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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신간리뷰

[법조 신간리뷰] '다섯 판사 이야기' (양삼승 著)

권력에 맞선 용기를 통해 법치의 미래 고민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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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터울을 두고 태어난 다섯 세대의 판사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법부 70년의 역사를 그려 보려고 했습니다."


최근 '다섯 판사 이야기(나남 펴냄)'를 출간한 양삼승(75·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출간 의도를 이같이 밝혔다. 책은 실존 인물인 다섯 판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르는 소설이지만 실록 소설과 사(私)소설, 절반의 픽션으로 나뉜다. 양 변호사는 정의를 실현하려 용기를 낸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법치주의를 향한 정치권력의 만행을 고발하고, 앞으로 우리 사법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 정치권력에 맞선 법관의 용기 =
양회경 판사와 이영구 판사, 양병호 판사는 모두 한국의 근·현대사 격동기에 판사 생활을 했다. 이 시기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힘써야 할 사법부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정의에 대한 소신과 용기를 꺾지 않은 세 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52년 자신을 살해하려던 육군 대위를 사살한 서민호 의원에게 1953년 10월 양회경 당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심리하는 내내, 특히 재판장인 그에게 가족을 해칠 것같은 협박전화와 편지가 왔다. 전차로 출퇴근할 때마다 누군가가 뒤를 밟으며 따라다녔고 법정 밖에서는 연일 땃벌떼, 백골단, 민중자결단 등 압력단체들의 관제 데모가 벌어졌다. 하지만 어떠한 외부요인도 정의감과 이를 실현하려는 용기로 충만한 당시 42세 판사의 결의를 약화시킬 수 없었다.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김병로 대법원장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고 화를 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판사의 판결에 대해 잘못이 있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다퉈야 하는 것이지 다른 방법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양회경 판사는 대법관이 된 후 1971년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대한 위헌 판결에서 위헌 의견을 냈다. 그를 비롯해 위헌 의견을 낸 대법관 9명 전원은 유신 개헌 이후인 1973년 3월 31일자로 면직당했다. 환송행사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양회경 판사의 용기와 소신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마음은 헌법에, 법치주의에 있는데 몸은 총칼에, 권력의지에 있다면 우리는 달리 몸 둘 곳이 없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판사의 전 생애가 바로 이번 사건을 위해 존재해 왔었는데, 여기에서 물러난다면 그는 이미 판사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소신대로 한바탕 싸움을 붙고, 장렬한 전사(戰死)를 할 수밖에는 없다."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력의 압박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976년 고등학교 교사의 긴급조치 위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좌천인사를 당하고 사임한 이영구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부장판사, 1980년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내란목적의 폭동이 아니라 단순 살인죄라고 소수의견을 밝혔다가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끌려간 양병호 대법원 판사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정치권력의 압박으로 인한 사법 훼손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보여준다.

◇ 정의의 순도와 밀도 =
1995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던 양삼승 판사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부를 둔 아이젠하워재단에서 진행하는 미국 법조 시찰 기회에 선발돼 3개월 일정으로 미국 전역을 돌면서 현재 법원을 방문하고 그곳의 판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대법원을 방문했을 때 앤터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 대법관과 2시간 남짓 대화와 토론의 기회를 가졌는데, 그는 이후 법관 생활에서 큰 영향을 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당시 사법 적극주의는 국내에선 별로 다뤄지지 않고 있었지만, 미국 법학계에서는 이미 왕성한 토론이 진행된 주제였다. '사법 적극주의'에 대해 양 판사는 '판사가 판결을 함에 있어서 권력자(통치권자나 그의 추종자인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용기를 가지고 판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캘리아 대법관은 "헌법상, 사법부는 독립돼 있는 만큼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소신대로 판결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라고 했다. 이에 양 판사는 마음속으로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걱정을 하게끔 만든 우리의 정치 현실, 사법 현실이 원망스러웠다고 표현했다.

다섯 판사 중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X. Z. Yang은 2000년 검찰총장의 비리를 언론에 고발한 로비스트에게 정당한 절차 없이 내린 출국금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변호를 맡아 검찰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사실을 밝혀낸 변호사다. 그는 이 사건 등으로 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대법관 후보로 추천돼 2022년 5월 대법관에 부임한다. 책에서는 대법관 후보자인 Y변호사의 청문회 속 발언을 통해 사법부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그려내고 있다.

"'정의의 밀도'는 법원의 판결이 형식적인 법률해석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얼마나 '인생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 '정의의 순도'는 법적인 정의가 바람직하지 못한 외부적 요소들, 대표적으로 '정치적 힘'이나 '경제적 힘'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그 순수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의의 밀도와 순도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그 결과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되고 스러져간 분들이 없지 않습니다. 선배님들을 찾아 업적을 기리는 것이 우리 후배들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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