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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이해의 변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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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험회사들의 채권자대위소송

환자들과 실손의료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은 최근 의료인 등을 상대로 환자를 대위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 소를 제기하였다. 실손의료비보험계약은 통상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기준을 충족한 진료행위를 전제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나 정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다만, 요양급여로 규정되어 요양급여기준이나 수가의 제한을 받는 의료행위를 임의로 비급여로 처리하거나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받지 않아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공인을 받지 않은 의료행위로서 그 비용을 받을 수 없음에도 임의로 비급여로 처리하여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전액 받는 이른바 '임의비급여'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닌 것으로 하는 약관을 둔다. 그런데 일부 의료인 등이 실손의료비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임의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를 하고 그 비용을 지급받았고, 환자들은 보험회사로부터 실손의료비를 보험금으로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회사들은 환자들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 있고, 환자들 역시 의료인에게 진료비를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자들을 대위하여 의료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세한 논증은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이해의 변화 모색', 저스티스 통권 제186호(2021. 10.), 한국법학원, 120~146면을 참고하면 된다.


2. 결론이 엇갈린 하급심 판결들

그런데 위와 같은 채권자대위소송을 진행 중인 하급심은 결론이 엇갈렸다. 피보전채권이나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여 소를 각하한 판결들{서울중앙지법 2020. 2. 5. 선고 2019가합537618 판결(서울고법 2021. 5. 13. 선고 2020나2009013 판결은 항소기각, 현재 대법원 2021다241083 심리 중) 등}이 있는 반면, 보험회사들의 대위행사를 인정하여 청구를 인용한 판결들도 있다{대전지법 2019. 4. 4. 선고 2018나107877 판결(대법원 2019다229202로 심리 중) 등}. 피보전채권을 부정한 판결들은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임의비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임의비급여'를 인정하여 피보전채권을 긍정한 판결들은 소 각하와 청구 인용으로 결론이 나뉘었다. 이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 것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사실관계나 구조를 갖는 사건들에서 '보전의 필요성'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채권자대위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인식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3.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추이
가. '보전의 필요성'은 '채무자의 무자력'을 의미한다는 판례들

판례는 종래 채권자대위권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은 '채무자의 무자력'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이 피대위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전채권이거나 특정채권인 경우에는 '채무자의 무자력'이 필요 없다고 하면서 그 외 '보전의 필요성'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학설은 '채무자의 무자력'이 필요한 경우를 채권자대위권의 '본래형', 그렇지 않은 경우를 '전용형'으로 평가하였다. 채권자대위권이 '본래형'에서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공동담보의 확보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일반)책임재산보전제도로, '전용형'에서는 공동담보확보가 아니라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는 특정 채권자의 채권실현에만 기여한다는 점에서 (개별)채권보전제도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일반기준 제시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은 피보전채권이 '상표 표시 및 제품공급권'으로 특정채권인 사례에서,"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채무자의 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어야한다"고 판시하여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보전채권이 일반금전채권인 사례에서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피보전권리의 내용 및 피보전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에는 채무자의 자력 유무,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의 관련성 등을 피대위권리의 행사가 피보전권리의 현실적 이행 확보에 유효, 적절한 수단으로서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하위 고려 요소로 판시하였다.


4. 판례에 대한 평가 및 (개별)채권보전제도로의 인식의 변화 모색
(1) 채권자대위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통일적 인식 가능성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해 피보전채권이 일반금전채권인지, 피대위권리와 관련 있는 금전채권이나 특정채권인지에 따라 '채무자의 무자력'이 필요한지 여부에 관해 달리 판단해 온 기존의 판례들은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 관해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판례가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채권자대위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통일적인 인식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위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책임재산의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여전히 '본래형'은 (개별)채권보전제도가 아닌 (일반)책임재산보전제도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보전의 필요성'과 '채무자의 무자력'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무자력'을 '보전의 필요성' 충족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는 보는 듯하다. 그러나 민법 규정상 채권자대위권을 (일반)책임재산보전제도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할 제한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채권자 보호를 위해 (개별)채권보전제도로서 운용할 현실적 필요도 있다는 점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필요조건으로 파악하는 것은 부당하다. 즉, 채권자대위권을 (개별)채권보전제도로 인식하여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바로 책임재산의 증가나 감소방지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채권실현을 위한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될 개연성이 있다면 보전의 필요성을 넓게 인정하여 채권자보호를 꾀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그 범위에서 채무자 보호도 이루어질 것이다.

 
(3) 대법원 판시내용에 관한 제언

채권자대위권을 (개별)채권보전제도로 본다면 책임재산보전의 측면을 고려할 필요는 없으므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라 할지라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위해 '채무자의 무자력'을 전제할 것은 아니다. 또한, 대위권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부당한 간섭이 되는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소극적 기준이 대위행사의 남용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 기준에서 대위행사가 채권의 만족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지를 넘어서 대위행사를 하지 않으면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위험이 있을 것까지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따라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과 관계없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는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은 대위소송의 상대방이 각 증명해야 할 것이다.


5. 결어

비록 2020년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는 하였지만, 위 사건들에 관한 심리를 계기로 채권자대위권의 법적 성질에 관한 전향적인 판시를 기대해본다.

 

 

박태신 교수(전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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