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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행정절차법 일부개정의 주요 내용 및 몇가지 문제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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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처음에-행정기본법 제정의 후과로서의 행정절차법 개정

2022년 1월 11일에 행정절차법이 일부 개정되어 2022년 7월 12일부터(제20조(처분기준의 설정·공표) 제2항부터 제4항은 2023년 3월 24일부터) 시행된다. 법률은 제정과 동시에 개정을 예정하고 있어서 이번 개정 역시 항시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여느 개정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행정법 및 행정법학에 2021년 3월 23일은 남다른 날이다. 행정기본법이 제정되어 행정법은 더 이상 법전외의 존재가 아니라, 제정법이 되었다. 7월 17일 제헌절이 헌법의 날이라면, 3월 23일은 행정법의 날인 셈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행정기본법의 제정은 행정법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시대적 요구에 맞춰 그 영향을 제도화하는 것이 과제이다(상론, 김중권, 행정기본법의 보통명사 시대에 행정법학의 과제Ⅰ(공법학연구 제22권 제2호, 2021. 5. 31.), 과제Ⅱ(법제 제693호, 2021. 6. 15.), 과제 Ⅲ(공법연구 제49집 제4호, 2021. 6. 30.)). 이번 행정절차법 개정은 분명 행정기본법 제정의 후과이다. 개정사항 가운데, 확약, 위반사실 등의 공표, 행정계획형량요청은 행정기본법 제정에서 그 도입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었는데, 부처간의 협의에 의해 행정절차법의 규율대상으로 되어 이번 개정에 도입되었다.


Ⅱ. 주요 개정사항과 관련한 검토사항
1. 청문규정의 정비 건

청문권은 국가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우는 것의 당연한 방사(放射)에 해당한다. 나아가 행정의 예측가능성과 가시성을 제공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구현에도 이바지한다. 행정절차상의 청문이란 법치국가원리의 필연적인 결과에 해당한다. 현행법은 법정청문의 경우가 아니면 인허가 등의 취소 등과 같은 일정한 부담적 처분의 경우에 한하여 청문신청권(요구권)을 인정하는 식으로 청문원칙이 실현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2014년 1월 28일 개정), 이번 개정은 청문신청권이란 캡을 완전히 없애고 곧바로 청문강제를 규정하였다.

그런데 개정은 기왕의 수익적 행정행위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거부처분의 경우는 원천적으로 제외된다. 허가와 같은 수익적 행정행위는 기본권구체화적 성질을 가져서 그 거부는 기본권의 제한인 셈인데, 이에 대한 절차적 보호가 원천 배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거부처분의 사전통지 대상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행정법문헌은 판례의 입장과는 달리 정당하게 거부처분 역시 사전통지의 대상으로 보려고 한다. 간단하게 입법으로 정리될 문제가 여전히 논의거리가 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2. 확약규정 신설 건

법 제40조의2가 확약제도를 명문화하였다. 명칭의 문제에서 확약(Zusicherung)을 행정행위의 발급 여부에 대한 약속으로 제도화하였기에, 행정행위를 포함한 일체의 행정작용과 관련한 약속은 확약으로 명명해서는 아니되고, 그와 구별되게 확언(Zusage)이라 명명할 수 있다. 기왕에 확약에 관해 문헌상으로 행정행위에 비견되게 논의되고 있지만, 판례의 입장은 매우 다르다. 대법원 94누6529판결이 '어업면허우선순위결정'을 확약으로 보아 강학상의 '확약'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것의 처분성을 부인하여, 확약의 법적 무의미로 확대되었다. 확약의 법적 무의미는 확약의 핵심인 행정의 자기구속의 근거인 신뢰보호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상황을 낳는다. 결국 확약은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내부적 작용이나 일종의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며, 행정법상의 확약론 자체도 공허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시·군계획시설사업 시행자지정과 관련한 우선협상자지정은 '어업면허우선순위결정'과 본질이 동일한데, 대법원 2017두43319판결은 구체적인 법적 성질을 밝히지 않고, 행정처분성을 전제로 본안판단을 하였다. 비록 종국적 처분과 그것의 약속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확약제도의 명문화를 기화로 행정처분의 개념정의에서의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 확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실효메커니즘은 물론, 약속의 숙명인 잠재적 파기가능성으로 인해 확약은 보통의 행정행위에 비해 그 존속력이 분명 상대적으로 약하다.

