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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죄사건 87% “검사 잘못 없다”…‘무죄평정’ 유명무실

“검사 책임수사 강화위해 제도개선 시급” 한 목소리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추진해온 문재인정부에서도 검찰의 기소권 오·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무죄 평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죄 평정을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범죄대응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부당한 기소를 막아 무고한 시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한편, 검찰의 책임수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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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죄사건 87% '검사과오 없음' 판단 = 이수진(52·사법연수원 31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시기인 2017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8개월간 진행된 무죄 평정 건수는 총 3만6599건이다. 이 가운데 법원과의 견해차를 이유로 검사에게 과오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무죄 사건 수는 87.3%에 해당하는 3만1933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전체 무죄 평정 사건 7340건 가운데 검사 과오 없음이 6225건(84.8%)에 달한다. △2018년에는 8774건 중 7475건(85.2%) △2019년 8028건 중 7131건(88.8%) △2020년 7647건 중 6871건(89.9%) △2021년 8월말 기준으로 4810건 중 4231건(88%)이 검사 과오 없음으로 평정됐다.

지난해 검사 과오가 인정된 무죄 사건은 10.1%에 해당하는 776건에 그쳤다. 공판검사의 과오로 인정된 사건은 단 2건이고, 대부분 수사검사의 과오로 수사미진 332건(42.8%), 법리오해 319건(41.1%), 기타 113건(14.6%), 증거판단 잘못 10건(1.3%) 순이다.

 

벌점도 일정기준 이상 돼야 주의·경고

영향도 적어 

 

2019년에는 11.2%에 해당하는 897건에서 검사의 과오가 인정됐다. 수사검사의 수사미진 438건(48.8%), 법리오해 382건(42.6%), 기타 64건(7.1%), 증거판단 잘못 8건(0.9%), 공판검사 과오 5건(0.6%) 순이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무죄 평정 제도가 허술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건의 과오가 인정되고 합산 벌점이 일정한 기준 이상이어야 비로소 주의·경고 처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검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변호사업계에서는 유·무죄가 불분명한 사건에서 검사가 기소를 하면 사실상 유죄가 된다는 '유죄추정'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검사의 공소권에는 굉장한 영향력이 있다"며 "무죄 사건의 대부분은 검사의 입증 부족 때문인데, 무죄 평정에서 단순히 법원과의 견해차라는 이유로 대다수의 검사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혐의 입증책임에서 직무를 유기한 부분은 없는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며 "특히 검사의 인권보호 책무와 사법통제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꼭 기소했어야 하는지를 점검해 평정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미진 등 검사의 과오 점검할 

세밀한 평가 필요


또 다른 변호사는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에게 책임을 묻거나 벌을 주자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지만, 수사미진 등 검사의 과오가 있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는 좀 더 면밀한 평가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제도적으로 지나치게 검사의 과오를 채근하면 애매한 사건은 수사나 기소를 안 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무죄 평정 제도 개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도 "검사들의 기소권 오·남용 지적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기소 결정은 결재 등 선배 검사들의 검토를 거치고, 때로는 외부위원들의 심리를 받기도 한다. 검찰의 범죄대응 역량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객관적 판정을 통해 명백한 과오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근무성적 적용할 대검 훈령은  

비공개로 ‘깜깜이 평가’ 

 

◇ "비공개 평정 규정 투명화 해야" = 현행 검찰청법 제35조의2는 법무부장관이 검사의 근무성적과 자질에 대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평정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직·전보 등 검사 인사관리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법무부령인 '검사복무평정규칙'에 위임되어 있지만, 법무부령에도 무죄 평정 관련 명시 규정은 없고, 이를 규정한 대검 훈령은 비공개여서 깜깜이 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48·35기)·김남국(39·변호사시험 1회) 의원 등과 함께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검사 평정 관련 규정인 제35조의2 제2항에 '근무성적 평정기준에 기소사건 대비 유죄판결 비율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무죄 평정을 검사 인사에 철저히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는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다. 피고인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면 (기소한 검사는) 검사로서의 자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고한 국민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따라서 매우 엄격한 근무평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급별 최대 3심까지 연속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라면 각 재판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검사 근무성적 평정 기준에 기소사건 대비 유죄판결 비율이 포함되면 상대적으로 무죄판결 비율이 드러나, 무리한 기소에 따른 기소권 남용이 예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국가사법시스템을 남용했다면 응당한 인사 처분을 받는 것이 국민 법감정에 상응한다"고 강조했다.


형사보상 집행률도 

 10년 연속 예산 초과로 전용 반복   

 

◇ 형사보상 예산 10년 연속 '초과' = 한편 억울하게 형사재판에 회부된 국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형사보상업무에도 매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대검이 운영하는 형사보상사업은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구속 피고인이나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구속 피의자에게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무죄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는 공판기일(준비기일 포함) 출석 경비 등도 보전한다.

형사보상 집행률은 10년 연속 예산액을 초과하고 있다. 다른 사업 예산을 끌어와 메우는 일(예산 이·전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형사보상금 예산은 373억 원이었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이·전용금 45억 9000만 원을 포함해 총 419억 원에 달한다. 집행률이 112.3%이다. 2011년 형사보상금 예산은 예비비를 포함해 약 130억 원이었지만, 실제 집행된 돈은 이·전용금 95억 원을 포함해 225억 6600만 원이었다. 2018년부터는 예비비도 없어지면서 해마다 10%이상을 다른 사업 예산으로 채우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13개, 2018년 13개, 2019년 15개의 다른 검찰 사업 예산이 집행단계에서 깎였다. 지난해에는 16개 사업에 여파가 미쳤는데, 검찰청 인건비가 10억 3500만 원으로 형사보상금 예산부족액 충당을 위해 가장 많이 이전용 됐다. 검찰국외훈련(9억 6600만 원 이용), 국제형사협력지원(4억 1800만 원 전용) 사업 예산이 깎였고, 공안수사(5억 1200만 원 전용), 마약수사(3억 3700만 원 전용) 예산도 형사보상금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


박솔잎·강한 기자   soliping·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