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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조서 증거능력 배제, 수사·재판 실무 변화 대비해야"

사법정책연구원, 대한변협·형사법학회·대법원형사법연구회와 학술대회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 조서 증거능력 제한과 형사재판' 대안 등 논의

미국변호사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 내용을 부인하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의 시행일이 내년 1월 1일로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범의 증언 및 조사자 증언과 관련한 피의자신문조서의 활용 범위와 특정 유형 사건에 관한 수사 효율성 저해 등 실무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제312조 1항)'고 규정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이른바 '특신상태'에서 작성된 점이 인정되면 피고인 등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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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정법은 이 조항을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로 바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라 하더라도 피고인 등이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피고인 방어권 보장… 범죄사실 규명엔 장애 될 수도

 
개정법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체적 진실 발견 등 범죄사실 규명에 장애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사법정책연구원(원장 홍기태)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한국형사법학회(회장 김혜정),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회장 고연금)와 함께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 소강당에서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과 형사재판'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이번 학술대회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사법정책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도 생중계됐다.

 

◇"소송경제와 실체진실 발견이라는 두 축 중요하게 고려해야"= 이상훈(43·변호사시험 3회)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수사기관 작성 조서의 증거 사용 일반론'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의 개정은 공판중심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됐던 형소법 개정 연혁에서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실질적으로 2007년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사법개혁 구상을 실현한 것"이라며 "공판중심주의의 실천적 의미라는 관점에서 개정법은 중대한 진전이 틀림없지만, 형사재판 전반에 개정법이 끼칠 영향은 소송경제와 실체진실의 발견이라는 두 축을 중요하게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수사단계 진술을 공판정서 현출하기 위해

'조사자 증언' 활성화와 함께 피고인 신문 강화 예상

 

그는 "개정법 아래에선 내용 부인된 조서를 대신해 피고인의 수사단계 진술을 공판정에 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사자 증언'의 활성화가 예상되고, 법원과 수사기관에 의한 적극적인 피고인신문 활용 및 증인신문의 강화가 예상된다"며 "이에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는 본증으로 활용되는 이외에 조사자 증언의 요건 입증 또는 기억 환기용 자료로서, 피고인신문에서 탄핵증거로서 활용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개정법 시행으로 공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발생하는 제약이 수사단계 진술을 공판정에 현출하는 수단의 부재로 연결되지 않도록, 공범 피의자신문조서나 공범 조사자 증언, 증거보전 청구 등 적어도 어느 하나에 대한 유연한 운용을 통해 공범의 진술증거가 중요증거인 범죄유형에 있어 실체진실 발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미사건 신속처리 절차도입, 구속기간 제도 정비 등

사법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한 제도 도입도 필요

 

또 "개정법 시행으로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주의의 실천에 더욱 근접할 수 있는 반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제공했던 조서재판의 효율 저하가 불가피해 심리의 장기화 등을 비롯한 사법비용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피고인신문 제도의 적절한 운용, 자백에 대한 양형에서의 적절한 고려 등 현 제도에서 모색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강구해야겠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조속한 시일 안에 2007년 사개추위에서 논의됐던 것처럼 경미사건의 신속처리절차 도입 또는 구속기간 제도의 정비 등 사법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한 제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으로 어떠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실제 형사절차에서 해당 제도의 도입 취지를 '실현'해 가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며 "형사절차에 관여하는 주체들이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 아래 철저히 준비한다면, 한층 강화된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이 수사와 공판 실무 양쪽 모두에 제대로 뿌리내릴 것"이라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모성준(45·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법 고법판사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인해 다수의 공범이 관련된 복잡한 사건의 경우, 재판의 현저한 지연이 불가피하고 수사와 재판에 협력한 공범 진술증거의 법정현출 가능성이 전면 차단될 수 있다"며 "법원에서는 (증거조사 완료 전)피고인신문과 조사자 증언 및 증거보전의 적극적인 활용,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력한 공범에 대한 선처 등을 통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정아(37·변호사시험 1회)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형사소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실체적 진실발견이고, 이를 위해선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역시 법관의 사실인정을 위한 기초로 현출될 필요가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되고 특신상태가 인정되는 진술이라면, 피고인의 '내용 인정' 외에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추구하는 동시에 수사기관의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를 유인할 수 있는 증거능력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피의자 진술 신빙성 판단도 어려워져"=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영상녹화물의 실질적 진정성립 증명에 관한 제312조 2항이 완전히 삭제되면서 법관은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진영(40·37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조사자 증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전과가 있는 등 피고인에게 편견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다수 존재하는 반면, 조사자증언을 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경찰관이 외견상 신뢰감을 주는 증언을 한다면 피의자신문 당시 내용 등에 대한 경찰관의 진술이 부정확함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진술자의 인상에 좌우되어 판단을 그르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법 개정은 실체진실의 발견을 저해함은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수사기관에 대한 피의자의 진술이 증거로 활용될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긍정하면서, 적법하고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얻어진 피의자의 진술이 가장 정확한 형태로 법정에 현출되어야 한다. 그 진술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대해 법정에서 충분히 공방이 이뤄지고 법정에서의 피고인 진술과 비교 검토되는 과정에서 사실인정 주체가 심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나 2020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그러한 방법을 세밀하게 고민한 결과라기보다는, 경찰 신문조서와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동일하게 맞추는 데에 더욱 신경 쓴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위 자백이 무고한 피고인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동시에 쉽게 탐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조사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그 절차 안에서 획득된 외부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피의자 진술 내용을 정확히 법정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판단 기준과 절차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범선윤(37·39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피의자가 내용을 부인한 경찰 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게 된 경우 피의자의 자백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유일한 통로가 조사자 증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조사자 증언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현실적 제약·제도 자체가 갖는 한계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며 "수사기관은 피의자신문을 진행함에 있어 수사기관과 사인 간 힘의 불균형, 진술 취득 과정에서의 오염가능성 및 수사기관에서의 피의자 진술이 증거로서 갖는 취약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법원도 조사자 증언에 있어 특신상태 요건을 충실하게 심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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