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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조치의무 이행과 불법파견 문제

리걸에듀

[ 2021.12.16 ]



1. 들어가며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에 의하면,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내 종사자(협력업체 근로자 포함, 법 제2조 제7호 참조)에 대한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 방지 조치 의무를 부담합니다(법 제4조). 또한 사외 하도급의 경우라도 도급인이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때 역시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조치의무를 부담합니다(법 제5조, 제4조, 이하 ‘법 적용 대상 도급인’).


이는 도급인, 협력업체, 그리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라는 세 주체와 관련되어 있는데, 이러한 삼면관계에서는 불법파견이 자주 문제됩니다. 따라서 수범자인 도급인은, 법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실무상의 조치가 불법파견의 징표로 오인될 가능성은 없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원론적 측면에서, 도급인이 법령 준수를 위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상대로 취한 안전보건 조치를, 다른 법령 위반 행위로 보고 도급인의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명령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같은 취지로 고용노동부도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재 예방을 위해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의 징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1) 법원도, 도급인의 작업장 안전관리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행사 혹은 도급사업주로서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을 위한 조치로서 불법파견의 징표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 중의 일부는, 도급인이 안전관리를 위해 정한 방침을 협력업체에 대한 업무지침으로 보거나 도급인이 실시한 협력업체 근로자 안전교육을 직무교육과 나란히 설시한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안전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도급인 측의 동기 만으로는 불법파견의 위험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도급인의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과정에서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된 의문사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 도급인의 안전보건관리조직이 직접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관련 사항을 점검해도 되는지

법 적용 대상 도급인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종사자를 위해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개선 및 사후점검’(시행령 제4조 제3호), ‘안전·보건에 관한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 개선방안 마련 및 이행 여부 점검’(같은 조 제7호), ‘중대산업재해 대비 매뉴얼에 따른 조치 점검(같은 조 제8호)’의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협력업체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도급, 용역, 위탁 등을 받는 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비용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도급 등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할 의무(같은 조 제9호),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을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의무 불이행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의무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같은 시행령 제5조 제2항)도 부담합니다.


위 사항들 중 일부(같은 조 제2항 제1호, 제3호)는, 도급인이 직접 점검하지 않았을 경우 지체 없이 점검 결과를 보고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대 해석하면, 원칙적으로 위 의무들의 이행은 도급인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것이고 일부 사항만 예외적으로 외부에 위탁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고용노동부도 도급인이 스스로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개선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2)


따라서 도급인의 안전보건관리조직이 직접 협력업체를 상대로 위 법령상의 안전·보건 위해 요소를 점검한다고 해서 불법파견의 요소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3. 도급인 안전보건담당자의 비상연락처를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공유해도 되는지

법 적용 대상 도급인은 중대산업재해에 대비하여 대응조치, 구호조치, 추가 피해방지 조치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조치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할 의무가 있습니다(같은 시행령 제4조 제8호).


그 매뉴얼은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 전원에게 공유되어야 그에 따른 조치가 가능하고 점검도 가능합니다. 비상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작업중지, 대피, 상황전파 등의 긴급조치입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이를 위해 도급인 소속 안전보건담당자의 비상연락처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유하고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는 것은 불법파견의 요소로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비상연락처 공유로 인해, 도급인(또는 도급인 소속 안전보건담당자)과 수급인 소속 근로자 간에 상시적인 업무협의나 지시가 이루어진다면 불법파견의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급인 소속 안전보건담당자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와 무관한 자로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도급인이 협력업체를 주기적으로 평가해도 되는지

법 시행 이전에도 도급인은 적격 수급인을 선정할 의무가 있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1조). 그런데 법 시행으로 인해 대상 도급인은 ‘협력업체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하고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도급 등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법 시행령 제4조 제9호 가목). 그렇다면 도급인이 반기 1회 이상 협력업체의 산재 예방 능력과 기술을 평가하는 것을 두고 불법파견의 요소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주의할 사항은 평가의 대상 항목입니다. 도급인의 지시 위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태, 불량발생률 내지 고객 불만 발생률 등 산재 예방과 무관한 사항들을 평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불법파견의 요소로 판단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5.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관리 비용 기준을 마련할 때 주의할 사항은 무엇인지

법 적용 도급인은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관리비용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도급 등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같은 조 제9호).


고용노동부는 ‘수급인이 사용하는 시설 설비 장비 등에 대한 안전조치 보건조치에 필요한 비용, 종사자의 개인 보호구 등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금액으로 정하되 총 금액이 아닌 가급적 항목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3)


안전보건관리비용 항목의 분류는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고용노동부고시) 제7조, 「연구실 안전 및 유지관리비의 사용내역서 작성에 관한 세부기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 제3조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위 조항에서 열거된 비용항목들을 도급업무의 특성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항목별 기준 제시의 구체성과 관련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시설의 설치·유지비나 안전보건교육비, 지적사항 개선비’처럼 협력업체 근로자의 숫자와 직접 관련 없는 항목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호장비 구입처럼 근로자의 숫자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 보호구나 작업복의 수량까지 세세하게 도급인이 지정하여 구입하게 하는 경우는, 도급인이 협력업체의 인원배치에 관여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6. 마치며

법 시행으로 도급인은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에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안전·보건에 관하여 주기적인 점검 및 평가의무를 부담하므로, 협력업체에 대한 문서제출 요구, 위험의 개선 및 사후조치 결과 전달 요구가 빈번해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도급인이 산업안전과 무관한 자료제공이나 조치를 요구한다면, 도급인이 요구가 업무지시로, 협력업체의 자료 제공이 업무보고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급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산업안전관계법령의 내용과 불법파견의 법리를 종합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 할 것입니다.



이광선 변호사 (kslee@jipyong.com)

권영환 변호사 (yhkwon@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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