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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FTC법 제5조 적용범위의 변천과 전망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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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연방거래위원회법(FTC법)의 입법 경위

미국은 19세기 남북전쟁을 거친 후 사회·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변화와 발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기·통신·철도의 발달로 인하여 소규모의 지역 사회 위주 시장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었고 사업체들 간의 결합이 촉진된 결과, 규모의 경제로 인한 거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었고 이는 독과점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당시 석유업을 운영하는 Rockefeller의 경우와 같이 부당한 리베이트 제공, 약탈적 가격 설정 등과 같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들을 배제함으로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취득 내지 강화하고 그 이후에는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다수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졌으나 보통법(Common Law) 또는 주법(州法)만으로는 이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Standard Oil과 같은 트러스트(Trust)로 인한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하여 미 의회는 이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게 되었다. 결국 1890년 당시 상원의원인 존 셔먼의 주도 하에 셔먼법이 제정되었고, 이는 세계 최초의 경쟁법이 되었다. 그러나 셔먼법상의 '거래제한(restraint of trade or commerce)'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통일적인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고 셔먼법의 집행기관인 법무부(DOJ) 및 법원을 통한 법집행이 소극적이거나 느림으로 인하여 트러스트 등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해결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었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1911년 Standard Oil 사건에서 모든 거래제한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거래제한만 금지된다는, 이른바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선언하자, (비록 연방대법원이 결론적으로 Standard Oil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34개의 회사로 분할하라는 명령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진보적 의원들은 보수적인 사법부에 의한 규제의 후퇴 내지 불확실성을 문제삼으며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FTC법과 클레이튼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1913년에 민주당의 Wilson이 제28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반독점 규제에 대한 적극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이에 의회는, "법무부와 법원에 의한 소극적이고 느린 법집행" 대신 "적극적이고 신속한 법집행"/"불명확한 법 기준" 대신 "기업의 활동에 대한 명확한 지침의 제시"/"일반적인 법집행" 대신 "전문성 있는 법집행"을 표방하며 1914년에 FTC법을 제정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출범시켰다.

 

FTC법에 의하여 설립된 연방거래위원회는 7년의 임기가 보장된 위원 5인(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에서 인준을 받음)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준사법기관으로서, 법원에 민사소송 또는 형사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구하는 방법으로만 셔먼법 등을 집행하는 법무부(DOJ)와 달리, 행정절차를 통하여 시정명령을 직접 내릴 수도 있다.


Ⅱ. FTC법 제5조 UMC 적용 범위의 변천

FTC법 제5조 제1항은 불공정한 경쟁방법(unfair methods of competition, 'UMC')을 규제하는 조항이다. 동조의 '불공정한 경쟁방법'의 적용 범위에 관하여는 동법 제정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논란이 이어져 왔다. 셔먼법·클레이튼법 등 다른 반독점법에 위반되는 행위는 FTC법 제5조 위반에도 해당된다. 문제는 다른 반독점법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FTC법 제5조의 '불공정한 경쟁방법'에 포섭하여 동조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 즉 FTC법 제5조 고유의(standalone) 법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FTC법 제정 이후 상당 기간 동안은(대략 1970년대까지) 소위 맹아 이론(incipiency doctrine, 萌芽) 등에 기초하여 시장지배력을 갖지 않는 사업자에 대하여도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경쟁제한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행위도 불공정한 경쟁방법(UMC)에 포섭하여 법집행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 예로서, 시장지배력을 갖지 아니한 사업자의 끼워팔기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정한 Atlantic Refining Co. v. FTC 판결(1965년), 경쟁제한의 우려에 대한 입증 없이도 배타적 거래의 위법성을 인정한 FTC v. Brown Shoe Co. 판결(1966년) 등을 들 수 있다. 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에 직접 위배되지 않더라도 셔먼법·클레이튼법과 같은 반독점법의 정신(the spirit of the antitrust laws)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FTC법 제5조의 불공정한 경쟁방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FTC v. Sperry & Hutchinson 판결(1972년) 역시 FTC법 제5조를 비교적 폭넓게 적용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적어도 Biden 행정부 출범 전까지는) 위와 같이 FTC법 제5조 소정 '불공정한 경쟁방법(UMC)'의 적용 범위를 넓게 보는 것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가 우세하고, 특히 법원은 위 제5조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시도에 대하여 대체로 이를 제한하는 입장이다. 즉, 법원은 Boise Cascade v. FTC 판결(1980년), E.I. du Pont v. FTC 판결(1984년), FTC v. Abbot Labs 판결(1994년), FTC v. Qualcomm 판결(2020년) 등에서 FTC법 제5조의 적용을 위해서도 경쟁제한효과에 대한 증명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FTC법 제5조의 독자적인 적용(law enforcement on a standalone basis) 범위를 제한하는 입장에 있다.

 
연방거래위원회도 2015년 8월 13일 FTC법 제5조 UMC의 독자적인 적용에 관한 집행 원칙을 공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반독점법들이 추구하는 목적, 즉 소비자 후생의 증진(the promotion of consumer welfare)이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 ②문제된 행위에 대한 평가는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에 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즉, 문제된 행위가 경쟁 또는 경쟁절차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와 함께 가시적인 효율성의 유무 및 사업상 정당화사유의 유무를 고려하여야 한다. ③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을 적용하여 경쟁제한효과를 해결하기에 충분하다면 FTC법 제5조의 적용을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결국 1980년대 이후의 현대적인 FTC법 제5조 집행은 셔먼법과 같이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주로 하는 좁은 의미의 반독점법 집행으로 볼 수 있고, 맹아이론 또는 반독점법의 정신 등에 근거한 1970년대 이전의 다소 광범위한 법적용은 실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겠다.



