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해외판례

크라우드워커의 근로자성에 관한 독일 연방노동법원의 판결

174313.jpg

1. 사실관계

플랫폼운영자인 피고는 고객으로부터 고객들의 제품이 소매상에 제대로 진열되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주문을 받아, 이를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원고와 같은 크라우드워커들이 수행하도록 연결하는 사업을 하였다. 원고는 2017년 피고의 인터넷 플랫폼에 가입한 후 작업의 선택·수임 및 보고는 앱을 통하여 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기본협정을 체결하였으며, 피고의 보통거래약관에도 동의하였다. 기본협정과 보통거래약관은 작업착수 의무에 관한 규정이나, 작업의 최소할당량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고객들의 주문은 피고를 통하여 개별 마이크로잡 형태로 쪼개져 인터넷 플랫폼에 공개되며, 크라우드워커들은 공개된 작업을 선택·수행하였다. 크라우드워커들이 규칙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등급이 상승하고, 등급이 상승하면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작업의 수가 늘어나고, 고가의 복잡한 주문을 배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원고는 11개월 동안 주당 약 20시간을 투자하여 약 3000개의 주문을 수행하였으며, 월 약 1800유로의 보수를 받았다. 양 당사자 사이에 보수와 관련하여 다툼이 발생하자, 플랫폼운영자인 피고가 크라우드워커인 원고에 대하여 작업 배정을 중단하고, 원고의 계정을 폐지하였다. 원고는 먼저 당사자들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소송 진행 중 가정적 근로관계의 종료(해고)를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임금의 지급을 청구했던 소송에 추가하여 해고보호소송도 제기하였다.


2. 쟁점 및 학설

이 사건에서는 크라우드워커의 개별적 근로관계법상의 근로자성이 문제가 되었다. 독일은 개별적 근로관계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위장도급과 파견근로관계를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에 신설된 독일 민법 제611a조에서 근로계약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민법 제611a조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인적 종속성(personliche Abhangigkeit)'이 존재하여야 하고, '인적 종속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지시구속성(Weisungsgebundenheit)'과 '타인결정성(Fremdbestimmtheit)'이 인정되어야 한다.

독일의 통설은 크라우드워커의 개별적 근로관계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통설이 크라우드워커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주된 이유는 크라우드워커들이 작업착수 여부와 작업착수 시기에 대하여 재량권(자유)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통설도 근로자성 인정에 필요한 '인적 종속성'은 인정하지 않지만, 집단적 노동관계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위한 '경제적 종속성(wirtschaftliche Abhangigkeit)'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3. 지방노동법원과 주(州)노동법원의 판결

1심인 뮌헨지방노동법원과 2심인 뮌헨주(州)노동법원은 크라우드워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2심 법원이 크라우드워커인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인적 종속성'의 한 요소인 사용자의 지시권 행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크라우드워커인 원고와 플랫폼운영자인 피고가 체결한 기본협약에 따라 원고는 사용자가 배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지시 구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1심과 2심 법원은 크라우드워커인 원고가 작업에 부과된 조건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는 그들이 작업을 수임(受任)한 이후에 비로소 발생하며, 이 사건에서의 그러한 제한들은 급부의 내용에 관한 것으로 '노동법상의 지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보았다.


4. 연방노동법원의 판결

연방노동법원(BAG v. 1. 12. 2020 - 9 AZR 102/20 = NZA 2021, 522)은 원고인 크라우드워커의 개별적 근로관계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연방노동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독일 민법 제611a조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하였다. 먼저 지시구속성과 관련하여 연방노동법원은 플랫폼운영자가 크라우드워커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등급제도를 통하여 크라우두워커들이 플랫폼운영자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았다. 특히, 주의를 끄는 부분은 연방노동법원도 계약상으로는 크라우드워커들에게 작업지시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작업에 착수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약이행의 실질을 근거로 지시구속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연방노동법원은 플랫폼에 올려진 작업설명을 위임·도급계약에 근거한 급부의 내용과 관련된 '물적 또는 결과 지향적 지시'가 아니라, '인적 또는 절차·방법에 관한 노동법상의 지시'로 보았다. 한편 연방노동법원은 타인결정성과 관련하여 플랫폼운영자가 주문의 내용을 단순화하고 단계적으로 세분화한 후 마이크로잡(Mikrojobs) 형태로 크라우드워커에게 배정함으로써 크라우드워커들이 이미 정해진 방법에 의하여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보고 '타인결정성(Fremdbestimmtheit)'을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의 내용 중에서 또 하나 주목을 끄는 부분은 연방노동법원이 장기에 걸친 연속적인 개별 임무들을 다수의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의 집합으로 보지 않고, 이들을 결합(통합)하여 하나의 단일화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로 본 것이다. 즉, 연방노동법원은 당사자들이 개별적 소규모 과제의 처리가 아니라, 플랫폼을 통하여 활동한 전 기간에 대하여 하나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았다.


5. 학계의 반응

학계에서는 위 연방노동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대체로 비판적인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제시되고 있는 비판들은 크게 두 부분에 집중되었다. 하나는 등급제도를 근거로 '인적 종속성'의 한 요소인 '지시 구속성'을 인정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폼운영자와 크라우드워커 사이에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을 넘어 작업을 완수하고 다음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포함하여 플랫폼에서 활동한 전 기간을 포괄하는 하나의 단일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본 부분이다.

먼저 등급제도를 근거로 '지시 구속성'을 인정한 것과 관련하여 학설은 동기 부여제도를 통해서는 작업을 수취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작업수행이 강요되거나 작업수행의 방법이나 수단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동기 부여제도와 이에 근거한 '경제적 종속성'을 이유로 '인적 종속성'과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통합된 하나의 단일화된 근로계약의 성립과 관련하여 학설은 크라우드워커와 플랫폼운영자 사이에 개별 작업의 수행에 대한 합의를 넘어 다수의 작업을 통합하여 하나의 단일화된 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계약의 체결을 추정하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계약법이론을 위반하였다고 보았다.


6. 전망 및 시사점

근로자성은 직업의 종류나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노무제공의 실태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하므로 대상판결을 통하여 모든 크라우드워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판단이유를 중심으로 대상판결이 가지는 특징과 의미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작업의 내용을 세분화하고 단계화하여 작업을 단순화함으로써 작업자가 작업 방법에 대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위탁자가 작업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인적 종속성의 한 요소인 타인결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

둘째, 대상판결은 동기 부여제도로부터 경제적 종속성을 도출하고, 경제적 종속성으로부터 작업의 시간 및 내용에 대한 간접적 통제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로부터 근로자성 인정에 필요한 인적 종속성의 한 요소인 지시구속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경제적 종속성은 자영업자와 유사근로자를 구별하는 기준이지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별하는 기준이 아니다. 또한 '인적 종속성'과 '경제적 종속성'은 정도의 차이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내용의 종속성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종속성'을 근거로 '인적 종속성'을 도출한 대상판결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셋째, 대상판결은 크라우드워커들에게 작업착수의무가 계약으로부터 도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무제공의 실태에 근거하여 개별 작업을 수행하는 기간을 넘어 작업과 작업 사이의 기간을 포함한 단일화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개별 작업의 수행에 대한 합의를 넘어 다수의 작업을 통합하여 하나의 단일화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계약을 체결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이러한 계약의 성립을 인정한 대상판결은 학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연방노동법원의 이번 판결은 일부 쟁점과 관련하여 학계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변화하는 현실에 부응하는 판결을 하려는 법원의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유성재 교수 (중앙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