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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공무원의 초월적 권한행사와 직권남용죄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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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직권남용죄의 의의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그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형법 제123조에 의해 처벌되는바, 이를 통상 직권남용죄 또는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라고 한다. 이 죄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직권의 일탈적 행사'라는 행위와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의 초래' 행위를 모두 충족할 때 성립한다.

 

  

Ⅱ. 직권의 남용과 직권남용죄
1. 직권남용죄의 문제점

직권남용죄에 관한 형법의 해석·적용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남용'의 의미 역시 위 규정만으로 그 의미를 명확히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이에 대해서는 양경승,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과 구성요건', 인권과 정의(2021. 9.), 169면 이하 참조]. 더욱 문제는, 공무원이 행사한 권한이 직권이 아니라거나, 그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으므로 이를 남용하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일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2. 직권의 의의와 남용
(1) 공무원의 지위와 직위 및 직권

공무원의 직권, 즉 직무상 권한은 그 지위(직위)에 따른 직무수행을 위해 부여된다. 공무원의 지위(직위)는 국가제도나 공무원 조직에서 각 공무원이 차지하는 위치를 말한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원 조직은 독임제 관청(대통령, 장관, 단독판사, 시장, 군수 등)과 합의제 관청(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별되고, 이는 또 스스로 의사를 결정해 대외적으로 공표·행사할 수 있는 독립적 관청과 이러한 관청(공무원)을 보조하는 관청(차관, 실장, 국장, 과장 등)으로 나눠진다. 모든 공무원은 이들 관청의 소속원으로서 개별적인 지위(직위)를 갖는다.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은 각자의 직무에 따라 법령에서 직접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법령에서 이를 직접 일일이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무원의 직권행사를 다른 공무원에게 위임하는 것이 법령상 허용되거나, 그 직무를 일정한 공무원으로 하여금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 법령상 허용되는 때에는 그 위임이나 지정을 받은 범위에서도 당해 공무원은 직무상 권한을 갖게 된다. 이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통한 국가기능의 실현과 공무원조직 및 관료제도의 본질, 국가공무원법 등 공무원법령에도 합치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의 내용과 범위는 조직법상의 근거를 둔 위임이나 지시, 명령을 통해 법령의 근거를 가지면 족하다고 보며(헌법재판소 2006. 7. 27. 선고 2004헌바46 결정), 대법원의 견해도 이와 같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등).

 
(2) 직권의 남용과 초월적 권한행사의 문제

공무원이 직권을 행사하는 데에는 공무원법과 개별 행정법에서 그 목적·수단·절차적 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공무원의 직권 남용은, 직무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권을 목적적·수단적·절차적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게 행사한 것을 가리킨다. 공무원이 상대방에게 특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 그것이 외형상 직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은 때에는 그 권한을 초월 또는 초과하여 행한 것이 되는바, 이를 초월적 권한행사에 의한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첫째, 그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둘째,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직권의 초월적 행사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첫째 문제에 대해서는, 법령상 부여된 직권이 아닌 권한이나 힘을 행사한 것이므로 지위나 신분을 이용한 것일지언정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실제 재판 현장에서 이러한 법리가 적용된 사건이 다수 있다. 원칙적으로 볼 때 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수행과 전혀 상관없는 권한이나 힘을 행사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이는 '권한' 또는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직무수행을 위해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권한이나 힘을 행사하였다면, 그 행사한 권한이나 힘의 배후에는 당해 직무수행을 위한 직권이 있는 것이고, 그 권한이나 힘의 행사가 적법한 직권행사의 요건을 벗어났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 대법원도 직권의 초월적 행사에 의한 직권남용죄의 성립을 계속 인정해왔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도6251 판결,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등). 이는 수사공무원이 피의자 신문 중에 고문을 한 경우와 같이, 공무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법령이 정한 목적과 수단의 한계를 일탈하여 직권을 행사함으로써 외형상 그 권한이나 힘의 행사가 본래적 직권행사의 모습을 띠지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3. 직권의 초월적 행사를 통한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의 기준

