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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례

Epic Games Inc. v. Apple Inc. 메타버스와 플랫폼 공룡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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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에픽게임즈(이하 에픽)는 포트나이트 게임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이다. 이 회사는 사용자가 현실세계를 초월하여 온라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디지털 세상을 의미하는 '메타버스' 개념이 유행함에 따라 이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론되며 각광을 받았다. 사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게임이나 소셜미디어와 VR, AR 등 기존 기술을 섞은 것에 불과하여 새로울 것이 없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러날 것이다. 에픽이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거론된 것은 포트나이트 때문이라기보다는 3D 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동사의 '언리얼' 엔진 때문이다. 게임엔진은 게임 자체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개발을 돕는 도구적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에픽은 유니티소프트웨어와 더불어 세계 게임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에픽게임즈 온라인'이라는 PC게임 배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각설하고, 최근 에픽은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플랫폼 최강자 중 하나인 애플과의 분쟁으로 세상 이목을 끌었다. 에픽은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금지명령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애플은 계약위반을 이유로 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제1심의 첫 판결이 최근 나왔는데, 쌍방 항소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법조인으로서 변화하는 사회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사건이어서 개략적 내용을 소개한다.


2. 사건 경위

에픽은 애플, 구글의 앱마켓을 통해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였는데, 게이머들의 인앱구매를 강제하고 구매액 중 30%를 애플, 구글이 떼어가는 수수료 관행에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그 인하를 요구하는 한편 이러한 제한을 우회하는 방법을 강구하던 끝에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는 사이드로딩 방식 앱(apk)을 허용하던 안드로이드폰에 그 방식으로 게임을 서비스하였다. 그러나 이는 보안 위험과 복제 게임이 생기는 부작용을 초래했고, 결국 다시 앱마켓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게 되었다. 플랫폼 기업 거대화와 독점 우려가 세계적으로 문제되자 에픽의 대표 스위니는 의회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은 30% 수수료는 앱스토어 IP의 가치를 반영하고, 인앱구매 강제는 사용자 사생활보호와 보안 및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박하였다. 그 와중에 에픽은 2020년 8월 13일 포트나이트에 인앱구매 시스템을 우회하는 패치를 업데이트하였고, 이에 애플은 계약위반을 이유로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차단하고 에픽의 애플 운영체제상 개발자 라이센스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는 에픽이 소송제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상황이었고, 동사는 즉시 연방 셔먼법(Sherman Act)과 캘리포니아 부정경쟁법(Unfair Competition Law) 위반을 주장하며 먼저 법원에 애플의 조치를 막기 위한 임시금지명령(TRO)을 구했다. 이 사건의 담당판사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는 언리얼 엔진에 의존하는 다른 개발자들의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에픽의 신청 중 개발자 라이센스에 관한 부분만 인용하였다. 이후 애플은 에픽의 개발자 계정을 말소하였다. 에픽의 본소는 반독점법인 연방 셔먼법, 캘리포니아 카트라이트법(Cartwright Act) 위반과 함께 위 부정경쟁법 위반을 이유로 계약에 따른 앱스토어와 인앱구매 강제 등에 대한 금지명령을 구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애플은 계약위반을 이유로 패치 후 30% 수수료와 변호사 보수 등 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로저스 판사는 2020년 9월 열린 예비심문에서 양측에 배심재판을 권유했으나, 양측 모두 이를 원하지 않아 사건은 법관에 의한 재판으로 진행되었다. 에픽은 애플과 앙숙인 다른 플랫폼 기업들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변론준비절차를 거쳐 2021년 5월 3일 시작된 재판은 5월 24일까지 계속되었다.


3. 판결 개요

판결은 최종변론이 있은 지 100일 넘는 장고 끝에 2021년 9월 10일 내려졌다. 각주 666개에 185쪽에 이르는 판결 내용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2021WL4128925, Westlaw 참조).

