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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신탁법상 위탁자 지위변경을 이용한 다주택자 납세회피 시도에 관한 고찰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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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부동산 세제는 과세당국조차도 헷갈릴 만큼 복잡다단하다. 부동산 대세상승장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엄격함을 더해갔는데,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인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와 같이 부동산 세제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납세회피 시도가 이루어졌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신탁법상 위탁자 지위변경을 이용하는 시도가 확인된다. 다주택자 중과세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납세회피 시도가 절세의 범위를 넘어 탈세 등 불법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2. 신탁법상 위탁자 지위변경을 이용한 납세회피 시도

신탁재산의 위탁자 지위의 이전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위탁자가 해당 신탁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지만(신탁법 제10조), 위탁자 지위의 이전에도 불구하고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 변동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지방세법 제7조 제15항).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동산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업자가 그 위탁자의 지위를 다른 집합투자업자에게 이전하는 경우로 한정된다(동 시행령 제11조의3 제1호). 이는 위탁자 지위의 이전이 있는 경우 취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과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특별히 마련된 조항으로서 창설적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두67810 판결).

한편, 신탁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납세의무자는 모두 위탁자인데(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 재산세를 규정한 지방세법 제9장과 종합부동산세법은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과 같은 위탁자 지위변경에 관한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① A주택과 B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B주택을 신탁법상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에게 위탁하고, ② 이후 제3자를 새로운 위탁자로 하여 위탁자 지위를 변경한다면, ③ 새로운 위탁자로서는 해당 신탁재산인 B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어 취득세 납부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위탁자 지위변경 이후의 B주택에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역시 새로운 위탁자에게 부과되고, 기존 위탁자는 적어도 과세 측면에서는 1주택자로서 다주택자 중과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변경은 모두 기존 위탁자인 다주택자를 과세상 1주택자로 만들어 다주택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데, 구체적으로는 다주택자가 신탁계약, 위탁자 지위변경 등에 필요한 제세비용을 부담하고, 새로운 위탁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납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위탁자가 무주택자라면, 새로운 위탁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비용을 모두 합치더라도 기존 다주택자가 과세상 1주택자로 취급되면서 발생하는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절감분 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위탁자 지위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취득세를 절감하기 위해 법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확인된다.


3. 현행법령 위반여부 검토

전술한 납세회피 시도는 부동산 등기와 신탁을 활용하여 실질적 소유자라고 보기 어려운 제3자(새로운 위탁자)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부동산 명의신탁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인 사실을 등기한 경우 애초에 부동산실명법이 규율하는 명의신탁약정으로 규율하지 않는바, 형식적으로 유효한 신탁등기를 활용하는 이상 부동산실명법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부동산실명법,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등 부동산 관계법령에서 명의신탁, 중간생략등기 등 형식적으로 유효한 부동산 등기를 이용한 납세회피를 금지하는 취지는 결국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신탁법 역시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무효로 한다는 목적의 제한을 두고 있는데, 다주택자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식적인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위탁자 지위를 변경한 다음 새로운 위탁자가 납부해야 할 취득세, 재산세 등을 대납하여 위탁자 지위변경으로 인한 실질적 소유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인정된다면, 부동산 신탁 자체가 그 반사회적인 목적으로 인하여 무효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투기, 탈세, 탈법, 반사회성 등은 불확정 개념으로, 신탁법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4. 개선방안

대법원 2017두67810 판결 설시와 마찬가지로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은 위탁자 지위변경이 이루어진 경우 취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과세 공백을 메우는 것을 그 입법취지로 한다. 그런데 위 조문 단서에서 '위탁자 지위의 이전에도 불구하고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 변동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를 새로운 위탁자가 위탁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지 않는 예외로 규정하는데, 정작 동 시행령 제11조의3은 그 예외사유로서 자본시장법에 따른 부동산집합투자기구의 경우만을 규정한다(동조 제1호). 동조 제2호는 2021년 12월 31일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으로 삭제되었는데, 지방세법 시행령 제11조의3 신설 당시 동조 제2호는 '제1호에 준하는 경우로서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의 변동이 없는 경우'를 규정하였다.

그런데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개정 입법예고(행안부공고 제2021-653호)를 보면, 과세제외 대상인 제1호에 '준하는 경우'에 대한 해석상 오해·혼선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지방세법 제11조의3 제2호를 삭제하였다. 결국 현재 부동산 집합투자기구 내에서 변경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질적 소유권 변동여부와 무관하게 새로운 위탁자가 소유자로 간주되어 취득세를 납부하고, 그 예외는 없다.

한편, 전술한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변경이 모두 기존 위탁자인 다주택자를 과세상 1주택자로 만들어 납세를 회피하기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상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 변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변경에 필요한 제세비용과 향후 새로운 위탁자에 대한 부동산 과세를 모두 기존 위탁자가 대납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비단 사회질서 위반으로 인한 신탁 및 위탁자 지위변경 무효를 논하지 않더라도, 애초에 지방세법 시행령 제11조의3에서 이와 같이 단순히 부동산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질적 소유권 변동이 없는 위탁자 지위변경이 이루어진 경우를 위탁자 지위변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위탁자를 신탁재산의 취득자로 간주하지 않는 사유로 명시함이 상당하다. 실질적 소유권 변동이 이루어져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새로운 위탁자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 변동을 인정하되, 세금 대납 등으로 위와 같은 목적이 추단된다면 이는 실질적 소유권 변동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여전히 기존 위탁자에게 부동산 취득을 전제로 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어 납세회피 시도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 역시 과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창설된 규정인바, 다주택자의 중과세 회피를 위한 신탁제도 악용으로 발생하는 과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지방세법 시행령 제11조의3 개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지방세법 시행령 제11조의3 제2호를 개정하여 '부동산신탁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의 목적으로 형식적인 위탁자 지위변경을 통해 위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 변동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신탁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재산세 납부의무자를 규정한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와 종합부동산세 납부의무자를 규정한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을, 위탁자 지위가 변경된 경우 새로운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되 실질적 소유권 변동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예외를 지방세법 시행령 제11조의3에 위임하도록 개정하여 취득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각 납세의무자의 단일성을 꾀해야 하겠다.

본질적으로 위탁자 지위변경을 규정한 신탁법 제10조를 조세회피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위탁자 지위변경 자체를 무효로 하도록 개정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이미 신탁법 제5조에서 조세회피 등 반사회적 목적의 신탁을 무효로 보고 있고, 과세의 직접적인 근거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이러한 납세회피 시도를 차단함에 있어 더 효과적일 것이다.


5. 자산시장에서의 페어 플레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에 대하여 여러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주택자가 현행법령상 중과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면서 자산시장에 참여한다는 점에 비추어, 부동산신탁제도를 악용하는 납세회피 시도는 입법적으로 차단함이 마땅하다. 조세형평 등의 가치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그것이 바로 자산시장에서의 '페어 플레이'다.


이영훈 검사 (창원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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