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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수사상 압수·수색에 있어 관련성 판단의 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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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2011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의 요건으로 관련성을 신설하였다. 그런데 2011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전에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 부분을 엄격하게 해석할 것을 요구하던 대법원(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은 2011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오히려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부분을 기준으로 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외 다수). 이와 같은 관점에 의하면, 영장의 신청, 청구, 발부 단계에서 아무리 정밀하게 관련성 검증을 하더라도 영장의 집행 단계에서 새롭게 관련성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어, 관련성 요건이 그 기능을 발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에 관련성 판단의 '기준'에 관한 종래의 논의(예: 객관적·인적 관련성 이론)와 초점을 달리하여 관련성 판단의 '준거', 즉 무엇과 무엇 간에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


Ⅱ. 법령·규칙과 실무

2011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법원 및 수사기관이 행하는 압수·수색 요건으로 관련성을 신설하였으나, 관련성 판단의 구체적 기준은 규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요건의 구체적 적용 및 담보는 운용자(예: 법원, 검찰, 경찰)의 몫으로 남아 있다. 2020년 제정 수사준칙은 수사기관에서 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할 때 "압수·수색의 범위를 범죄혐의의 소명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정할 것"과 "수색할 장소·신체·물건 및 압수할 물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것"을 규정하였다(제37조). 2020년 제정 경찰수사규칙은 영장을 신청할 때 "압수·수색의 필요성 및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신청서에 첨부할 것"을(제63조 제1항), 2021년 개정 범죄수사규칙은 "압수할 물건이 있다는 개연성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기록에 첨부할 것"을(제135조 제1항) 각각 규정하였다. 2021년 개정 검찰사건사무규칙은 사법경찰관의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검토하여, 검사가 영장을 청구 또는 기각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것을 규정하였다(제89조).

또한, 영장실무에서는 범죄사실과 압수할 물건 간의 관련성뿐만 아니라 범죄사실과 수색할 장소·신체·물건 간의 관련성에 대한 검토까지 이루어지며, 단지 다수의 물건이나 장소 중 어느 하나를 기각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특정 물건이나 장소의 범위를 세부적으로 조정하여 기각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영장의 신청, 청구, 발부 단계에서 관련성을 비롯한 압수·수색의 제반 요건들에 대한 점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영장의 집행은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눈에 띄는 어떤 물건(또는 전자정보)을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 부분과 매칭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Ⅲ. 판례와 학설

2011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전에 대법원은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하여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또는 유추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취했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그러나 이후 대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부분을 기준으로 하여, 동일한 경우뿐만 아니라 동종 또는 유사한 경우까지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2649 판결), 직접증거뿐만 아니라 간접증거까지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9784 판결),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있으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다만 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예견할 수 있었던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도6775 판결)라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은 학계의 논의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논문과 교과서가 혐의사실을 관련성 판단의 준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압수할 물건을 관련성 판단의 준거로 삼아야 한다는 일부 논의가 있으며 그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다: ① 어떤 증거가 현실적으로 실제 수사기관 등에 의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영장에 의한 압수, 또는 형사소송법 제216조의 예외에 해당하여 압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영장이 발부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한정하여 압수하여야 한다(김재중·이승준, "압수·수색의 범위와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형사정책연구 제27권 제2호, 2016, 79면). ②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을 특정해야 하며 효력은 바로 이 물건에 대해서만 발생한다. 즉, 압수·수색영장은 하나의 사건을 단위로 하는 동시에, 영장에 특정된 물건에만 효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배종대·홍영기, 형사소송법(제2판), 홍문사, 2020, 162면).


Ⅳ. 판단의 준거 제안

영장의 신청, 청구, 발부 단계에서 비교적 정밀한 관련성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례와 학계의 중론은 혐의사실을 관련성 판단의 '준거'로 삼고 있다. 여기에는 범죄수사의 역동성, 압수·수색의 통상적 시점 등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요소는 관련성 판단의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이지, 그 '준거'를 설정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더불어 압수할 물건을 관련성 판단의 준거로 삼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혐의사실 기준설'은 형사소송법 제215조의 문리적 해석과 거리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및 제2항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이 관련성을 법원에 의한 '압수'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즉, 수사상 압수·수색에 있어 관련성은 기본적으로 영장 신청 또는 청구의 요건이지 집행의 요건이 아니다.

둘째, '혐의사실 기준설'은 관련 법령에 규정된 관련성 담보 장치,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신청, 청구, 발부 단계에서의 집단적·사전적 검토(예: 기각, 일부기각, 보완수사 요구 등)를 무력화·형해화한다. 영장의 신청, 청구, 발부 단계에서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압수할 물건'을 설정였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자가 집행 현장에서 눈에 띄는 어떤 물건과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간의 관련성을 새롭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혐의사실 기준설'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셋째, '혐의사실 기준설'은 형사소송법이 영장 제시 조항(제118조), 당사자 참여 조항(제121조, 제122조) 등을 둔 취지를 몰각시킨다. 영장 집행 현장에서 눈에 띄는 어떤 물건과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을 비교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사실적 성격의 과업인 반면, 이를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비교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법리적 성격의 과업이기 때문에, '혐의사실 기준설'에 의할 경우 피처분자나 당사자가,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히, 관련성 없는 물건의 압수·수색에 대응하기 어렵다.

넷째, '혐의사실 기준설'에 따라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 이외의 물건을 압수한 경우,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사후영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혐의사실 기준설'은 기본적으로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 이외의 물건에도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는 관점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범죄사실 기준설에 의하면, 집행 단계에서 새롭게 관련성을 판단하여 영장의 압수할 물건 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물건 또는 정보를 '압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에 대한 사후적 사법 '통제'마저 받지 않게 된다.


Ⅴ. 결론

영장주의는 강제수사에 잠재하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일반영장의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관련성 요건은 압수·수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처분자 등의 재산권과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그러나 관련성 요건의 방만한 해석으로 인한 재산권 및 프라이버시권 침해 사례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성 판단의 '준거'를 1차 저지선으로, 관련성 판단의 '기준'을 2차 저지선으로 삼아 관련성 요건을 온전히 담보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제정 수사준칙은 제10조에서 수사비례의 원칙을 선언하는 한편, 제37조부터 제42조까지에서 압수·수색의 적정한 운용에 관해 규율하고 있다. 제정 수사준칙이 추구하는 바와 같이 압수·수색의 적정한 운용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관련성 판단의 '기준'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관련성 판단의 '준거'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본고가 이러한 논의의 촉발에 미력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형근 경정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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