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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ESG 평가 기준·모범 규준 설정 개입에 신중해야"

한국법제연구원·서울지방변호사회, '새 정부 출범과 ESG 법제화 전망'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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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기준과 평가기준, 모범규준의 서로 다른 기능을 고려해 각 기준 설정에 대한 정부 등의 직접적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ESG 공시기준은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위해 어느 정도 통일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지만, ESG 평가 기준과 모범 규준은 정부와 법 제도의 사전적 개입이 이뤄질 경우 사회 변화와 다양성을 반영한 유연한 ESG 경영 실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변호사와 로펌은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의무를 가진다는 점에서 자체적 ESG 경영에 적극 나서야 하며 기업과 사회의 ESG 생태계 마련을 위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김계홍)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산수룸에서 '새 정부 출범과 ESG 법제화 전망'을 주제로 '제1차 ESG 법제 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환경, 인권, 다양성, 안전 등 비재무적 요소를 기업 투자와 경영에 반영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경제·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5월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도 선거 과정에서 ESG 평가지표 표준화와 중소·벤처 기업의 ESG 경영 지원 강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이번 포럼은 ESG 제도화 과정에서 법률가의 다양한 역할을 모색하고, ESG와 관련된 각종 담론을 법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계홍 법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올해부터 시작하게 된 ESG 법제포럼은 최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소셜 택소노미와 작년에 마련된 그린 택소노미 등 체계적 ESG 담론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기획됐다"며 "오늘 포럼을 시작으로 법제연구원은 E,S,G 각 영역에 관련된 포럼과 국내외 학술대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 분들의 의견이 합리적이면서도 체계정합적으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욱(43·변호사시험 2회)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축사에서 "ESG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많은 기업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예측가능한 예측불가능성'에 대처하는데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법률적 측면을 등한시한 ESG 경영은 기초가 부실해 사상누각(沙上樓閣)과 다름없으며 변호사들이 ESG 관련 리스크 종합관리체계 구축, ESG 확산, ESG 실천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천경훈(50·사법연수원 26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ESG 공시기준과 평가기준: 법과 정부의 역할과 한계'를 주제로 발표하며 "ESG 공시·보고기준, 평가기준, 모범규준은 서로 기능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준 설정에 대한 정부와 법규의 개입 정도는 각각 달라야 한다"며 "공시·보고 기준은 룰 세팅(rule-setting)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법규의 개입이 합리적으로 요구될 수 있지만, 평가 기준과 모범규준은 정부와 법규의 직접적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GRI, TCFD, SASB 기준 등 ESG 공시·보고 기준과 MSCI, Sustainalytics 등 평가기준과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한국거래소 발표)', 'K-ESG 가이드라인(산업통상자원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환경부)', 'K-Taxonomy(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등 ESG에 관한 다양한 기준과 규준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보고·평가기준, 모범 규준의 홍수 속에서 '정부와 법 규정이 통일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보고 기준은 정보 수요자의 활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준이므로 정보의 인식과 보고를 위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정부와 법규의 개입이 어느 정도까지는 합리적"이라며 "평가기준은 정보수요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등급/점수를 산출하는 기준이므로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정부와 법규가 관여할 수는 있으나, 단일 평가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범규준의 경우에도 정부가 입법절차를 우회해 연성 규범의 형태로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면 사실상 강행적 성격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며 "법률가와 법의 역할은 점수화로 정해진 규칙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가 경영이나 투자판단에서 중요하다는 흐름 속에서 개별 영역에서 새로운 컴플라이언스 수요를 발견하고 그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수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정부는 기업의 공시제도와 이사의 의무관련 법제도의 불명확성, 장애요소를 법적으로 해소하고 현행법과 정합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기업의 ESG 평가와 인증기준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회사와 이해관계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시대와 사회변화에 따라 급속하게 변화하는데, 이를 사전에 정해놓고 사후 평가·인증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실질적 ESG 경영을 막고 경직적이고 형식적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성택(58·27기)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ESG 시대, 법과 법률가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많은 로펌들이 ESG를 새 먹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ESG와 관련된 '변호사업의 목적과 역할,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법무법인은 변호사법에 따라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특수법인이므로 ESG의 각종 이슈를 실천하고 공시할 책무를 가진다"며 "변호사업의 이해관계자인 고객, 공급망, 지역사회도 변호사에게 ESG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최근 다국적기업들은 고문 로펌에게 경제(반부패·하도급), 환경, 사회(노동·보건·안전·인권) 등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과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해 해외 유수 로펌과 법률가들은 다양한 ESG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 시대에 법은 최저기준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 질서를 만들고 ESG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차별금지법, 자본시장법 등 국내의 경성법에서 UNGPs,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스튜어드쉽코드 등 연성법으로 ESG 규범이 확장되고 있으며, 국내법뿐만 아니라 EU, 미국, 중국 등의 해외법과 유엔규범과 같은 국제법으로도 법률 검토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므로 ESG 관련 법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일모 상지대 교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ESG 활용 방안: 국내 기업의 ESG 평가 사례 분석을 통한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 기업들의 ESG 관련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속가능보고서의 표현방법을 포함한 정보의 품질 보장 방법을 결정함에 있어 작성주체인 기업과 이를 실행하는 전담조직 및 인력들이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려는 의지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며 "지속가능보고서의 공개가 이해관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제3자 검증을 통해 보고서의 공신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되는 ESG 관련 비재무적 정보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보고서에 대한 검증을 단일년도가 아닌 다년도 간으로 확대해 지속가능보고서에 담긴 ESG활동과 성과 등의 변화가 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수근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종합토론에는 안 교수 외에도 이상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팀장, 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준혁(44·33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 송영선 한국법제연구원 전문위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김정남 삼정 KPMG 상무, 오승재 서스틴 베스트 총괄본부장, 윤형석(30·변시 6회) 서울변회 법제정책이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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