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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탐색적 압수수색’ 검찰 안팎서 논란

“불특정한 요소 광범위하게 포함” 판사들도 우려

공수처가 지난 5월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에 공소장 유출 혐의를 적용해 6개월 만에 대검찰청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가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채 추정을 근거로 영장을 발부받아 디지털 자료를 확보하고 증거를 보강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위법한 '포괄적·탐색적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07조 등에 따르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위한 영장의 청구서에는 피의자의 성명(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인상, 체격, 그 밖에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주민등록번호 등, 직업, 주거, 죄명 및 범죄사실의 요지 등이 기재돼 있어야 하며, (영장 청구 기관은) 피의자에게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료와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의 필요 및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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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범죄 혐의 등에 대한 구체적 소명 없이 단순히 범죄 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사의 단서를 찾기 위한 이른바 '탐색적 압수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압수수색 대상은 구체적으로 개별적으로 특정돼야 하기 때문에 포괄적 강제수사를 허용하는 일반 영장도 금지된다.

박영진(47·사법연수원 30기)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에서 피의자 특정이 전혀 안 되어 있고, 대상자료와 유출방법과의 관련성 소명도 부족하다"며 "수사팀의 (공소장) 유출 가능성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없이 '혹시나 수사팀 중에 유출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기소 과정을 한번 들여다 보라'고 (영장을 법원이) 허용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형적으로 포괄적·탐색적 영장에 해당할 소지가 높아 위법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혐의자 등 제대로 특정 못하고

 추정근거 영장 발부


이어 "검찰 실무에서 며칠에 걸쳐 작성되기도 하는 복잡한 공소장은 최종 결재까지 여러가지 버전이 있고 일부분에 대한 초안을 작성하는 등 여러 검사들이 관여될 수 있다. 형사사법시스템(KICS)에 게시된 결정문은 구성원 누구나 다운받아 편집이 가능하다"며 "(수원지검) 수사팀 7명이 공소장 유출에 관여했다는 구체적 단서가 없다면 (이 같은 압수수색 영장은) 표적수사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이런 류의 영장을 발부해주는 현실에서는 검사 중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강수산나(53·사법연수원 30기) 인천지방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도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관련 법령과 판례를 검토한 연구자료를 게시하면서 "주요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준비와 직관만으로도 빡빡한 일정을 감내하고 있는 검사들에게 범죄를 구성하는지 의문인 범죄사실로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향후 소환 조사까지 강행하게 된다면 수사권을 남용해 재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공수처 수사가) 또다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자료 확보한 이후 

증거 보강하는 방식 사용


김경목(41·38기) 부산지검 검사가 지난달 30일 이프로스에 게시한 공수처 제시 영장 필사본에 따르면, 공수처는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피의자가 이성윤 검사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장을 법원에 접수한 다음날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공소장을 확보한 다음, 신문사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 SNS 전송 등의 방법으로 알려주었다"는 내용의 범죄·관계 사실을 바탕으로 지난달 중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공수처는 영장에서 압수할 물건으로 '공소장과 관련해 생산 접수한 공문서, 검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저장된 전자문서, 공소장 관련 (검찰 내부) 보고 등을 적시했다. 피의자로는 김 검사와 임세진(43·34기)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제외한 검사 5명을 성명불상으로 뒀다.

탐색적 수사는 단서·소문·제보 등을 토대로 한 추정만으로 수사를 하거나, 확실하고 명백한 혐의사실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수사를 강행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법조계에서는 '일단 털어보자'는 식의 압수수색 영장이 계속 청구되고 발부되면 큰 틀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해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사팀 공소장 유출 가능성에도 

아무런 단서 없어

 

한 부장판사는 "수사는 불명확한 상태에서 명확한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소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해도 영장이 발부될 수는 있지만, 최근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지나치게 높아 탐색적, 포괄적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는 압수수색 단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불특정한 요소가 광범위하게 포함된 영장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이전 행태를 비판하며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사들 

“구체적 단서 없다면 보복수사에 불과” 비판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나 양승태 코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에서 먼지떨이식으로 수사하면서 사용했던 방법이 바로 탐색적 수사"라며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터는 수사권 남용을 벌였던 검찰이, 이제 자신들이 당하게 되니 반발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도 무죄추정 원칙을 지켜져야 한다"며 "공수처도 문제지만, 검찰도 이전 수사 관행 등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지난 5월 12일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튿날 주요 일간지에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면서 공소장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박솔잎·안재명·강한 기자     soliping·jman·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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