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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상화폐 범죄수사에 경찰 황당한 수사법 논란

법조계 “새로운 형태의 과잉수사… 개선책 절실”

미국변호사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둘러싼 경찰의 황당한 수사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이 범죄 피해자 100여명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임의로 초대한 뒤 사건내용 등이 자세히 기재된 '피해자 진술서 견본'을 올려 피해액 등 공란을 채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사 상황이 무작위로 유포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단체 대화방에 한꺼번에 초대해 피해자 보호 조치도 뒷전인 수사 방식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직접수사의 대부분을 경찰이 맡게 됐지만 정작 피해자 보호 인식은 물론 전문성 부족 등으로 발생한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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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강남서 단톡방 피해자 조사 논란 =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강남경찰서는 피해자만 1000여명 이상으로 추정하는 대형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 수사팀은 피의자들이 주식리딩 카톡방 등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 리딩방 참여자를 모집한 뒤, 운영진인 자신들의 매수·매도 신호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 팔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결국 상장폐지까지 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참여자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 수사팀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통해 피해자 명단과 연락처를 추린 뒤 개별적으로 피해자를 접촉하는 대신 최근 '강남경찰서 경제1팀'이라는 제목의 단체 카톡방을 열고,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입수한 연락처를 이용해 특정한 피해자 100여명을 사전 동의를 구하거나 연락도 없이 임의로 초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일일이 연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피해자 100여명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으로 초대

 

경찰 수사팀은 단톡방 참가자들에게 "사건을 오랫동안 수사하던 중 압수수색을 했다"며 "피해자 진술서 확보가 필요해 단톡방을 개설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거래자"라고 알렸다. 이 과정에서 함께 초대된 프로필의 주인들이 상호간에 알려졌다. 프로필에 사진이나 정보 등을 게시해 놓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불시에 노출된 것이다. 일부 피해자가 보이스 피싱이 아닌지 의심하고 해명을 요구하자 경찰 수사관은 성명·직책·전화번호를 게시하면서 피해자 조사 중임을 알렸다. 경찰 신분증 사진까지 게시했지만 개인정보침해를 주장하는 일부 피해자가 직접 강남경찰서 대표번호로 전화해 해명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해자는 "단순히 가상화폐 거래내역이 있다는 이유로 단체 카톡방으로 한꺼번에 초대해 (상호 간에) 노출시켰다"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매우 황당한 수사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잘못 초대된 사람들도 있어 적법한 정보 수집 방법인지도 의문이 든다. 수사 전문성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이 같은 방식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수사 밀행성이 깨질 공산이 커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피해진술서 견본 보내며

 “피해액 등 써 넣어라”


한편 수사팀 내 또 다른 수사관은 다른 피해자군(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같은 내용의 안내를 했는데, 실수로 피의자에게도 같은 내용의 문자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 수사가 중요해 오랜 시간을 들여서 진행 중이다. 수사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두 듣거나 진술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 수가 많다"며 "모든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진행한 것이 아예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피해자 진술을) 개별(적으로 연락해) 확보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수사상황 무작위 유포

피해자 보호조치는 뒷전


◇ 피해자 신상 노출…보이스피싱 의심 촌극 =
수사팀이 피해자 진술을 수집한 구체적인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다. 수사팀은 △투자경위 △투자형태 △피해사실 △진술서 작성 경위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피해자 진술서를 예시로 제시하면서, 견본 이미지 파일을 단톡방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견본에 맞춰 자유롭게 작성하되, 이름·피해금액 등 공란을 피해자가 채운 뒤, 서명 날인 후 사진을 찍어 메일이나 개인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피해자 조사를 할 때에는 피해자를 정확히 특정한 뒤 문자메시지나 통화, 메일 등을 통해 피해자와 1대 1 대화를 통해 피해자 진술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체 카톡방을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구체적 사건 내용이 다수에게 유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서 예시를 이런 식으로 상세하게 적은 것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혹은 허위 적시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도 있다"며 "경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이 같은 황당한 수사 방식을 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로 연락을 받았지만 거래 참여를 독려한 정황이 나타나거나 일당과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언제든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무심코 작성한 피해자 진술서가 추후 피의자 진술서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기관에 불순한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 피해자로 등재가 되지 않으면 추후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절차도 허술해보인다"고 말했다.

 

프로필사진 등 올라

 피해자 개인정보까지 노출  


◇ "의욕 앞선 과잉수사"…경찰 범죄피해자 보호 규정 없어 =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나고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 받는 등 권한이 커진 만큼 수사 전문성은 물론 피해자 보호 인식 등을 높여 적법절차 위반이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사건사무규칙은 검사와 검찰수사관이 수사 및 공소유지 과정에서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 공개·누설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사건사무규칙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새로운 형태의 경찰 과잉수사로 보인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경찰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특히 품이 많이 드는 경제팀은 기피부서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성과를 내려는 욕심과 수사부서에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이 섞이게 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황당한 수사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자신의 권력과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휘두르는 수사기관이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무섭다"며 "경찰은 커진 권한에 걸맞는 제도와 인권보호 의식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현·강한 기자shhan·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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