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해외판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관한 일본 최고재판소 결정

리걸에듀

175486.jpg

1. 들어가며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 결정은 잘못되었고, 판례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윤진수,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서울대학교 법학 61권 3호, 2020, 1면 이하 참조). 현재 이 점을 다투는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다.

한편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명문의 법규정을 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그런데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1년 11월 30일 이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우가 카츠야(宇賀克也)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이 반대의견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결정에 대하여 소개하여 보고자 한다.


2. 일본의 종전의 법상황

일본은 2003년 제정된 성동일성장해자의 성별의 취급 특례에 관한 법률(성동일성특례법)에 의하여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을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당시의 법 3조 3호는 성전환자의 성별 취급 변경의 요건의 하나로서 '현재 자녀가 없을 것'을 요구하였다가, 2008년 이 규정을 개정하여, '현재 미성년인 자녀가 없을 것'으로 바꾸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2007(平成 19)년 10월 19일과 10월 22일의 두 결정(家庭裁判月報 60券 3호 36頁, 37頁)은 위 개정 전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위 규정은, 현재 자녀가 있는 자에 대하여 성별취급의 변경을 인정하는 경우에 가족질서에 혼란을 가져오고, 자녀의 복지의 관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등의 배려에 기한 것으로서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국회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학자들의 많은 비판이 있었다.


3. 최고재판소 2021. 11. 30. 결정

이 사건에서는 9살짜리 딸이 있는 52세 된 남자가 호적상의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할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모두 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도 2021년 11월 30일 결정{令和2年(ク)第638호}에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현재 미성년인 자녀가 없을 것'을 요구하는 위 법률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위 2007년 10월의 종전 판례에 비추어 명백하다고 하는, 매우 간략한 것이었다.


4. 우가 재판관의 반대의견

그러나 이에 대하여 동경대학 행정법 교수 출신인 우가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위 2008년 개정 후에는 여자인 아버지나 남자인 어머니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에게 심리적 혼란이나 불안 등을 가져와서 부모와 자녀 관계에 부모자식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니, 자녀의 복지의 관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 합리적인지 여부가 주요한 검토과제이다. 그런데 미성년 자녀에게 심리적 혼란이나 불안 등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는 것은 그 부모의 외관의 변화 단계이지, 호적상 성별변경은 이미 외관상 변화된 성별과 호적상의 성별을 합치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문이 있다. 또한 미성년 자녀의 경우에는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에 대해서도, 오히려 젊은 감성을 지닌 미성년자가 편견 없이 그대로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그리고 미성년 자녀가 자신의 존재로 인해 부모가 성별변경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것을 안다면 자녀도 고통, 죄책감을 가질 수 있고, 부모도 미성년 자녀의 존재로 인해 성별변경이 되지 않음으로써 자녀에게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어 부모자식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지적된다. 나아가 개인이 호적부를 열람하는 것은 금지되며, 일정한 친족 이외의 사람의 호적 등초본을 개인이 청구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호적에 있어 성별변경이 있다는 사실은 동급생이나 그 가족에게 알려질 일이 없기 때문에, 학교 등에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설령 부모의 성별변경에 의해 학교 등에서 차별이 발생한다고 하면 이는 차별하는 쪽의 몰이해와 편견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같이 위 요건을 만들 당시에 근거로 이야기한, 자녀에게 심리적 혼란이나 불안 등을 가져오거나, 부모자식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설명은 막연하고 관념적인 우려에 그치는 것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3호 요건과 같은 제한을 두고 있는 입법례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것을 법령상의 성별변경 금지 이유로 두었으나 2016년 12월 30일에 그 요건을 폐지하였다.) 한편으로 부모의 외관상 성별과 호적상 성별의 불일치에 의해 부모가 취직을 하지 못하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강제당한다면, 그 경우에는 위 요건에 의해 호적상 성별변경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미성년 자녀의 복지에도 해악을 가져오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므로 위 요건은 헌법 제13조에서 보장되는 자기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제약하는 근거로서 충분한 합리성을 갖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미성년 자녀의 복지에 대한 배려라는 입법적 목적은 정당하다고 생각되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상의 성별변경을 금지한다는 수단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합리성을 결하고 있다고 본다.


5. 시사점

일본 최고재판소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법률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매우 주저한다. 이 점은 부부가 별개의 성(姓)을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민법 750조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 2015년 12월 16일과 2021년 6월 23일 최고재판소 대법정의 판례에 비추어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위 11월 30일 결정이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을 성별 변경의 요건으로서 요구하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가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낸 것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가 재판관은 위 2021년 6월 23일의 부부동성에 관한 대법정 판결에서도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위 성별변경에 관한 반대의견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필자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즉 자녀들이 충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별정정 허가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전의 부 또는 모의 변화에 의한 것이므로,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별정정을 불허한다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더라도, 방법의 적정성이 갖추어졌다고 할 수 없다. 또 부모의 성별변경에 의해 학교 등에서 차별이 발생한다고 하면 차별하는 쪽의 몰이해와 편견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정곡을 찌르고 있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일본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본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태도의 변화를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본다.


윤진수 명예교수 (서울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