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로펌 찾는 외국기업들

금지조항 신설 2년 지나도록 심각성 의식 못해

리걸에듀
176479.jpg
외국계 기업에 국내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률안을 소개하기 위해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주한 싱가포르 상공회의소가 함께 한 소셜미디어 마케팅 <출처=법무법인 대륙아주>

 

 최근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로펌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 관련 조항이 신설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체크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회사들이 많고, 사내에서 실제 이슈가 발생해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외국계 기업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정한 조사 등 사건의 적정한 처리를 위해 외국계 기업은 물론 관련 프로세스를 마련한 국내 기업들도 로펌을 찾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2019년 1월에 신설됐다. 이 조항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직장 내 괴롭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제76조의3은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뒤늦게 실제 이슈 발생으로 

조사받는 경우 많아


외국계 기업들이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문제로 로펌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에 비해 다양한 문화권의 구성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충돌이 법률이슈로 번지기 때문이다.


홍성(44·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근 외국계 기업의 직장내 갑질 문제에 대한 자문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문화 차이나 언어 등 의사소통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직장내 괴롭힘 이슈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기업의 임원이 편하게 건넨 농담에 한국인 부하직원이 모욕을 느껴 직장내 괴롭힘 문제로 번진 사례도 있다"며 "영·미권 국가에서 농담으로 쓰일 수 있는 표현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176479_1.jpg
외국계 기업에 국내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률안을 소개하기 위해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주한 싱가포르 상공회의소가 함께 한 소셜미디어 마케팅 <출처=법무법인 대륙아주>

 

다른 변호사는 "한 외국계 회사에선 한국인 직원과 보수 규정이 다르다며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정을 넣은 외국인 직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된 지 몰랐다가 관련 사건이 터지고 나서 로펌을 찾는 외국 회사들도 있다.


국내기업 비해 

다양한 구성원 함께 근무가 원인

 

김승진(45·변호사시험 5회) 대륙아주 변호사는 "한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대표는 한국 근로기준법이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지도 몰랐고, 직장내 괴롭힘 문제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봤다"며 "그러다 한국인 부하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해 수차례 고용노동청에 조사를 받으러 가야 했는데, 조사로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나서야 로펌을 찾아 자문을 얻었다"고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사안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맡기려고 로펌을 찾는 경우도 있다. 국내 기업은 자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이미 구축한 곳도 많지만, 외국계 기업은 본사가 외국에 있는 데다 국내에 소재하는 지사의 규모가 작아 자체 조사가 사실상 어렵다. 또 외국계 기업 문화의 성격상 외부인에 의한 내부 조사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도 이 같은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차이·언어소통과정 

직장내 괴롭힘으로 번져

 

김종수(42·37기) 세종 변호사는 "국내 기업은 진정이 들어오면 내부 절차에 의해 처리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한국 사무실이 작거나 내부신고가 본사로 직접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 더러 로펌을 통해 관련 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내법에 대한 외국어 자료를 찾기 어려운 까닭에 외국계 기업들은 직장내 괴롭힘 관련 사내 교육을 로펌에 일임하기도 한다.


김종수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즈음에 외국계 기업들에서 관련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는데, 신법과 관련한 제대로 된 영어 자료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과정 공정이 가장 중요

내부 판단은 어려워 


대륙아주는 주한 싱가포르 상공회의소와 함께 외국계 기업에 국내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률안을 소개하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로 로펌을 찾는 추세는 외국계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성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 조사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데 기업 내부에선 판단하기 쉽지 않아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로펌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정상태(46·35기) 바른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소송과 자문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고, 최근에는 국내 IT 업계에서도 관련 자문 요청이 들어온다"며 "법 시행 이후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고, 기업들도 주먹구구식 대처에서 벗어나 로펌 등 외부기관이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걸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