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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사건에 판결이유 쓰는 판사들 ‘호평’

민사본안 사건 연간 92만여 건…소액사건이 70%

미국변호사

최근 장기미제 사건 급증과 사건 처리 지연 등으로 법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일부 판사들이 소액사건 선고 때 판결이유를 판결문에 설시해 지역 사회와 사건 당사자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소가 3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은 판결을 선고할 때 결론만 적고 판결 이유를 생략할 수 있게 돼 있어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과 함께 대표적인 '깜깜이 판결'로 지적 받아왔다. 그런데 소액사건에 판결이유를 써주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사건 당사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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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액사건 판결이유 쓰는 판사들 = 이은희(52·사법연수원 23기)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장은 최근 회사 분할 이후 대체공휴일의 유급휴일 적용을 배제당한 근로자들이 제기한 임금소송(2020가소12044)에서 "회사는 휴일근무수당 등 86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지원장은 사건 소가가 소액이어서 주문만 선고해도 됐지만 그렇게 판단하게 된 이유를 판결문에 기재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유급휴일로 처리되던 대체휴일을 유급휴일에서 제외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으로 보인다"며 "상주근무자와 달리 교대근무자에게 (대체 유급휴일을) 인정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교대근무자에게도 대체휴일이 유급휴일로 정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 지원장은 "소액사건에서 판결 이유를 작성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당사자 간 다툼이 있는 사건이어서 쟁점 위주로 이유를 간단하게나마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일(36·41기) 대구지법 경주지원 판사도 지난 1월 세입자가 "보증금 200만원을 돌려달라"며 집주인을 상대로 낸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2021가소27253)에서 "임대인은 보증금 전액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하면서 이유를 명시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과 △피고의 공제항변에 대한 판단 등 쟁점을 중심으로 판결 이유를 자세히 기재했다.

 
이 사건 원고를 대리한 유현경(40·변호사시험 1회)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공제항목들에 대해 판사가 귀책사유와 인과관계 등을 하나하나 짚었다"며 "최근 보증금을 볼모로 각종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다양한 사례가 발생해 혼란이 있는데, 이 판결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가 3000만원이하 사건  

판결이유 생략 특례에도 

쟁점위주로 쉽게 서술 

당사자들 답답함 풀어줘 


◇ 민사 1심 70%는 소액사건 =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원칙적으로 판결문에는 결론인 주문과 함께 그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사건심판법은 신속한 사건 처리 등을 위해 소가 3000만원 이하인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법관이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소액사건에서는 법관이 변론 종결 후 즉시 선고할 수 있고, 주문을 낭독하면서 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1심 소액사건은 총 65만5827건에 달했다. 전체 민사본안사건 92만6408건의 70.8%를 차지한다.

  

거의 판결이유 없어  

변호사마저 패소이유 ‘아리송’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전국 1심 법원이 처리한 소액사건은 4만1104건이다. 이 중 화해·권고 등을 제외한 2만5791건(62.7%)에 판결이 내려졌지만 판결이유가 적힌 판결서는 드물다. 대신 평균 사건 처리 일수는 139.6일로 상대적으로 신속하다. 민사단독 사건 238.2일의 절반 수준, 민사합의 사건 402.7일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준익(42·36기) 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변호사는 "임플란트 이식 후 부작용 사례, 지하철 발 빠짐 사례 등 소액사건은 금액도, 사건 유형도 천차만별"이라며 "소가는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좌지우지할 큰 사건일수도 있는 만큼 법원에서 간략하게라도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기재해준다면 당사자들도 결과에 훨씬 승복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소액사건의 경우 판결 이유가 없다보니 변호사마저도 왜 패소했는지 모르는 사건들이 있다"며 "판사 인력은 부족하고 사건은 쌓이니 판결 이유를 쓰는 게 어렵다는 현실적 어려움은 공감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패소하면 납득이 안 돼 항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상소 사건 수 심화를 초래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인력 문제

현실적 여건 고려 대안 마련해야


◇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 국회 계류 =
지난해 7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공평하고 적정한 권리구제라는 민사소송법의 일반원칙과 소액 민사사건의 신속한 처리라는 특례 규정의 취지를 고려해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 및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후보는 사법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의 사법 편의성을 높이겠다며 '소액사건 판결 이유 기재 의무화'를 공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소액사건에 판결 이유를 기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법관 인력 충원 등 현실적 여건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은 법원 인력 문제"라며 "사건 수는 많은데 이를 감당할 법관이 없는 게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및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으로 판사 업무와 수요는 증가하는 데 그에 따른 인력 충원은 더디니 결국 소액사건에 투입되는 인력이 유출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다른 일반 사건처럼 소액사건에도 판결 이유를 상세하게 기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툼이 있는 사건에 한해 당사자들의 충분한 이해를 돕고 상급심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쟁점 위주로 판결 이유를 간략하게 기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판결 이유 기재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법관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여건을 신중하게 고려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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