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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재판관할의 '실질적 관련성' 판단에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의 고려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30588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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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1. 들어가며

대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실질적 관련성'을 기준으로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아 왔습니다. 특히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71908, 71915 판결 등).


한편,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전까지는 국제재판관할권 유무의 기준이 되는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어느 정도 고려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해석이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국내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중국인 승무원의 유가족이 중국 항공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및 '대한민국에 입국한 중국인들 사이에 입국 전 빌려주었던 대여금의 변제 청구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사안'(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에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규정의 중요성을 설시한 바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은 그 연장선상에서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판시하고, 특히 민사소송업상 토지관할 규정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모두 중국 회사로, 중국 회사인 소외 회사와의 사이에 중국에서 중국어로 작성된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들이 소외 회사에 물품을 공급한 후에도 소외 회사가 물품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자, 원고들은 소외 회사를 상대로는 소를 아예 제기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소외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소송에서 원고들은 중국법상 1인 주주의 유한책임회사 연대책임 법리에 따라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하면서 총 662만 424위안(한화 11억 3800여만 원)의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위 소송이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습니다.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은 대부분 중국에 있는 문서들 또는 증인들이어서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등의 면에서 중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항소심 법원 또한 대상판결의 사안과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된 위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원고들과 소외 회사가 모두 중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 회사로서 대한민국에 그 지점이나 영업소를 두고 있지도 않다는 점, 관련 물품공급계약이 중국에서 체결되었고, 원고들은 중국에서 소외 회사에 물품을 공급하였으며, 소외 회사 역시 중국 은행을 통하여 송금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에게 물품 대금을 지급해오는 등 계약의 체결 및 이행 등이 모두 중국에서 이루어졌던 점, 물품공급계약서를 비롯하여 계약과 관련한 각종 통지서, 영수증, 입금전표, 채권·채무확인서 등도 중국어로 작성되었던 점" 등을 근거로, "공급 물품의 하자, 이로 인한 대금 감액, 손해배상청구 등 소외 회사의 여러 주장과 항변 등이 제기될 수 있고, 이러한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은 대부분 중국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등의 면에서 중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규정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실질적 관련성'을 전격적으로 인정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제1심 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피고의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고, 피고는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로서 자료 확보나 사실관계 파악에 무리가 없어서 대한민국 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중국 법원보다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지리상·언어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자 하는 원고들의 의사도 존중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로서는 자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대한민국 법원에 소외 회사의 물품대금 채무와 관련한 소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재판의 적정, 신속 이념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법원과 해당 소송의 당사자 또는 위 사안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원고들은 위 소송에서의 실체적 준거법이 중국 회사법이라고 강력히 주장하였는데 이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법률 관계의 준거법이 중국 회사법이라고 해도 소송과 대한민국 법원 사이의 실질적 관련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국제재판관할의 '실질적 관련성' 판단에 있어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규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법리를 확고하게 확립함으로써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사자와 대한민국 간의 실질적 관련성은 원칙적으로 ‘피고’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인데, 대상판결의 사안은 소외 회사가 아닌 피고에 대한 연대책임을 구하는 소송이므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규정에 따른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인 피고에게 있어 언어의 편의성, 시간·거리상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보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응소를 하는 것이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도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다른 나라 법원의 재판관할권과 함께 병존하여 인정될 수도 있으므로 설령 다른 나라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할 것은 아니고, 개별 사안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해당 사안과 대한민국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또한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러한 전속적인 관할합의의 효력을 부정하고 오히려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 등).


이처럼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에 관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엄격히 제한하기보다는 상당히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여 가급적 폭넓게 인정하는 태도를 취해오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에서는 외국회사 사이에 외국에서 체결된 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이 문제되는 사안이더라도 피고의 소재지 등을 고려하여 대한민국 법원에서의 재판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외국적 요소가 있는 분쟁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인정되어오고 있다는 일종의 경향성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즉, 외국회사/외국인과의 분쟁,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작성된 계약을 둘러싼 외국적 요소가 많은 분쟁 등이 발생하였을 때 무조건적으로 외국에서 소송이나 중재를 진행하기보다는, 그 이전에 소송 비용·시간·노력 등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는 대한민국 법원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지 우선적으로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정지 변호사 (jjchoi@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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