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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의 기적…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 출간

'암투병' 윤성근 판사 칼럼집
동기·선후배, 이틀만에 엮어… 쾌유 기리는 메시지도 담아

미국변호사

암 투병중인 동료 부장판사를 위해 사법연수원 동기와 선·후배들이 책을 출간하고 쾌유를 기원해 법조계에 화제와 감동을 주고 있다. 담도암으로 투병 중인 윤성근(62·사법연수원 14기·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위한 책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 출간 이야기다.

 

"1년 전 윤 부장판사에게 그동안 써온 칼럼에 살을 붙여 책을 만들자고 약속했습니다. 14일 휠체어를 탄 채 겨우 몸을 이끌고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윤 부장을 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책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부터 48시간을 목표로 잡고 자료를 찾고, 추천사 등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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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책을 편집한 강민구(63·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말이다. 법조계 'IT 전문가'로 이름난 강 부장판사는 윤 부장판사의 언론 기고문과 특강 연설문 등을 일일이 캡처하고 편집해 전자책으로 구성했다. 이렇게 392쪽에 달하는 책이 48시간 만에 완성됐다. 책 제목은 윤 부장판사가 추구해왔으며, 현재도 불태우고 있는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으로 정해졌다.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생 187명이 모인 단톡방 등에서 추천사를 받았다. 윤 부장판사와 함께 일한 선배 들은 물론 배석판사 등 많은 법조계 동료들이 격려사 등으로 힘을 보탰다. 14기 동기인 양경석 전 검사와 오세헌 현대중공업 법무실장, 김창보 전 서울고법원장, 성기문 전 춘천지법원장, 최정식 숭실대 교수를 비롯해 배석판사로 함께 일한 조인영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정지영 전 부장판사, 현재 서울고법 형사31부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정수진 고법판사 등 34명이 윤 부장판사와의 인연에 대한 추억과 그의 평소 인품을 기리며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보통 책 서문(인사말)에는 저자가 설명하는 발간 취지나 과정 등이 담기지만, 이 책의 인사말에는 날짜와 이름만 적혀있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아 있다. 말을 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지만, 윤 부장판사가 담고자 했던 독자와 국민, 법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그 여백을 채운다는 의미이다.

 

책 출간과 함께 '48시간의 정성이자 기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48시간이라는 시간 관계상 미처 담기지 못한 메시지는 '릴레이 서평'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윤 부장판사는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8년 인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수석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으며 서울남부지법원장 등을 지내고 2017년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판 업무에 복귀했다.

 

윤 부장판사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홍콩 존슨스톡스앤마스터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등 미국과 중국 법률에도 능통한 국제거래 사건의 대가로도 평가 받는다. 국제거래분야 전문가답게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 다양한 외국어에 능통하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국제거래전담재판부 재판장을 역임했으며, 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전문가회의 대한민국대표단으로도 활약했다. 한국국제사법학회·국제거래법학회 고문 등으로도 활동했다. 인품까지 겸비해 선후배 법조인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

 

윤 부장판사는 그동안 언론 기고문을 통해 법치국가에서 지향해야 할 점들을 분명하게 제시해왔다. 그는 한 기고문에서 '재판은 사건에 대한 것이며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재판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 대한 가치 평가가 아니다.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 합의된 절차에 따라 법을 적용한 결론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도덕적 우월성에 대한 확신은 위험하다는 것과 판사도 법 권위를 독점했다는 착각에 대해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2015년 7월 서울양천구청 특강에서 "법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재판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아 주권의 중요한 일부인 사법권을 행사한다. 사람은 누구나 소수에 속할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처할 수 있다. 다수로부터 배척당하고 여론으로부터 공격받을 때, 그런 마지막 순간에도 법원은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여러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해준다. 이것이 법원을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은 종이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초판 1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공익법인 천고법치문화재단(이사장 송종의 전 법제처장)이 지원한다. 책 판매 수익금은 전액 윤 부장판사의 치료비로 쓰인다.

 

강 부장판사는 "이 책은 어떤 최고 법관 퇴직기념 논문집보다 소중하고, 살아있는 글들이 담겨 있다"며 "지금도 태우고 있는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의 울림이 많은 분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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