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법원, 법원행정처

"1심 민사단독 관할 확대, 재판부 65개 증설 효과"

"사건 처리 속도 빨라질 것" 기대 나오지만
변호사 61% "재판 객관성 떨어질 것… 반대"
대법원, '1심 민사단독 관할 확대' 공청회

리걸에듀


175686_1.jpg
<사진 = 대법원 제공>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민사소송 1심 단독 재판부 관할 확대가 이뤄지면 지금보다 재판부가 65개가량 증설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사건 처리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사건 당사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단독 관할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사들은 그 이유로 합의부에 비해 재판의 객관성이나 적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을 꼽았다. 법관 증원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3월 1일부터 민사단독 재판부 관할 사건 범위를 현행 소가 2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대법원은 10일 '제1심 민사 단독관할 확대' 공청회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대법원이 입법·행정예고 중인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재일 2003-4)' 일부개정예규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1심 민사단독 관할에 소가 기준 '2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사건을 추가하고 △단독재판 확대에 대한 보완수단으로 소가 2억 원 초과 고액단독사건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담당하게 하는 한편,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해 합의부에서 심판받기를 원하는 경우 재정결정부에 의무적으로 회부하고, 고액단독사건의 항소심은 지금처럼 고등법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송오섭(49·사법연수원 34기)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이날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한 제1심 민사 단독관할 확대 필요성 및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심각한 사건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법원의 현 상황을 타개할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은 단독 관할 확대라고 강조했다.

 

송 총괄심의관이 분석한 전국 민사 전체 미제 사건 중 장기미제 사건 비율을 보면, 민사 1심 합의 사건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0.9%대를 유지하다 2013년 1.25%로 1%를 돌파한 뒤 2014년 1.54%, 2015년 2.71%, 2016년 3.64%. 2017년 3.97%, 2018년 3.97%, 2019년 4.36%, 2019년 5.08%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5.68%로 증가폭이 더 가팔라지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75686.jpg
<사진 = 공청회 유튜브 캡처>

 

 민사 1심 합의사건 처리기간도 2010년 228.8일에서 계속 늘어 2016년에는 322.3일로 300일대를 돌파한 뒤 2017년 293.3일, 2018년 297.1일, 2019년 298.3일로 다시 200일대로 떨어졌지만 2020년 336.6일, 2021년 상반기 353.7일로 길어졌다.

 

송 총괄심의관은 "1심 단독관할을 확대해 재판부를 증설한다면 재판의 신속성과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물관할 변경을 올 3월부터 시행하고 재판부 재편(합의부 축소, 단독재판부 증설)을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본격 실시한다면 올해는 합의재판부 미제사건 처리 여력이 우선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법관 증원이지만 단기간에 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1심 단독관할 확대가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송 총괄심의관의 분석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합의부 사건은 지금보다 38.2% 감소하고, 재판부는 65.4개 증설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송 총괄심의관은 다만 사물관할 조정에 따라 추정되는 합의사건 미제 감소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합의부 감축 효과(구 합의부 수 108.28개 - 추정 합의부 감소 수 32.7개 = 신 합의부 수 75.5개)가 현실화되기까지 12개월 이상이 경과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증설에 따른 부담 완화로 법정에서의 추가적인 심리시간이 확보돼 당사자 의견 경청을 통해 절차적 만족감을 제고할 수 있다"며 "영국과 미국 등 법조일원화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1심 단독 재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 등 법관 즉시임용 제도를 채택하는 국가들에서도 1심을 원칙적으로 단독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단독 재판부 관할 확대에 대해 판사들 상당수는 찬성하지만 사건 당사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사법정책분과위원회가 지난해 법관과 변호사를 대상으로 단독 관할 확대 필요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응한 판사 937명 중 77.7%인 728명이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판사는 167명(17.8%), '잘 모르겠다'고 한 판사는 42명(4.5%)에 그쳤다.

 

또 단독 관할 확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답한 735명의 판사 가운데 83.3%(616명)는 '민사 1심 단독 관할 확대 시 재판부 증설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63.8%(469명)는 '법조일원화 및 평생법관제 정착에 따라 법관의 법조 경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므로 단독 재판부를 늘려 다수의 법관들이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경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참여한 변호사 442명 가운데 61.3%(271명)는 단독 관할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판사들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단독 관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 변호사는 28.5%(126명)에 그쳤다.

 
단독 관할 확대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변호사 272명이 답했는데, 이 가운데 대다수인 70.2%(191명)는 '합의부 구성원 간의 상호보완작용이 불가능하므로 쟁점을 간과하거나 독단에 빠져 재판의 객관성이나 적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64.7%(176명)는 '사건 적체 및 재판부 부족 문제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법관 증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고 1심 단독 관할 확대를 차선책으로서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최우진(49·31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단독 관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금액의 다과가 최우선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건의 난도나 신속 처리 필요성 정도에 따라 임대차, 대여금 청구, 구상금 청구 사건 등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유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정용신(49·32기) 성남지원 부장판사, 김미주(40·변호사시험 1회) 대한변호사협회 제2법제이사, 한광범 이데일리 기자가 토론에 참여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