그러면 둘째의 문제, 즉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과연 직권의 초월적 행사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공무원의 직권행사는 그 지위나 직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공무원이 타인을 상대로 일정한 행위를 한 경우 그것이 순수한 직무상 권한의 행사인지 아니면 그가 가진 지위나 신분에 기한 영향력의 행사인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는바, 이는 그 영향력의 행사가 법령상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때에 자주 발생한다. 이 경우 양자를 결정하는 1차적 기준은 당해 공무원의 행위가 그의 본래 직무에 속하여 그와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 및 그것이 그의 직무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인지 여부인바, 이는 당해 공무원의 본래 직무내용과 그 행위의 관련성을 관계 법령과 당해 조직 내에서의 업무처리 관행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Ⅲ.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의 지위와 직무 및 직권남용
1.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의 지위와 직무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지방법원 수석부장의 직무와 직권의 내용 및 그 한계가 문제되고 있다. 지방법원 수석부장은 우선 합의제 관청인 합의부의 구성원이자 그 장으로서의 지위(직위)를 가진다. 그 직무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및 민사소송법 등에서 부여한 재판업무이며, 그 직무수행을 위한 직권으로 심판권(법원조직법 제7조 제5항, 민사소송법 제135조 등)과 부원에 대한 지휘권(법원조직법 제30조 제3항, 제27조 제3항)이 부여된다. 한편, 수석부장은 국법상 법원의 사법행정업무에 관하여 법원장을 보조하는 지위를 가진다. 즉, 법원조직법 제29조 제4항은 지방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수석부장 등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는바, 법원장의 직무인 사법행정업무는 인사, 재판사건의 배당, 재판부의 조직 및 법관별 분장업무의 지정 등이다. 그러나 법원장은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때에도 사법행정업무의 일부를 수석부장 등에게 위임하거나 처리를 지시할 수 있다. 이때 위임·지시받은 자의 지위는 법원장의 보조기관이며, 그 위임·지시를 위법이라 할 수 없다. 그 위임·지시는 명시적으로도 가능하고, 관행 등에 따라 간접적·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2. 수석부장판사가 사법행정업무를 위임·지시받은 경우의 직권과 그 행사

수석부장이 법원장에게 위임·지시받아 처리하는 사법행정업무로는 ① 사건배당, ② 업무수행계획 수립, ③ 대법원 등에 대한 보고, ④ 법관의 근무평정, ⑤ 법관의 사무 분담, ⑥ 언론과 대국민 홍보, ⑦ 법원장이나 상급 법원과 법관들 간의 의사소통 중개 등을 들 수 있다. 수석부장은 위와 같은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속 법원 판사들과 의견을 교환하거나 그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정보 제공을 요구할 직무상 권한이 있다.


그런데 수석부장이 특정 사건의 재판권 행사에 간여하여 판사들에게 일정한 지시나 요구를 한 경우(① 재판장에게 특정한 발언의 요구, ② 판결 선고 시 고지할 내용의 제출 요구, ③ 판결문 수정 지시 등), 이는 자신의 사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 사법행정업무 처리자의 지위와 직권에 의한 것으로서 그 직무수행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행사된 권한이나 힘이 당해 직무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무권한에 기한 것이다. 이 점에서, 처음부터 그 직무 수행이나 권한 행사가 본래의 직무나 권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위나 신분을 이용한 행위와 구별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지시나 요구는 단순히 수석부장이라는 지위나 직위, 신분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그 직무권한을 목적에 위배하여 행사, 남용한 것으로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


즉, 이러한 재판간여는 사법행정업무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지만, 실제로 대법원 등 상급기관의 지시사항 이행과 그 보고를 위해 이루어진 것이고, 언론이나 국민에 대한 홍보, 상급 법원과 소속 법관들 간의 의사소통 중개와도 관련되며, 위 행위에 사용된 권한이나 힘은 사법행정업무 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무권한에 기초한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수석부장은 자신의 지시·요구에 대한 처리 태도와 결과 등을 장래 판사들에 대한 재판사무 배정과 사건배당, 근무평정을 위한 자료로 수집하고 그에 반영하게 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이는 사법행정업무와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 이때 판사들이 명시적으로 이를 거부하지 않았거나 묵시적으로 이에 영합하였더라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게 논문 참조).


한편 수석부장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과 차장 등의 사법행정업무에는 헌법재판소나 정부, 국회 등 다른 기관과의 협력 및 협의, 법원행정사무 및 재판사무의 지원과 감독, 사법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 등의 수립과 시행, 대국민 홍보 및 언론보도 등에 대한 대응, 인사와 예산 및 재산의 관리 등이 포함되고, 이를 위해 법관 등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나 협조를 구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직무상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때 이들에게는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에게 사건의 처리 지연이나 배당된 사건의 처리 순서상 부적정 등 사법행정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그 잘못이나 부적절한 처리를 지적하여 시정을 요구할 직권(이를 통상 지적권이라고 한다)이 있으나, 이를 넘어서서 개별적인 사건에 대한 판단 내용이나 판단 방법 등 재판권 행사에 대해서는 간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즉, 그러한 권한의 행사는 본래의 사법행정업무 처리를 위해 부여되거나 인정된 바 없으므로, 이러한 내용의 지적권 행사는 본래부터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 그들이 이러한 범위와 한계를 초과하여 개별적인 재판사건에 관하여 법관들에게 잘못을 지적하면서 일정한 조치나 시정을 요구하였다면, 법관들에게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는 본래의 사법행정업무 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권 행사의 한계를 초과·남용한 것으로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

 

 

양경승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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