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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공무원 근무관계의 법적 성질

- 특별권력관계론의 청산과제 -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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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공무원의 근무관계를 종래 특별권력관계의 일종으로 파악하여 왔다. 근대 입헌군주정 시절에 통용되던 독일 특유의 특별권력관계(besonderes Gewaltverhältnis)론은 우리 행정법학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 통치권에 복종하는 국가와 국민간의 일반권력관계의 개념에 대비되는 특별권력관계의 개념을 명확히 한 학자는 독일의 라반드(P. Laband)이고, 이를 체계화한 학자는 독일 행정법의 아버지로 칭하는 오토 마이어(Otto Mayer)이다. 전통적 특별권력관계론에 의하면 그 영역에서는 기본권이 제한되고, 법치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며, 사법심사가 배제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특별권력관계론은 비판의 십자포화(十字砲火)를 맞아 오래 전에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판례 중에 특별권력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며, 변용된 형태인 특수신분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하에서 전통적 특별권력관계론의 변용과 수정을 고찰하고, 특별권력관계론의 청산과제의 관점에서 공무원의 근무관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전통적 특별권력관계론의 변용과 수정
(1) 독일의 경우

특별권력관계론은 19세기 프로이센 절대군주제하에 있어서 관리(官吏)법으로서 관리가 행정권력에 봉사하는 이론으로 형성된 것으로 군주가 관리에 대하여 법령에 기초하지 않고 특별한 명령에 의하여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안출된 독일의 특유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학생의 재학관계, 수형자 복역관계, 공무원의 근무관계, 군인복무관계 등을 전통적 특별권력관계의 일종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문헌에서 특별권력관계라는 용어 대신에 행정법적 특별관계, 특별법관계, 특수신분 관계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사용은 종전의 특별권력관계와의 결별로 인식되며, 공무원의 근무관계에도 법치주의가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공무원이 배타적으로 행정의 활동을 위한 공력권의 행사자일 뿐 국민으로서 그의 개인적 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침해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공무원에 대하여 법률에서 특별한 규율을 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다(Steffan Detterbeck,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mit Verwaltungsprozessrecht, 2019, S. 81.). 독일의 울레(Ule)가 주장한 기본관계와 경영수행관계로 구분하여 사법심사는 기본관계에만 미치고 경영수행관계의 경우에 사법심사의 제한이 있다고 보는 것도 특별권력관계론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 성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무원의 근무관계는 특별히 긴밀한 관계로 일반적인 국민과의 관계로 환원할 수 없고, 공무원은 기본권을 향유하는 법적 주체(Rechtsperson)와 직무권력(Amtswalter)의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Schmidt-Aßmann, "GG Art. 19 Abs. 4", Maunz/ Durig, Grundgesetz-Kommentar 2021, Rn. 89).

(2) 우리나라의 경우

오늘날 전통적인 특별권력관계론을 지지하는 학자는 없다. 그러나 종래 특별권력관계로서 논의되고 있었던 것을 오늘날 민주적 법치국가의 진전에 따라 특별권력관계라는 용어 대신에 특별행정법관계나 특수신분관계로 사용하는 문헌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법학교수회장을 역임한 박균성 교수께서 한국국가법학회 전문학술지인 국가법연구 제17집 제2호(2021년 6월 발간)에 기고한 '한국공무원법의 역사'라는 주목할 만한 논문에서 "특별행정법관계설은 수정된 특별권력관계설과 이름만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되고, 특별한 행정목적을 위해 법치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거나 법치주의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이에 찬동한다. 한편 위 논문에서 "최초 국가공무원법은 제38조는 공무원의 근무조건 기타 복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써 정한다라고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의 근무관계를 특별권력관계로 보고, 대통령이 특별권력주체라는 것을 전제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최초의 국가공무원법은 1949년 8월 12일 제정된 법률 제44호이다. 이 법 제38조의 규정은 공무원의 복무에 관하여 제28조에서 제37조까지 공무원의 각종 의무를 규율한 후 위임규정으로, 공무원의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명문화한 것이다. 이 규정이 설사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유로 특별권력의 주체를 대통령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으로 이 부분은 찬동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특별권력관계와 관련한 판례의 입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그동안 특별권력관계라는 용어를 폐기하지 않고 여러 판결에서 사용하여 왔다. 가령 대법원은 농지개량조합과 그 직원과의 관계는 사법상의 근로계약관계가 아닌 공법상의 특별권력관계이고, 그 조합의 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행정소송사항이라고 판시하였다. 한편,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두60591판결에서 "사관생도는 군장교를 배출하기 위하여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하는 특수교육기관인 육군3사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학교에 입학한 날에 육군 사관생도의 병적에 편입하고 준사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다(육군3사관학교 설치법 시행령 제3조). 따라서 그 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특별권력관계라는 용어 대신에 특수신분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특별권력관계를 완전히 청산한 입장이라기 보다는 수정된 형태의 특별권력관계론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3. 검토의견 : 특별권력관계론의 청산과제
(1) 행정기본법 제8조 법치행정 원칙의 명문화

특별권력관계의 청산과제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금년 3월 23일 제정된 행정기본법 제8조에서 법치행정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에 대하여 법치주의의 적용을 제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무원의 지위를 약화하여 공무원을 왕조시대 관리처럼 취급하려는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할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이나 법률에서 일반 국민에 비하여 명문의 규정을 통하여 기본권이 다소 제한되는 수는 있어도 이를 이유로 법치주의의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무원에 대한 기본권은 법률과 법률의 위임을 받은 법령의 범위내에서 충실히 보장되어야 하며, 근무 외의 시간과 공간·직무영역과 무관한 내용의 정치적 활동까지 공무원에게 획일적이고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과잉적인 기본권의 제한으로 공무원이 일반 국민으로 향유하는 기본권주체로서의 헌법적 지위를 침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이종수, '공무원법의 헌법적 전망', 정천 허영박사 정년기념논문집, 박영사, 2002. 78면; 조소영,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범위에 관한 헌법적 고찰', 유럽헌법연구 제12호 2012. 12., 408면).

(2) 공무원의 근무관계의 법적 성질

오늘날 민주적 법치국가에 있어 공무원의 근무관계를 특별행정법관계나 특수신분관계로 보아 법치주의가 완화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무원의 근무관계를 사인의 고용관계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공무원의근무에 있어 근무조건 법정주의가 적용되는데 반해 사인의 고용관계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계약에 의하여 규율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근무관계는 행정주체인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간의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는 공법상 법률관계라고 할 것이다. 참고적으로 독일의 경우에도 직무주체(Diestherr)와 공무원 사이의 법률관계의 본질적 내용은 법률을 통하여 규율되어야 하며, 이러한 기초는 공무원관계의 법형식의 중요한 기둥으로 그 자체는 오늘날 다툼이 없다고 보고 있다(Rudolf Summer, 'Gedanken zum Gesetzesvorbehalt im Beamtenrecht'. DOV 2006, S. 249).

(3) 결론: 공무원의 근무관계에 법치주의 관철 필요

기본권은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공무원이 국민적 지위를 갖는 한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만 허용되고, 형식적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규칙 등에 근거하여 공무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 공무원은 공무를 벗어나면 사인과 같은 지위로서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로서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공무원의 근무관계를 특별권력관계로 보거나 그 잔재에 속하는 특별행정법관계나 특수신분관계로 볼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근무관계는 법치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공법상 법률관계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왕을 갖고 있지 않다(We have no King). 오늘날의 공무원은 조선시대의 왕에 충성해야 하는 관리(官吏)와는 달리, 우리 헌법에서 요구하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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