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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공소장 공개, 범죄성립 시기는 언제인가

공수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 논란

미국변호사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탐색적 압수수색' 등 적법절차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범죄 성립 여부 자체를 둘러싼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 공수처가 문제 삼고 있는 피의사실공표 혐의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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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검 수사팀 "공소장 유출한 적 없어… 공수처가 표적수사"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김진욱)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고검장을 기소했던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 소속 검사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은 5월 12일 이 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관련 공소장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등록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13일 오후 4시 53분 한 일간지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소장 내용을 상당 부분 바탕으로 한 기사가 게재됐다. 이 공소장 내용은 앞서 13일 오전부터 검찰 안팎에서 돌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16쪽 분량인 공소장 원본과 달리 12쪽으로 편집된 사진 파일 형태였다.


수원지검, 

이성윤 고검장 직권남용혐의 불구속 기소

 
공소장 유출 논란이 일자 대검 감찰부 등이 KICS에 접속한 검사 등을 조사했지만,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의 접속 기록 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공수처가 지난 달 26일과 29일 대검찰청 정보통신과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표적수사"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공수처에 낸 의견서에서 "메신저·쪽지·전자결재·이메일 등에 대한 공수처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은 뚜렷한 단서가 없는 표적수사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팀이 공소장 또는 공소사실을 외부에 유출한 사실이 없고 △이는 앞선 대검 진상조사에서도 명백했으며 △공소제기 이후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비밀성이 없기 때문에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입건 6개월 만에 강제수사하며 다시 논란


◇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나' 논란 =
문제가 되고 있는 이 고검장 공소장이 기소 전에 유출됐다면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에 따르면 문제의 공소장 편집본은 공소제기 후 유출된 것으로 보여 피의사실공표죄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소제기 후 공소장 유출을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공무상 비밀 누설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소제기 이후 시점부터 공개된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소사실이 현출되는 첫 공판일 사이에 공소장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최대 핵심 쟁점이다.

한 부장검사는 "기소가 되면 검찰 구성원 누구나 KICS에 접속해 공소장 등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비밀로 관리되지 않는다"며 "기소 후 공소장 유출로 검찰이나 법원의 기능이 훼손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소 전까지는 피의사실공표 해당’에는

 이견 없지만

공소 제기부터 첫 공판기일 사이는 

의견 엇갈려

 

한 부장판사는 "밀행성이 지켜져야 할 수사가 종료되고 기소가 됐다면 공소사실은 공개재판을 통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가 되면 공판 단계에 들어가게 되고, 공판 단계에서 모든 절차를 주관하는 주체는 법원"이라며 "형사사법절차가 법원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왜 비밀 유출이 성립한다고 (공수처가) 주장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 실무를 고려하면 변호인이나 피해자 대리 변호사 등 (공소제기 이후 공판기일 전에) 공소장이 유출되는 경로는 굉장히 다양하다"며 "재판부에 따라서는 (제1회 공판기일 이전인) 공판준비기일에 공소장 내용이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경우도 많고 보도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검찰은 수사 성과를 알리기 위해 피고인을 기소하면서 언론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주요 피의사실을 공개해왔다"면서 "공소장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속한다면 지금까지 검찰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를 상시적으로 저질러온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 등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공소제기 후에 공소장 내용이 알려졌다고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처벌한다는 것은 지나친 확장해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부장판사는 "공개재판이 열리기 전까지는 공소장을 피의사실에 가깝게 봐야 한다. 재판 전까지 비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사실은 수사사실 중 혐의가 많은 것을 추린 내용인데, 수사사실은 보호대상이고 공소사실은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공소장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인 점, 기소 이후 KICS를 통해 공소장에 접근이 가능한 검찰 구성원 역시 따지고 보면 공무상 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 사람들로 해석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유지를 하는 검찰은 공판기일 전까지 (공소사실을)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례는 

“공판 전 유출 공무상 기밀로 보기 어렵다”   


◇ 공수처 "형소법 제47조 따라 공판개정 전까지 비공개해야" =
공수처가 지난 달 29일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일하다 중간에 파견기간 연장이 안 돼 수사팀에서 빠진 검사까지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포함시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이 사건 수사의 본질은 '공판 개정 전까지 비공개 대상인 소송 서류'(형사소송법 제47조)가 언론에 유출된 것이고, 그 유출자를 특정하여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라고 밝힌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47조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2006두3049)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47조의 취지는 소송에 관한 서류가 일반에게 공표되는 것을 금지하여 소송관계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서양속을 해하거나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이지, 당해 사건의 고소인에게 그 고소에 따른 공소제기내용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려는 취지는 아니므로,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47조의 공개금지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1호의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 형사소송법 제47조를 근거로 공소장 내용을 공무상 기밀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오수(58·20기) 검찰총장은 7일 대검찰청 확대 간부회의 이후 검찰 내부망에 게시한 글을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솔잎·안재명·강한 기자     soliping·jman·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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