국세청 조사에서 의뢰인에게 제대로 된 통지도 없이 임의조사가 강제조사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B변호사는 "세무조사는 행정조사이고, 조세범칙조사는 형사절차여서 구분되는 다른 제도인데도, 국세청 공무원이 임의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세청 조사자료가 검찰 등 수사기관에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검토가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법절차 규정의 ‘사각지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권력형 조사기관들이 자체적인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피조사자의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라 변호사단체가 직속으로 이들 권력기관들의 행정조사권 남용 사례를 감시하는 기구를 처음으로 설치하기로 해 주목된다. 전속고발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들 기관의 행정조사권 오·남용 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이들 권력기관의 부당한 행정조사를 감시하기 위한 '변호인 조력권 침해 신고센터' 출범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대한변협은 최근 관련 안건을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신고센터 운영위원을 모집 중이다. 목표는 상반기 내 센터 설립이다.

 

피조사자 방어권·변호인 조력권

 침해 사례 잇따라


센터는 국세청 일반세무조사나 공정위 임의조사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권리·권익 침해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변협은 신고대상을 이들 기관 뿐만 아니라 조사권을 가진 모든 국가기관으로 열어둘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는 변호사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나 일반 국민으로부터도 받을 계획이다.

센터가 설립되면 법령상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임의조사임에도 실무상 강제수사처럼 이루어지는 행정조사 행위와 위법·부당한 절차들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입회권 침해 △진술거부권 침해 △메모 금지 △설명 거부 △열람·복사 제한 등 적법절차에 위반되는 조사행위도 신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두 변호사의 사례 외에도 암암리에 벌어지는 권력기관의 행정조사권 오·남용 사례를 경험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변호사의 핸드폰을 임의로 압수하거나, 일정을 수시로 변경해 변호인 참여가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

진술거부권 침해·메모 금지·설명 거부 등 

신고대상

 

공정위 등은 자체 신고센터를 두고 있지만 신고 사례는 드물다. 신고를 하려면 권리침해 내용을 자세히 적어야 하는데, 관련 업무를 하는 담당자와 전문 변호사 풀이 제한적인 데다 로펌에도 권력기관 출신 위원들이 있기 때문에 신고자가 특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실태파악과 외부감시를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권력형 행정기관이 수사기관보다 더한 강제력을 행사하는데도 당사자와 변호사는 불이익을 받을까 쉬쉬하는 일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권력형 행정기관의 조사절차를 적법절차 범위 내로 끌어오기 위한 법령 개정은 물론 영장주의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 가진 권력기관 

행정조사권 오·남용 제동 


또다른 변호사도 "문제는 법령상 규정이 없거나 모호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제재들"이라며 "괘씸죄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항의할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조사관은 메모를 금지하지만, 어떤 조사관은 그냥 놔둔다. 열람·복사 허용에도 일률성이 없다. 복불복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남기욱(55·사법연수원 31기) 대한변협 제1기획이사는 "권력기관들의 부당행위 피해를 호소하는 변호사 회원과 의뢰인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작 수사권이 없고 절차참여 등 명문규정이 없는 사각지대에서 심각한 권익 침해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권력기관의 행정조사는 실무에서 수사에 못지 않은 징벌적 기능이나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절차 규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법익침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인식전환과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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