확약의 핵심 도그마틱은 그것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는 것, 즉, 실효의 법리이다. 이에 의해 종국처분에 비해 약한 구속력(신뢰보호)이 확약에 대해 인정된다. 판례가 확약의 처분성은 부인하면서도 실효의 법리는 인정하였는데(대법원 95누10877판결), 동조 제4항은 비구속 메커니즘을 통해 실효의 법리를 부분적으로 제도화하였다. 즉, 확약을 한 후에 확약의 내용을 이행할 수 없을 정도로 법령등이나 사정이 변경된 경우와 확약이 위법한 경우에는 행정청은 확약에 기속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두 번째 실효사유(확약이 위법한 경우)이다. 실효의 법리는 사정변경의 원칙(Clausula rebus sic stantibus)을 구현한 것인데, 두 번째 실효사유는 사정변경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지 확약 자체의 위법성을 내세운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 사정변경에 따라 기왕의 확약이 위법하게 되어 버린 즉, 사정변경을 알았더라면 확약을 하지 않았거나 확약을 해서는 아니 될 경우에는 실효의 법리가 당연히 통용될 수 있지만, 사정변경 없이 확약이 위법한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까지 실효의 법리가 통용되면 위법한 확약의 상대방은 그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완전히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신뢰보호의 공백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오로지 확약을 교부한 후 사실적·법률적 상황이 변화한 경우만을 실효인정의 출발점으로 삼은 독일 행정절차법 제38조 제3항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확약이 분명한 법제도가 되었고, 확약의 형식을 독일의 경우처럼 문서로 국한하여(동조 제2항) 형식을 둘러싼 논의는 정리되었지만, 확약론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3. 행정계획에서의 형량 규정 신설 건

행정청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폐지할 때에는 관련된 여러 이익을 정당하게 형량하도록 한 제40조의4는 입법공포된 행정기본법안 제37조 제1항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계획재량행사에서의 형량요청을 명문화한 동조는 '재량행사의 기준'의 이름으로 "행정청은 재량이 있는 처분을 할 때에는 관련 이익을 정당하게 형량하여야 하며, 그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행정기본법 제21조에 비견된다.

독일(연방건설법전 제1조 제7항)과는 달리 우리는 실정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오래 전부터 계획법제의 목적프로그램으로서의 구조적 특수성에 바탕을 두고서 행정의 광범한 계획형성의 자유를 인정하였으며, 또한 이를 전제로 형량명령의 법리(행정계획에 관련되는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를 인정하여 왔다(효시적으로 대법원 96누8567판결). 과연 제40조의4가 계획확정결정에서 요구되는 형량명량의 법리를 온전히 담보하는지 의문스럽다. 행정청의 통상적인 재량행사는 행정의 차원에서의 공익과 상대방의 차원에서의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즉, 이항대립적 구조이다. 그러나 가령 도시개발계획의 경우 공익의 차원에서 개발의 공익과 보존의 공익이 상충할 수 있으며, 사익의 차원에서도 동일한 것처럼, 계획재량의 행사에는 공익간에도, 사익간에도 충돌의 양상이 빚어진다. 보통의 재량행사보다 중층적 이익충돌의 상황이다. 형량명령은 계획형성의 자유를 정당화시키거니와, 계획결정이 지닌 법률상의 축소된 결정인자의 결핍을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메우기도 한다는 점에서, 형량명령은 법치국가원리의 표현인 동시에 헌법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독일 연방행정법원은 법치국가원리로부터 그것을 도출하기도 한다((BVerwGE 41, 67ff.)). 형량명령에 관한 판례의 논증과 비교해도 너무나 미흡하기에 동조를 형량명령의 근거로 보기에는 많이 주저된다.


Ⅲ. 맺으면서-절차의 철조망으로 국가가 피투성이 되는 것의 문제

이번 개정에서 온라인 공청회의 단독실시와 같이 시대에 부응한 면도 있지만, 행정기본법 제20조의 자동적 처분에 따른 절차적 보완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으며, 나아가 절차하자의 치유는 물론, 내용상의 위법을 가져다주지 않을 절차·형식의 하자의 불고려와 같은 획기적인 방향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너무 아쉽다. 절차에 대해 과도한 비중을 부여하는 것은 탈규제화 경향과도 상치(相馳)된다. 독일은 절차간소화의 경향에 맞춰 1996년 행정절차법 개정에서 절차완화와 불고려·치유·배제규정의 확대를 통해 행정절차를 더욱 신속화하고 절차하자의 법효과를 더욱 축소시켰다. 절차적 정의의 강조가 바람직하나, 절차가 국가작용에 대한 무분별한 불복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지나치게 촘촘한 절차의 철조망으로 국가가 피투성이 되는 것은 결코 온당하지 않다. 지금은 과거 미란다원칙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비춰졌던, 적법절차의 원칙이 이상이었던 암울한 그때가 아니다. 신속화·효율성과 절차적 요청간에 합리적인 조화와 균형을 강구해야 한다(상론, 김중권. 행정법, 2021, 593면 이하).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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