Ⅲ. 연방거래위원회의 2015년 UMC 집행 원칙 폐기에 관한 2021년 7월 성명

그러나 2021년 Biden 행정부가 출범하고 Lina Khan이 2021년 6월 연방거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7월 9일 연방거래위원회는 위 2015년 UMC 집행 원칙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다만, 위 성명은 연방거래위원회의 위원 5인 중 3인의 찬성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2인의 위원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1. 2021년 7월 성명의 주요 내용
2015년 집행 원칙은 FTC법 제5조의 문언, 구조 및 연혁에 반하고 연방거래위원회가 부여받은 고유한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의회는 셔먼법 집행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FTC법을 제정한 것으로서 FTC법 제5조가 기존 반독점법의 적용 범위를 넘어설 것을 의도하였다. 한편, FTC법 제5조 위반행위는 셔먼법과 달리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3배 손해배상과 같은 사적 집행의 대상도 아닌데, 이는 셔먼법보다 그 제재 수준을 완화하는 대신 그 적용 범위는 더 넓히려는 것이다. 2015년 집행 원칙과 같이 FTC법을 셔먼법 및 클레이튼법과 동조화시키는 것은 경쟁법 집행 전문기관으로서의 연방거래위원회 고유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FTC법 제5조의 집행에 합리의 원칙 기준을 전폭 수용함으로써 반경쟁적 효과와 친경쟁적 효과를 비교형량하기 위하여 법집행 비용이 지나치게 소요되거나 판단 결과에 일관성이 결여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2015년 집행원칙에 따르면 셔먼법 또는 클레이튼법과는 별도로 FTC법 제5조를 독자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이는 동조를 사문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2015년 집행 원칙의 폐기는, 연방거래위원회가 FTC법 제5조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고 이를 시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의 출발점이다. FTC법 제5조는 연방거래위원회의 경쟁법 집행을 위한 핵심수단으로서 위원회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규제하라는 의회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하여 이를 활용할 의무가 있다.

 
2. 2017년 7월 성명에 대한 반대 의견의 요지

연방거래위원회의 위원 2인은 위 성명에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다수 위원들은 향후 새로운 지침이나 규칙의 제정을 고려할 것이라는 막연한 약속만을 남긴 채 아무런 지침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법집행의 명확성을 포기함으로써 소비자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바, 이는 의회가 연방거래위원회를 설립한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FTC법의 입법 과정에서도 입법자들은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추상적인 용어가 연방거래위원회에 자의적이고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였다. '합리의 원칙'과 '소비자 후생'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만한 경쟁법집행의 기준을 거부하는 것은 친경쟁적인 행위들까지 과도하게 규제할 위험이 크고, 결국 2015년 집행 원칙을 폐기함에 따른 승자는 비효율적인 경쟁사업자들과 반독점을 정치화하려는 세력이 될 것이다.


Ⅳ. 시사점

미국의 경쟁법 집행 역사 전반을 놓고 보면, FTC법 제정 이후에도 셔먼법 위주의 법집행이 대세를 이루어 왔으며 FTC법 제5조의 집행 비중은 셔먼법 집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80년대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법원이 FTC법 제5조의 적용에 관하여 경쟁제한성 판단을 엄격히 심사함으로써 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과는 차별되는 FTC법 제5조만의 고유한 법집행은 성공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이른바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와 같은 Big-Tech 기업들의 독점화 및 경제력 집중 등에 대한 문제의식 및 기존의 경쟁법집행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대두되었고(미국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의 2020. 10. 보고서 등),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는 보다 적극적인 경쟁법집행을 예고하고 있다(Biden 대통령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 미국 하원이 발의한 플랫폼 독점 종식법 등 5개 반독점법 제정안 등). 특히 Lina Khan이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 경쟁법을 신중하게 집행하여 온 최근 40년간의 법집행 흐름을 중단하고 이제는 적극적인 법집행을 통하여 경쟁법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천명하며 그 핵심 수단으로 FTC법 제5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향후 FTC법 제5조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능하면서 제5조 고유의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러한 연방거래위원회의 급격한 방향전환에 대하여는 소비자 후생 위주의 기존의 신중하고 안정적인 경쟁법집행 기준을 함부로 폐기하고 경쟁법을 정치화하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적인 견해도 유력하다. 이는 현재 미국의 경제·산업 상황이, 셔먼법이 태동하고 뒤이어 FTC법과 클레이튼법이 제정된 19세기말 내지 20세기 초반의 시절과 같이 독점적 기업 내지 경제력집중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한 시점인지, 아니면 소비자 후생 기준을 중시하는 기존의 경쟁법집행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향후 연방거래위원회가 제시할 구체적인 법집행 기준 내지 지침과 FTC법 제5조에 근거하여 조사에 착수할 사례들이 주목된다. 나아가 법원이 이러한 연방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법적용 내지 법해석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역시 주목된다.

 

 

오규성 심판관리관(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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