① 반독점이 문제된 시장은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제조사의 플랫폼을 통하여 판매를 하도록 하는 거래서비스를 제조사가 제공하는 양면거래시장(two-sided transaction market)이다.
② 반독점이 문제된 특정한 부분시장(submarket)은 모바일게임 거래시장이다.
③ 제조사의 플랫폼은 반독점이 문제되는 단일브랜드 후속시장(single-brand aftermarket)이 아니다.
④ 플랫폼상 게임 거래에 관한 제조사의 제한은 셔먼법상 위법한 거래제한이 아니다.
⑤ 제조사의 앱 배포 제한에 관하여 경쟁친화적인 정당화의 근거가 있음을 고려하면 제조사는 합리성 원칙(rule-of-reason) 하에서 셔먼법상 독점자로서의 책임이 없다.
⑥ 제조사의 앱스토어와 인앱구매 시스템은 별개 제품이 아니므로 제조사는 셔먼법상 끼워팔기(tying)에 관한 책임이 없다.
⑦ 제조사의 플랫폼은 셔먼법상 앱 배포를 위한 필수설비(essential facility)가 아니다.
⑧ 인앱구매 시스템의 대안에 관하여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알릴 수 없도록 한 반우회조항(anti-steering provisions)은 캘리포니아 부정경쟁법이 금지한 불공정 관행에 해당한다.
⑨ 제조사는 라이센스계약의 위반을 이유로 한 반소와 관련하여 개발자를 상대로 배상을 구할 수 있다.
⑩ 다만 제조사는 라이센스계약상 배상조항에 근거하여 변호사 보수를 구할 수 없다.

대상 판결은 55%에 이르는 시장점유율과 30%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산출물을 줄이고 혁신을 저해하는 행동을 했다거나 고객 만족과 관계없이 전환비용을 높여 진입장벽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양면시장의 특성상 간접 네트워크 효과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으나, 크로스플랫폼 서비스의 등장 등 관련 부분시장 경쟁자들과의 잠재적 경쟁에 노출되어 진입장벽은 낮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앱 배포 제한에 경쟁제한적인 측면이 있고, 애플의 경쟁력인 보안, 사생활보호, 콘텐츠의 질, 신뢰성 등을 확보함에 있어서도 기관등록제, 인증제 등 덜 제한적인 대안이 존재하나, 이러한 대안들로 그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앱 배포 제한에 합리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내용은 "성공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한편 판결은 애플이 반우회조항에 따라 다른 결제시스템의 이용 가능성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없게 한 것만은 소비자의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제한하여 캘리포니아 부정경쟁법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그 구제로 애플에게 소비자를 다른 결제시스템에 이어주는 외부링크 등을 허용하라고 명했다. 다만 반소와 관련하여 위 반우회조항은 분리될 수 있어 나머지 계약은 유효하고, 애플은 에픽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배상을 구하고 일방적으로 위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4. 평가와 마무리

에픽과 애플은 모두 플랫폼 기업으로 거래상대방이자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한 복합적 관계이다. 대상 판결은 표면상 애플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우회조항 부분에서 소비자 선택을 내세워 유일하게 에픽의 주장을 받아주기는 하였으나, 기본적으로 독점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반우회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애플로서는 단지 인앱구매를 통하지 않은 결제를 허용하게 된 결과 30% 수수료를 받는 과정이 번거롭게 된 셈이다. 물론 크로스플랫폼 서비스 등 잠재적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판결의 실제 파급력은 다를지 모른다. 어찌됐건 포트나이트는 앱스토어에서 사라졌고, 애플은 소송 중 연간 100만불 이하 수입을 올리는 개발자에 한해 수수료를 15%로 인하하였다.

우리 삶 가운데 깊숙이 자리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가는 현재, 이 사건 상급심에서 경쟁법과 계약법에 관한 기념비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상 사건과 유사한 소송이나 규제당국이 당사자로 관여한 분쟁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국회도 위 판결 직전 앱마켓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스위니는 "나는 한국인이야"라며 반겼다. 그 입장에서 이해는 가지만 개정법이 수수료 관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상 판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사견으로는 반독점법이 '경쟁자'가 아닌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시에 판결의 핵심적 논거가 잘 드러났다고 본다. 상대방에게 가혹한 계약조건을 강제하는 가격설정자(price maker)라도 경쟁에 의한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독점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위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관련 시장과 기술 문제에 관한 전문가 증언을 치밀하게 분석하였다. 다만 사안과 같은 경우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이나 부정경쟁 여부, 관련 계약의 효력 판단에 있어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흥미로운 사건이고 상급심의 판단도 기다려진다.


김주석 선임연구위원(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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