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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라이언스 활성화 위해 ACP 도입 절실

공정위 등 기업부당 조사 관행 개선 방안

미국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기업과 금융회사 등이 준법경영을 위해 로펌에 의뢰해 받은 법률자문 내역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고 제재 근거로 삼는 부당한 조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법 등에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age, ACP)'을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커지고 있다. 의뢰인인 기업과 변호사가 내밀하게 주고 받은 의사교환 내용 등은 공개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문화함으로써 준법경영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을 강화하고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 등의 부당한 조사 관행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의뢰인 보호라는 변호사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만큼 개선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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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P 도입해 과잉조사 제동 걸어야" = 공정위 등이 이처럼 과잉조사 관행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공정위 등과의 관계에 있어 기업은 을(乙)은커녕 병(丙)의 입장에도 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자문 내역 등에 대한 반강제적 제출 요구는 사실상 영장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음에도 기업들은 행여 보복을 당할까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예민한 사항이 고스란히 담긴 자문내용과 자문비용 내역까지 그대로 규제당국의 손에 넘어가도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런 조사 관행 때문에 준법경영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업무는 오히려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ACP 제도를 법제화해 기업의 의사에 반해 로펌이나 변호사로부터 받은 법률의견서 등의 열람을 요구하는 공정위 등의 조사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률자문 내역 반강제 제출 요구는 

사실상 위법


한 기업 사내변호사는 "사실상 강제조사에 가까운 공정위와 금감원의 조사 방식을 거부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정위 등이 스스로 조사 관행을 개선하면 좋겠지만 이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ACP 제도를 법률에 규정해 부당 조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공정거래팀 변호사는 "외국계 기업들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어떻게 법률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일이 발생하느냐'며 공정위 등의 조사 관행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업 컴플라이언스 위축을 막기 위해 일찍부터 ACP를 보장했고, 일본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수 차례 시도 끝에 2019년 공정위 조사 절차에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닉특권(秘匿特權)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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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라이언스 제도 활성화, 변호사 조력권 보장에도 도움" =
ACP는 미국 증거법 등에서 보장하는 권리로,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서로 의사교환을 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ACP가 우리나라 변호사법에도 도입되면 로펌과 사내변호사의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보다 활성화되고, 기업의 준법경영 수준도 한단계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준혁(44·사법연수원 33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김슬기 대전대 법학과 교수와 함께 발표한 '사내변호사에 대한 비밀유지권 도입 검토-기업범죄 억제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기업범죄 억제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제도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소통의 목적이 법률자문을 받는 데에 있고, 의사소통의 비밀성이 인정되며, 변호사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요건 하에 사내변호사에 대해 비밀유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컴플라이언스 제도는 기업에 스스로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내부조사 등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감독기관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며 "만일 비밀유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업 임직원들이 사내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거나 어떠한 행위의 위법 여부를 확인할 유인이 크게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위축돼 준법 수준이 낮아지고 기업범죄를 예방하거나 이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행정보복 우려 

제대로 대응하기도 어려워


또 "비밀유지권 인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뢰인이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법적 조언을 받는 등 비밀유지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는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비밀유지권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재판절차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에 대해서도 적용됨을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행법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비밀보호를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유지의무의 관점에 국한해 다루고 있는 한계를 ACP 도입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315조와 형사소송법 제149조, 제112조는 변호사의 증언거부권과 압수거부권을 규정할 뿐 의뢰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춘수(52·32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ACP를 도입하려는 취지는 단순히 변호사에게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PC 도입 취지는 

호사의 조력권 실질적 보호

 

◇ ACP 입법 추진 현황은 = ACP 관련 입법은 여러차례 추친됐지만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ACP 제도를 도입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조응천(60·18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돼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개정안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및 의뢰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직무와 관련해 비밀리에 이뤄진 의사교환 내용과 자료 등을 공개 또는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조 의원 안에 대한 심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전문위원 등에게 ACP 도입의 필요성과 해외 입법례 등을 설명하면서 신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 입법 여러 차례 추진에도

 답보상태 못 면해 

 

한국사내변호사회(회장 김성한)도 현 ESG 위원장인 이완근(47·33기) 전임 회장 시절부터 각종 연구 지원과 토론회 개최를 통해 ACP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역시 ACP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변협은 지난해 8월과 올 1월 열린 변호사연수회에서 ACP를 연수 주제로 삼아 변호사들에게 ACP의 개념과 국내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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